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가 제갈공명을 얻으려 그를 세 번 찾아가는 삼고초려를 했듯 국민의힘도 광주의 마음을 얻으려 연일 초가집을 찾는 모양새다.
지난 8월 19일과 지난 6일에 걸쳐 벌써 두 번의 방문이 이뤄진 상황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쇼(show) 아니냐'와 '지켜보자'로 나뉜다.
'쇼'라고 보는 이들은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그리고 국민의힘에 이르는 정치적 유전자가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겠냐는 견해로 보인다. 호남이라면 매우 합당하게 가질 수 있는 견해다.
‘지켜보자’는 쪽은 이념적 갈등을 극복하고 5·18이 특정 지역과 정당을 넘어 대한민국의 보통명사로 자리잡도록 국민의힘이 광주에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보인다.
어느 쪽이든 아직까지 국민의힘의 행보에 대해 물음표가 남아 있다. 물음표가 느낌표가 될 지는 국민의힘 하기에 달린 것 같다.
그렇지만 지난 6일 갑작스레 광주를 찾은 일을 살펴보면 전라도 말로 '쪼까 거시기하다'.당시로부터 며칠 전 알려지기로는 국민의힘에서 광주를 명예 지역구로 받은 국회의원 8명이 광주를 온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호남동행 국회의원'인 이들은 비록 지금 호남에 지역구는 없지만 내 지역구처럼 현안을 챙기며 마음으로 다가가자는 것이다. 일종의 이북오도청과 같은 셈이다.
광주를 명예 지역구로 받은 '광주동행' 의원은 윤영석·장제원·이채익·윤재옥·하태경·김은혜·김용판·김예지 등으로 면면이 화려하다.
그러나 처음에는 8명 전부 다 광주에 온다는 식으로 알려졌으나 점점 줄더니 결국 6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은 '광주동행' 의원은 이채익, 윤영석, 김은혜 3명 뿐이었다.
나머지는 국정감사 일정으로 참석이 어렵다는 뜻을 이미 당에 전달했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본분이 국정감사라면, 굳이 바쁜 가운데 전원 참석도 어려운데 행사를 추진한 뜻이 궁금할 따름이다.
하태경 의원의 경우 조금 독특했는데, 그는 오후까지 국정감사에 참여한 후 늦게 급히 광주로 와 5월 단체와의 저녁 회동에 참석하는 성의를 보였다. 그리고 과감한 약속을 했다. 자신이 당내 5·18 TF를 맡게 되면 5·18 망언을 하는 당원에 대해서는 자격을 정지하고 제명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국민의힘은 5·18의 현안인 3법(역사왜곡처벌법·공법단체 설립법·민주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돕고, 또 광주의 예산확보에도 나서겠다며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흠이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 동석한 국민의힘 광주지역 국민통합 위원 중에는 과거 '광주는 5·18 제사에 매달리는 도시'라고 연설에서 막말을 한 지역 인사가 있었다. 모르는 사람은 몰랐으되 아는 이들은 모처럼의 간담회 자리에서 속을 끓였다는 후문이다. 마치 유대인에 악수를 건네며 나치 반지를 낀 격이다.
그렇게 두 번째 초가 방문도 지나갔다. 국민의힘은 국정감사 이후 다시 광주를 찾아온다고 한다. 세번째 방문에서는 용을 얻을 지, 용만 쓸지. 삼고초려가 될 지 '삼초'고려가 될지 궁금해진다. 서충섭 사회부 차장대우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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