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원형 복원 구도청, 세계인 발길 붙들 콘텐츠 구축해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세계 문화사에 유례가 없는 독특한 과제를 안고 탄생한 복합문화공간이다.
문화예술로 1980년 5·18민중항쟁의 정신을 승화계승하고 나아가 문화발신지로 문화경제를 견인해내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에서다. 세계적 문화공간들이 대부분 역사적 정신계승 공간(박물관 등)과 예술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뚜렷이 구분되는 것과도 궤를 달리한다.
전당이 5·18 정신의 계승과 기억·교육의 역할을 맡은 민주평화교류원과 예술극장·문화창조원·어린이문화원·문화정보원 등 5개원으로 출범한 것도 이에 기반한다.
이같은 복합적 과제는 문화전당이 둥지를 튼 공간이 상징한다.
옛 전남도청 5·18심장부
문화전당 활성화가
5·18 대중화 ·세계화 핵심
옛 전남도청은 1980년 5·18민중항쟁 당시 시민들이 최후까지 민주주의의 정신을 지켜내고자했던 심장부다. 이는 단순한 복합문화공간을 넘어 1980년 광주민중항쟁 정신의 상징이라는 역사적·시대적 요구와 옛 전남도청 이전으로 발생한 원도심 활성화로 상징되는 지역 문화경제 견인이라는 두 과제의 태동 배경이 된다. 이에 앞서 아시아에 대한 아카이브와 문화ODA 등을 통한 아시아 문화예술의 중심거점이라는 국가적 과제는 기본으로 안고 있다.
역사적 사안이나 사건들이 대중들의 마음에 접근하고 각인시키는 가장 강력한 매체가 문화예술이라는 측면에서 문화전당의 역할은 그만큼 크다. 문화전당이 활성화될 경우 많은 대중의 발길을 붙들면서 자연스럽게 5·18 역사공간을 알리는 상호보완 관계라는 점에서 전당 활성화는 5·18의 대중화·세계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지난해 문화전당은 이들 과제와 관련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 디뎠다.
하나는 세계적 문화예술 작품의 창·제작과 유통공간으로서 면면이다. 전당은 지난달 4주년을 맞아 야심작 ‘무사 MUSA: 불멸의 영웅들’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전당이 국내외 시장을 겨냥해 자체 제작한 창작품으로 광주발(發) 공연예술 작품의 유통·상품화의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예술작품 창·제작과 유통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연결해 광주를 문화예술 발신과 창·제작품 유통 전진기지로 만들어나간다는 문화전당 모델이 처음 선보인 것이다.
국내외 공연시장을 겨냥한 블록버스터로 17억여 원을 투입했고 출연진만 48명, 제작진은 100여명에 달한다. 3천석의 공연장을 겨냥한 이 작품은 U자형 대형 입체무대에 첨단 무대 기술을 활용한 블록버스터다. ‘무사’는 조선 중기 병자호란 당시 여인의 몸으로 큰 활약을 한 박씨 부인 이야기인 ‘박씨부인전’이 원전이다. 아시아적 요소(전통 설화)에 마샬아츠와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볼거리와 게임 캐릭터화를 겨냥한 요소 등 현대적 감각을 버무렸다. 향후 관련 서적과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부문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어서 이번 첫 작품의 성공적 안착에 문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이 세계시장 진입에 성공할 경우 대형 창·제작품에 대한 수요가 이어져 지역 예술인과 창제작자, 문화벤처 등의 일자리로 연결되는 선순환구조에 대한 기대 효과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공연에 앞서 국내외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1차 투자행사를 개최한 전당은 이번달 본격적인 투자설명회를 가질 계획이어서 향후 전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1차 행사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유휴공간이 된 대형 아레나 활용을 고민하는 강릉시 관계자와 시장이 직접 공연을 관람하는 등 관심을 보여 향후 성사여부에도 기대가 높은 실정이다.
복원 나선 구도청일원
하드웨어 함께 전시콘텐츠 논의해야
역사적 공간 살릴 핵심은 공간 구성
두 번째는 옛 전남도청 일원 건축물 원형복원이다.
지난해 출범한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단장 김도형)은 지난해 11월 ‘도청 복원공사 설계용역 착수 보고회’를 통해 복원에 대한 밑그림을 발표했다. 옛 전남도청 본관과 별관, 회의실, 전남경찰청(전남도경찰국) 본관·민원실·상무관 등 6개관을 당시 총상흔적 등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세심한 고증을 거쳐 1980년 5월 민중항쟁의 정신적 가치를 배우고 기억하는 교육 장소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향이다.
도청 본관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과정에서 만든 승강기와 공조·전시 시설을 철거하고 상황실 등 5·18 당시 항쟁공간을 고증에 따라 복원한다. 도청 별관 1~2층은 문화전당 소통공간으로 활용하고 3~4층만 복원한다. 도청 본관과 별관, 도 경찰국을 잇던 연결통로도 되살린다. 오는9월께는 최종 설계안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복원 이후다.
5·18 정신의 지속적 공감과 계승 등이라는 과제에서 출발한 복원사업이 이후 콘텐츠가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자칫 박제화된 공간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문화계의 지적은 이어진다. 향후 복원될 공간이 어떻게 세계 시민사회의 발길을 붙들 것인가는 기실 ‘콘텐츠’에 달려있어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하드웨어 복원과 함께 지금부터 치열하게 콘텐츠에 대한 논의가 전개돼야하는 이유다. 추진단은 이경율 전 광주시인권담당관을 전시콘텐츠 팀장으로 선임해 본격적인 준비를 다짐하고 있다.
한 문화계 인사는 “복원된 구 도청일원이 세계시민들이 공감할 만한 콘텐츠를 선보이지 못할 경우 자칫 박제화된 공간, 사람이 찾지 않는 죽은 공간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며 “지금부터라도 가계각층의 세계적 전문가들과 함께 철저히 준비해 문화전당을 세계적인 기억공간으로 만들어가야한다. 그래야 5·18도 살고 전당도 산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화전당은 어린이 문화원을 중심으로 광주라는 공간·시민과의 소통과 지역사회 기여에 어느정도 궤를 맞추고 있다고 평가를 받고 있으나 지역예술계나 시민사회와의 연대 등에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지적을 안고 있다.
조덕진기자 mdeung@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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