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신천지교회를 보고 있자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분노가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당분간 그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최근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인해 많은 이들의 일상이 마비될 정도로 아픔을 겪고 있다. 학교는 개학을 미뤘고, 거리의 상점은 불황에 문을 닫거나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스포츠를 비롯한 각종 행사들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원인은 일부 확진자들의 이기적인 행동 탓이다. 확진자들에게 내려진 정부의 지시를 무시한 것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특히 신천지교회가 씨앗이 됐다. 신천지교회는 집회 참석자 중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견됐음에도 정체를 숨겼다. 정부의 요구에도 안하무인 태도를 보이다가 이미 확진자가 크게 퍼진 뒤에 명단을 제공했다. 그것도 전체 명단이 아닌 일부분만 전달했다. 또 감염된 신천지 교인 중에는 무단이탈을 하거나 동선을 속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다. 이 탓에 코로나19 사태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많은 곳이 폐쇄되는 등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입고 있다. 결국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하고 있음을 인정하며 팬데믹을 선언했다.
신천지교회를 비난할 만하다. 때문에 여론은 식을 줄 모르고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우려가 있다. 신천지 교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경우에 대한 걱정이다. 신천지교회의 대표이자 영생을 주장했던 이만희 총회장은 귀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나이를 먹었다. 또 2인자 김남희씨가 최근 이탈과 함께 "이만희는 사기꾼이다"고 폭로했다.
문제는 이만희 총회장의 죽음 이후다. 영생을 주장했던 그가 세상을 떠나면 대다수의 교인들은 패닉에 빠질 것으로 추측된다. 자포자기한 교인들이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과거 신천지교회와 비슷한 종말론을 가진 교인들이 그랬다. 오대양의 경우에는 박순자 교주를 비롯한 32명이 집단 자살을 했고, 영생교는 그들의 진리가 무너졌을 때 많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또 미국에서는 인민사원 사건으로 900명이 동시에 숨을 거뒀다.
이같은 끔찍한 참극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교인들을 받아 줄 수 있도록 사회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침몰하는 배에 적어도 구명보트는 내어 줘야 한다는 의미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맨몸에 바다에 뛰어드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먼저 소수의 신천지 지도부와 나머지 신천지 교인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우리가 설득해야 할 대상은 신천지를 쥐락펴락하는 지도부다. 교인들에게는 따뜻함을 유지해야 한다. 마치 북한 공산당과 북에 사는 주민을 똑같은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되는 것과 비슷하다.
또 이럴 때일수록 가짜뉴스도 줄여야 한다. 근거 없는 비방은 오히려 그들의 결속력을 높이도록 도울 뿐이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외압이 생길 때마다 그들은 더욱 보이지 않게 숨어 버릴 수도 있다. 모략과 거짓이 용인된 특성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내부는 더 공고해질 것이다. 이 상황은 바이러스 확산 사태를 막는데 방해될 것이 뻔하다. 정체를 숨긴 그들이 국가 방역망에 구멍을 냈듯이 말이다.
우리는 때때로 절박함을 이용해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집단을 마주하게 된다. 신천지 교인 역시 그릇된 교육으로 이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한순간 눈이 멀어 실족한 그들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주도록 한번쯤 고민해 볼 시기다.
한경국 문화체육부 차장대우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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