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우 정치부 차장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어떤 일에 재능을 가진 자에게 적합한 지위나 임무를 맡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민선7기 출범 이후 각 단체장들이 선거 때 도운 사람들에 대한 '논공행상(論功行賞)'을 시작하고 인적쇄신을 위한 인사를 단행하면서 갖가지 뒷말이 흘러나오고 있는 지금, 가장 빈번하게 회자되는 말이다.
민선7기 첫 문화경제부시장 인선과 오는 24일 4급 이상 간부급 인사를 앞두고 있는 광주시의 처지와 꼭 맞아 떨어진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취임하자마자 적재적소 인사원칙을 밝혔다.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인사의 원칙은 첫 번째가 능력이다. 능력에 따른 적재적소의 인사를 하겠다"며 "다만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철학과 가치관이 다르면 함께 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측근이라도, 선거 때 도운 사람이라도, 능력이 되고 방향성이 같다면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재적소가 있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특히 산하기관장 거취와 관련해서는 "임기가 있다는 것은 특별한 일 없으면 보장하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철학과 가치가 전혀 다르면 시민의 선택을 받은 시장이 그 정도는 바꿀 수 있다는 재량도 포함돼 있다"면서 물갈이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능력이 되고 철학과 방향성이 같으면 측근이든, 자기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쓰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지금까지 국회의원과 장관을 거치며 큰 문제없이 올 수 있었던 것은 인사가 만사라는 심정으로 공정하게 해왔기 때문이다", "리더는 적시에 외롭고 고독한 결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 시장의 발언들에서도 확신이 들면 '좌고우면' 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엿볼 수 있다.
이 시장이 앞으로 단체장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얼마나 합리적이고 공정한 원칙으로 적재적소에 인물을 기용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확고한 인사원칙을 가지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일단 출발은 합격점을 줄 수 있을 듯 하다.
산하기관장 물갈이를 위해 민선7기 출범과 동시에 일괄사표를 받은 부산시 사례나 첫 인사를 단행한 광주·전남 지자체 곳곳에서 뒷말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이 시장의 언급대로 인사는 만사다. 사람을 잘 다루고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능력도 리더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다.
사람을 잘못 써 국정이 파탄 나고 대통령까지 파면당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이미 우리 국민들과 광주시민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다.
적재적소를 흉내 낸 어설픈 인사로는 시민들의 지지나 동의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이 시장 본인도 잘 알 것이라 믿는다. 명심해야 할 일이다.
조만간 임명될 문화경제부시장이 그 첫 시험대다. 그 어느 때보다 권한이 막강해질 초대 문화경제부시장 자리에 누가 앉느냐에 따라 이 시장이 가장 듣고 싶어한다는 '우리 시장'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아니면 '정실인사', '측근인사', '인사 난맥상'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돌담도 다 자기 역할이 있다. 말썽이 나는 것은 자기 역할이 아닌 자리에 가 있기 때문이다. 인사 하나만 잘해도 조직이 잘 굴러갈 수 있다"는 이 시장의 말처럼 민선7기 광주시가 적재적소 인사로 제대로 된 항해를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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