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태 정치부 차장
마이크로닷이라는 래퍼로부터 시작된 '채무 미투'가 연예인들로 까지 확산되고 있다. 정확히는 그들 부모의 빚에 대한 대처 논란이 맞겠다. 채무 불이행이 사기이든, 어쩔 수 없는 마지막 선택이었든, 논란의 중심은 '부모(혹은 조상)의 채무를 자녀 (자손)들이 갚아야 하느냐'다.
이 설전은 연예인들의 유명세가 끼어 들면서 도의적인 책임 공방으로 확대되다보니 결국에는 '연좌제'로 이어졌다. 부모가 사기라는 죄를 저질렀고, 그 자녀는 잘못이 없다. 그러나, 부정한 부를 토대로 성장해 현재의 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토대가 없었다면, 부모의 금전적 지원 등을 통해 현재의 위치에도 오르지 못했을 테니 그 자녀도 일정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
자녀가 연예인으로 돈이 많다고 자신이 직접적으로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부모의 채무를 대신 갚는 것은 현대 법이 정한 연좌제 금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사실, 범죄인과 일정한 친족관계에 있는 자에게 연대책임을 지우는 연좌제는 형법 범주지만, 채무 관계는 민법 범주라 전혀 다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어쨌든, 법적으로 부모의 채무를 자녀가 갚아야할 의무는 없다. 내가 가해자 혹은 채무를 갚아야할 위치에 있는 한 사람이라면 연좌제를 언급하며 '그럴 의무 없다'고 거절했을 것이다. 돈은 내가 현실이라는 튼튼한 땅을 걸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일테니까.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자. 우리 부모님에게 사기를 친 가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부를 축척하면서도 뒤늦은 보상이나 어떤 사과도 없었다면 어떨까.
그동안 우리는 돈이 없어 힘겹게 살아가면서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꼭 필요한 공부를 못했거나, 꼭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 건강하던 부모가 당시 사건으로 중병을 얻어 병수발 하는데 시간을 보냈고,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면. 가해자의 자녀들은 연좌제 금지 조항으로 채무에서 벗어나는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왜 연좌제를 당해야 할까.
가만. 피해자 연좌제 패턴은 기시감이 있다. 데자뷰도 아니다. 우리는 친일파 후손들이 부를 대물림하는 동안 독립유공자 자손들은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전두환은 '29만원 밖에 없다'고 발뺌하는 동안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와 그 가족들은 40년의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나 현대사를 관통하며 피해자들이 겪는 연좌제는 상당하다.
일련의 '채무 미투'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이 '연좌제'나 그에 가까운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범죄 수익으로 가족과 친족이 혜택을 봤다면, 가문 단위로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는 의견은 연좌제가 아니라 공동 정범이라는 것이다.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고 범죄 수익이 환수된다면 '연좌제' 논란도 나오지않을 것이다.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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