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철원 사회부 차장
최근 '잿빛 하늘'이라는 표현으로 미세먼지가 잔뜩 낀 우중충한 날씨를 표현하고 있다. 마치 예전에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봤던 '런던 스모그'처럼 매일같이 위험성을 경고하고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만 곳곳에서 들린다.
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게 '바깥에 나가지 않는 것'이라며 외출 자제를 권하고, 마스크를 무조건 착용하라고 한다.
그런 이야기가 신문, 방송, 인터넷 등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모든 매체에서 똑같이 반복되면서 어느덧 봄풍경은 '마스크를 쓰고 걷는 사람들'로 굳어진지 오래다.
지역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기청정기와 스타일러, 마스크 등 미세먼지 관련 제품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의 경우 공기청정기 판매율이 전년 대비 396%가 급증하기도 했으며 일명 프리미엄 제품이라 불리는 고가의 공기청정기도 같은 기간 대비 32%가 늘어났다. 옷의 먼지를 털어주는 스타일러도 135.7%, 마스크 판매량도 같은 기간 144%가 늘어나는 등 관련 용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모습들은 그나마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일 뿐이다.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어려운 형편에 있는 이들에게는 그저 '남의 이야기'이자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경제력 유무에 따라 미세먼지를 그냥 마시냐 마냐가 결정되는 셈이다.
미세먼지를 막을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저렴한 대책이 미세먼지 차단이 가능한 KF80 이상의 마스크를 쓰는 거지만 한번 쓰면 버리는 일회용인 탓에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런 탓인지 특히 노년층이라 불리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의 경우 마스크를 쓴 이들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대책은 미흡하기만 하다. 저소득층 등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 대신 차량2부제, 외출자제 등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저 '개인 건강은 알아서 지켜라'이것 외에는 뚜렷한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거기에 아직까지도 미세먼지가 국내에서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도 부정확하다. 가장 최근 통계가 2014년인데다 통계에서 제외된 4~5종 소규모 사업장과 비산먼지 등 부정확한 자료로 인해 전문가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은 비공식 미세먼지가 국내 총배출량의 절반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미세먼지에 대한 통계도 부정확한 상황에서 그저 중국발 미세먼지 탓이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일부 지역이 아닌 국민 전체의 건강에 관한 문제에 대해 이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매번 문제가 터질 때마다 '담당 공무원이 1명에 불과해 한계가 있다'는 말은 이제는 식상할 뿐이다.
경제력의 유무를 떠나 모든 이들이 똑같이 건강을 위협받지 않을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 최소한 공기라도 차별 없이 마실 수 있어야지 숨 쉬는 것도 차별을 받는 건 나라가 아니다. 하루빨리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제대로 된 대안이 마련돼 모두가 안심하고 호흡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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