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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의 시각] 김종인만 무릎꿇는다고 될 일인가

@서충섭 입력 2020.08.20. 16:29 수정 2020.08.22. 10:18

왜 끌어안겨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호남을 끌어안겠다고 광주를 찾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의 '무릎꿇기'가 화제다.

김 위원장이라 하면 여야를 넘나드는 정당 리모델링의 전문가다. 당이 엉망이 될 때마다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숫제 뒷골 댕기는 '엉터리 식당'을 경이롭게 되살리는 백종원을 보는 듯 하다.

여야를 넘나드는 업계 전문가인 여든 살 노(老) 정객이 이번에는 미래통합당을 위해 무릎까지 꿇었다. 무릎을 꿇은 것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많았다. 지난 2016년 이때는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던 그는 이미 한 차례 희생자 묘비 앞에서 무릎꿇고 전두환 정권 당시 국보위에서 활동한 전력을 사죄했다.

다만 지금껏 5·18 묘역 내 묘비 앞에서 무릎 꿇은 정치인은 많았지만 이번처럼 추모탑 앞에서 무릎을 꿇은 이는 김 위원장이 최초다. 역대 모든 정치인들은 추모탑 앞에서 분향과 묵념을 했을 뿐 무릎을 꿇은 적은 없다. 물론 무릎 꿇을만큼 잘못한 일이 있었기에 꿇은 것일 터이다. 그러나 추모탑 앞에서 꿇은 것은 희생자 개개인에 대한 참배를 넘어 모든 5·18 희생자와 사건 그 자체에 대한 사죄로 보여 새롭다는 시각도 있었다.

이번 김 위원장의 광주 행보는 본인의 기대 이상으로 고인 물을 휘젓는 효과를 나타냈다. 미래통합당이 5·18 유공자 생활보전금 지원법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이 부산하게 움직이더니 결국 김 위원장이 광주에 온 날 법안을 발의했다.

또 김종인 위원장이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할 당시 일부 5·18 피해자들은 환영 플래카드를 걸었다. 아직까지는 대세를 역행할 수준의 변화는 아니지만 '웬일인가' 하고 눈길을 끌기엔 충분한 모습들이었다.

만약 김 위원장과 미래통합당이 진심으로 광주와 5월이 바라는 숙제를 해결해 줄 때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변화가 올 것이다. 그러나 그 지점까지 가는 데에는 건너야 할 절벽이 무수히 많기에 아직까지는 통일만큼이나 요원한 일일 것이다.

먼저 넘어야 할 것은 미래통합당의 유전자다.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까지 이르는 그들의 정치적 유전자가 간부 몇몇을 바꾼다고 해서 달라지겠는가.

지금은 외면하고 있지만 무턱대고 광장으로 나와 민주주의의 'ㅁ'도 모르는 소리를 해대는 '아스팔트 보수'의 씨를 뿌린 것도 미래통합당이다. 물론 지금 당권을 쥔 간부들이 눈치 없이 '5·18 폭동''광주는 제사에 매달리는 도시'라는 차별발언을 꺼낼리는 없을 테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김진태 전 의원이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통합당의 체질이 정말 바뀌었을까. 김 위원장의 무릎에 안녕을 빈다. 서충섭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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