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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의 시각] 고향 떠나지 않고 영화할 수 있도록

@김혜진 입력 2020.12.17. 18:21 수정 2020.12.17. 20:00

지난해 7월, 광주 영화인들은 지역 영화 진흥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2017년 지역 영화인들로 구성한 광주영화영상인연대를 만들고 1년여 동안 시와 시의원 등을 설득한 끝에 영상·영화 진흥 조례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조례는 운영위원회를 꾸려 이들이 세운 진흥계획을 토대로 사업을 펼치고 사업 전반을 컨트롤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일각에서는 이 조례가 왜 중요하냐고 물을 수 있겠다. 전문 영화, 영상인들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 조례는 코로나19로 더욱 극명히 드러난, 텍스트에서 영상으로의 사회적 소통 방식 변화에 대비할 수 있기도 하다. 노년층 등 디지털소외계층에 대한 교육,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영화영상산업의 높은 사회·문화적, 경제적 부가가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광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타시도에는 이 조례가 이미 제정된지 오래다.

그러나 시는 1년이 넘도록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조례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운영위원회를 꾸리기 위한 용역·연구 절차가 실행돼야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광주영화영상인연대는 올 한해 대중, 예비영화인들과의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갔다. 의미 있는 기획전은 물론, 지역 영화인 대상 전문인력 양성과정과 시민 대상 제작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수강생 모집이 조기에 마감될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전문인력부터 일반 시민까지 지역 내에 영화 교육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크고 다양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지역 영화영상 생태계를 조성하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 광주영화와 영화인 아카이브, 지역영화정책 연구와 같은 기초연구조사부터 광주영화배급사 설립과 같은 실질적 인프라 조성, 광주영화페스티벌 브랜드 론칭이나 마을영화제작지원과 같이 대중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시민 영상 교육으로까지 이어져야한다.

광주영화영상인연대가 1년여를 외로이 지역 영화영상생태계 조성을 위해 고군분투한 결과 내년부터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내년도 광주시 영화영상진흥예산이 당초보다 2억 늘어난 7억원으로 확정돼 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할 용역·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영화영상 진흥사업의 기초가 되는 운영위원회를 꾸릴 수 있게 된다는 말과 같다.

"저희는 지금 광주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는데요."

허지은, 이경호 감독이 지난 2018년 '신기록'으로 청룡영화상 단편영화상을 수상하며 한 말이다. 한국 최고의 영화상으로 불리는 청룡영화상에서, 지역에서도 수준 높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지난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허지은 감독은 광주에서 영화를 하는 이유에 대해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주변에는 영화를 배울 수 있는 기관이 없어 외지로 떠나는 이들도 많았다. 허 감독 또한 영화를 배우기 쉽지 않아 외지에서 영화를 공부한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어렵게 영화를 배울 수 있었다.

'영화도시'인 전주나 부산이 아닌 대구마저도 영화학교가 만들어졌다. 예비 영화인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영화를 배우고 만들 수 있게 됐다. 광주도 조만간 영화하고 싶은 젊은 이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혜진 문화체육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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