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정 통합뉴스룸 팀장
"이게 나라냐"
2016년 그해 겨울 광장에서 터져나온 침통한 분노는 "나라다운 나라"라는 간절한 기대로, 촛불 대통령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1980년 5월의 광주 금남로도 그러 했으리라. 서슬 퍼런 군사독재의 어둠속 무자비한 총탄에도, 진실을 알리려는 작은 불빛은 횃불로, 민주의 불꽃으로 피어났다. 이 땅의 민주주의만은 지켜 내야 한다는 시대적 책임감에 기꺼이 산화한 수많은 시민들. 그렇게 광주라는 도시는 대한민국 현대 민주사의 상징이 됐다. 인권과 평화, 나눔과 연대가 '광주정신'을 대변하는 키워드가 된 것도 이때부터다.
중앙아시아를 떠돌던 고려인 동포들이 광주에 터를 잡고 집결한 이유도, 민선 6기 광주시가 아시아 각국에 '광주진료소'를 세운 배경도 바로 여기, 광주정신에 있다.
하지만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에 살면서도 지친 한 몸 뉘일 작은 공간을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이들이 있다.
'쉼터'라는 이름의 공간에서 지내는 외국인노동자, 난민들이다.
이곳은 '코리안 드림'의 부푼 꿈을 안고 광주 땅을 밟았지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임금 체불과 폭행, 또 다른 이유로 오늘 밤 잠자리를 잃은 이들이 새로운 터전을 찾기 전까지 잠시 머무는 거처다. 인도 출신으로 국내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한 '빅브라더'가 2014년 마련했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허름한, 낡은 주택 한 채지만 지난 4년여 간 한 달 평균 적게는 10여명, 많게는 20~30여명을 따뜻하게 품어 준 '사랑방'이었다.
어머니의 품 같았던 이 공간은 그러나 이달 말이면 뒤안길로 사라진다. '철거를 위해 4월 말까지 집을 비워 달라'는 통보를 받아서다. 맞다. 재개발이다. 쉼터가 위치해 있는 지역은 도시정비사업 대상지, 이달부터 이주도 시작됐다. 갈 곳 없다고 마냥 버티고 있다가는 담을 넘고 들어오는 용역들에게 강제집행이라는 험한 꼴을 당할지도 모른다.
"사정이 어렵다고 나를 찾아오는 외국인노동자, 난민들을 모른 척 할 수가 있나요. 무엇이라도 해봐야죠." 그간 쉼터를 운영했던 '빅브라더'는 안 그래도 없는 개인 자산을 처분해 이주비용 등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겨울, 본보는 이 같은 우려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광주시는 별도의 공간 마련에 대한 주민 의견 등을 수렴한 뒤 조합, 재개발 수주 건설사 측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에서 쉼터를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데다 주택조합, 시공사 측에 일방적인 제안을 강요할 수도 없다"면서도 "의미 있는 생활공간의 철거를 두고만 볼 수는 없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5개월. 달라진 건 없었다.
'제안은 했으나 조합 측에서 난색을 표해 무산됐다'는 광주시의 입장 변화만 있을 뿐.
오는 6월, 광주는 민주와 인권, 평화를 강조하며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고 주창하는 누군가를 새로운 리더로 선출 할 것이다.
그에게 바란다. 가장 낮은 이들의 곁에 서 있는 광주가 되기를. 그래서 진정한 민주·인권·평화의 도시가 되기를. 더 이상 희망의 불꽃이 사그라들지 않은 따뜻한 곳이 되기를.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 · [무등의 시각] 지구의 경고, 언제까지 무시할 건가
- · [무등의 시각] 그토록 지키고 싶던 권진규의 영원
- · [무등의 시각] "주택담보대출비율 80%로 완화했지만 누가 사"
- · [무등의시각] 바보야! 문제는 설득논리야!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