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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도시개발, 철학이 없다”
입력 : 2019년 11월 10일(일) 19:06


광주시민 100人 공론장- 도시 난개발, 치솟는 고층건물 막을수 없나
[시민토론회 지상중계]
환경·경제·사회적 지속가능성 중요
아파트 위주 제도에 사익-공익 충돌
현 건축심의, 사후적·일회성 한계
광주시민 10명 중 8명이 아파트에 거주할 만큼 지역 주거형태가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도심 곳곳에서 치솟아 오르는 고층 건물 건설 실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시민토론회가 지난 9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제회의실(문화정보원 지하 2층)에서 열렸다.

‘도시 난개발, 치솟는 고층건물 막을 수 없나’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주제발표에 이어 광주시민 100인의 공론을 모으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아파트 천국’이라는 오명 속에도 향후 신도시 건설 규모에 버금가는 아파트 공급이 예정된 상황에서 고층 건물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댄 이들은 시민 합의를 거친 가이드라인과 시민지분 확보 등 시민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파트를 비롯한 고층건물 과잉공급은 경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투기, 빈부격차 확대, 건설사 간 이전투구 등 다양한 사회적 병리현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논리 앞서 지속가능성 고려해야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이창수 가천대 교수(도시계획학과)는 ‘고층건물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연·이웃·후손과 더불어 살기 위해 환경적 지속가능성, 경제적 지속가능성, 사회문화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파리 에펠탑을 예로 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세계 각국의 특파원들이 지구촌 소식을 접하는 TV 영상에서 파리 특파원의 배경 화면은 에펠탑이다.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 관광지 선호도 조사에 의하면 파리의 에펠탑이 1순위다”며 “이같이 화려한 명성의 에펠탑은 건립 당시까지만 해도 파리시민과 지식인들의 비난과 철거 요구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에펠탑이 건립되자 ‘우아한 파리의 시가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난이 거셌다. 많은 시민과 모파상·에밀졸라 등 지식인들에 의해 비판과 저항의 대상이 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국박람회 기간 에펠탑 방문자가 200만명에 달했고 오늘날에는 연간 600만명이 방문하고 있다. 에펠탑은 1889년 건립 당시보다 130여년이 지난 오늘날 더욱 빛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에펠탑이 이같은 과정을 거치며 파리에 녹아들었다고 강조했다. 혁신적인 시도를 들고 나섰지만 외면 받은 이들에게는 좌절을 이겨내는 희망을, 무모하거나 부적절한 시도를 하는 당사자들에게는 명분을 제공하며 파리시민들과 함께 존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펠탑이 존속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넓고 탁 트인 마르스 공원에 설치됐고 그 마르스 공원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특히 모파상과 에밀졸라의 비판과 저항이 없었다면 마르스 공원 일부 내지 전부가 수익 극대화 또는 토지이용 효율 편향적인 자본주의 논리에 잠식당해 초고층 마천루로 대체됐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며 “건립 당시 반대와 찬성을 두고 어느 한쪽이 잘못했다고 할 수 없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시민이 인정하는 ‘광주다운 아파트’ 만들어야

지역 고층건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 합의를 거친 가이드라인 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두 번째 주제발표를 한 함인선 광주시 총괄건축가는 지나치고 높은 아파트 비율을 지적하며 광주다운 아파트를 위한 고민과 계획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광주다운 아파트를 위해서는 지형과 경관을 존중하는 배치와 높이, 무등산·광주천 등지에 대한 조망을 거스르지 않는 건축, 기존 도시 맥락을 보존하고 존중하는 단지 계획이 필요하다”며 “법 제도가 단지형 아파트 위주로 돼 있기에 사익과 공익은 늘 충돌한다. 재산권을 수호하려는 집단 민원과 계획안을 관철하려는 건설 관계자 앞에서 사후적·일회성인 각종 심의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역건설사의 행태도 비판했다.

그는 “광주·전남 건설사들이 광주에서는 장벽 같은 기괴한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세종시에서는 전혀 다른, 혁신적이고 아름다운 아파트를 짓는다. 세종시가 아파트 용지를 매각할 때 가격보다 디자인의 우수성과 공공성에 더 점수를 주기 때문”이라며 “2019년 건설업체 도급순위 100위 내에 광주·전남 업체는 11개로 서울(36개), 경기(20개)에 이어 3위다. 지역건설사들의 능력이 부족해 장벽 같은 아파트를 짓는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가이드라인 제정과 사전 기획제도 등 제도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함 총괄건축가는 “계획 가이드라인 제정과 사전 공공 기획제도의 도입이 해결 방법이다”며 “시민적 합의를 거쳐 광주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를 반영, 구역별 높이와 차폐율 등을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신시가지 등지에서는 자유롭게 하되 중요한 조망지점이나 기존 시가지의 융합이 필요한 곳은 연도형 아파트로 유도해 높이와 배치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사업이 예측 가능하게 된다. 민원도 없어지고 부패와 투기도 사라질 수 있다”며 “시민 합의에 따라 담 없는 아파트, 무등산이 어디서나 보이는 아파트를 짓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민주도시, 사람중심 도시인 광주다운 도시환경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참여 시민지분 확보’ 목소리도

광주시의회 장연주 의원은 광주다운 도시철학과 계획을 마련하고 시민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의원은 ‘광주건축물 높이 관련 현황과 고민’ 주제발표를 통해 “무분별한 고층아파트 건설은 서민을 위하는 것보다 투기세력과 건설업자, 아파트 구입자금 대출로 인한 금융권 등에만 이익이 돌아가고 있다. 고층아파트는 무등산 조망권을 비롯한 도시 경관을 해치고 미세먼지 등 공기질도 악화시킨다”며 “광주시는 이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세워가고 있으나 지속가능한 미래도시의 장기적이고 총괄적인 계획은 갖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의위원회 전문성 강화는 물론, 광주다운 도시철학과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또 내년 6월께 시작하는 ‘2040경관계획 수립’은 민관이 함께하는 시민참여형 계획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제발표를 마친 후에는 참석자 100여명이 고층빌딩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시민들은 주거문화 획일화, 지역간 불균형 및 위화감 발생 등을 문제점으로 꼽으며 다양한 주거공간이 있는 광주를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투표를 통해 의견을 모았다.

투표 결과 ‘시민참여 시민지분 확보’ 방안에 대한 공감대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이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참여해 조례나 정책 수립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어 ‘공론화, 정책 제안, 시민들의 의식 교육’, ‘법규제 강화’, ‘생태·경관을 고려한 도시계획수립’, ‘도시재생과 관련한 주거유형 다양화’, ‘단체장의 의지와 철학’ 등이 대책으로 거론됐다.

유대용기자 ydy2132@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