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끌어안겨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호남을 끌어안겠다고 광주를 찾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의 '무릎꿇기'가 화제다.
김 위원장이라 하면 여야를 넘나드는 정당 리모델링의 전문가다. 당이 엉망이 될 때마다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숫제 뒷골 댕기는 '엉터리 식당'을 경이롭게 되살리는 백종원을 보는 듯 하다.
여야를 넘나드는 업계 전문가인 여든 살 노(老) 정객이 이번에는 미래통합당을 위해 무릎까지 꿇었다. 무릎을 꿇은 것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많았다. 지난 2016년 이때는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던 그는 이미 한 차례 희생자 묘비 앞에서 무릎꿇고 전두환 정권 당시 국보위에서 활동한 전력을 사죄했다.
다만 지금껏 5·18 묘역 내 묘비 앞에서 무릎 꿇은 정치인은 많았지만 이번처럼 추모탑 앞에서 무릎을 꿇은 이는 김 위원장이 최초다. 역대 모든 정치인들은 추모탑 앞에서 분향과 묵념을 했을 뿐 무릎을 꿇은 적은 없다. 물론 무릎 꿇을만큼 잘못한 일이 있었기에 꿇은 것일 터이다. 그러나 추모탑 앞에서 꿇은 것은 희생자 개개인에 대한 참배를 넘어 모든 5·18 희생자와 사건 그 자체에 대한 사죄로 보여 새롭다는 시각도 있었다.
이번 김 위원장의 광주 행보는 본인의 기대 이상으로 고인 물을 휘젓는 효과를 나타냈다. 미래통합당이 5·18 유공자 생활보전금 지원법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이 부산하게 움직이더니 결국 김 위원장이 광주에 온 날 법안을 발의했다.
또 김종인 위원장이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할 당시 일부 5·18 피해자들은 환영 플래카드를 걸었다. 아직까지는 대세를 역행할 수준의 변화는 아니지만 '웬일인가' 하고 눈길을 끌기엔 충분한 모습들이었다.
만약 김 위원장과 미래통합당이 진심으로 광주와 5월이 바라는 숙제를 해결해 줄 때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변화가 올 것이다. 그러나 그 지점까지 가는 데에는 건너야 할 절벽이 무수히 많기에 아직까지는 통일만큼이나 요원한 일일 것이다.
먼저 넘어야 할 것은 미래통합당의 유전자다.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까지 이르는 그들의 정치적 유전자가 간부 몇몇을 바꾼다고 해서 달라지겠는가.
지금은 외면하고 있지만 무턱대고 광장으로 나와 민주주의의 'ㅁ'도 모르는 소리를 해대는 '아스팔트 보수'의 씨를 뿌린 것도 미래통합당이다. 물론 지금 당권을 쥔 간부들이 눈치 없이 '5·18 폭동''광주는 제사에 매달리는 도시'라는 차별발언을 꺼낼리는 없을 테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김진태 전 의원이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통합당의 체질이 정말 바뀌었을까. 김 위원장의 무릎에 안녕을 빈다. 서충섭 사회부 차장대우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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