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광주 영화인들은 지역 영화 진흥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2017년 지역 영화인들로 구성한 광주영화영상인연대를 만들고 1년여 동안 시와 시의원 등을 설득한 끝에 영상·영화 진흥 조례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조례는 운영위원회를 꾸려 이들이 세운 진흥계획을 토대로 사업을 펼치고 사업 전반을 컨트롤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일각에서는 이 조례가 왜 중요하냐고 물을 수 있겠다. 전문 영화, 영상인들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 조례는 코로나19로 더욱 극명히 드러난, 텍스트에서 영상으로의 사회적 소통 방식 변화에 대비할 수 있기도 하다. 노년층 등 디지털소외계층에 대한 교육,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영화영상산업의 높은 사회·문화적, 경제적 부가가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광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타시도에는 이 조례가 이미 제정된지 오래다.
그러나 시는 1년이 넘도록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조례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운영위원회를 꾸리기 위한 용역·연구 절차가 실행돼야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광주영화영상인연대는 올 한해 대중, 예비영화인들과의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갔다. 의미 있는 기획전은 물론, 지역 영화인 대상 전문인력 양성과정과 시민 대상 제작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수강생 모집이 조기에 마감될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전문인력부터 일반 시민까지 지역 내에 영화 교육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크고 다양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지역 영화영상 생태계를 조성하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 광주영화와 영화인 아카이브, 지역영화정책 연구와 같은 기초연구조사부터 광주영화배급사 설립과 같은 실질적 인프라 조성, 광주영화페스티벌 브랜드 론칭이나 마을영화제작지원과 같이 대중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시민 영상 교육으로까지 이어져야한다.
광주영화영상인연대가 1년여를 외로이 지역 영화영상생태계 조성을 위해 고군분투한 결과 내년부터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내년도 광주시 영화영상진흥예산이 당초보다 2억 늘어난 7억원으로 확정돼 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할 용역·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영화영상 진흥사업의 기초가 되는 운영위원회를 꾸릴 수 있게 된다는 말과 같다.
"저희는 지금 광주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는데요."
허지은, 이경호 감독이 지난 2018년 '신기록'으로 청룡영화상 단편영화상을 수상하며 한 말이다. 한국 최고의 영화상으로 불리는 청룡영화상에서, 지역에서도 수준 높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지난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허지은 감독은 광주에서 영화를 하는 이유에 대해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주변에는 영화를 배울 수 있는 기관이 없어 외지로 떠나는 이들도 많았다. 허 감독 또한 영화를 배우기 쉽지 않아 외지에서 영화를 공부한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어렵게 영화를 배울 수 있었다.
'영화도시'인 전주나 부산이 아닌 대구마저도 영화학교가 만들어졌다. 예비 영화인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영화를 배우고 만들 수 있게 됐다. 광주도 조만간 영화하고 싶은 젊은 이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혜진 문화체육부 차장대우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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