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 자타공인, 국민MC 다운 소감이었다. 2020년 MBC 연예대상을 수상한 유재석이 소감을 전하는 데 쓴 시간은 8분. 대부분의 수상소감이 1~2분 내에 끝난다는 점에서 유재석은 상대적으로 긴 시간에 걸쳐 소감을 전달한 것이다.
지상파 3사에서만 15회에 달하는 대상을 수상한 MC답게 8분에 달하는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동안 그의 발언엔 막힘이 없었으며 꾸미거나 보탬도 없었다. 유재석의 수상 소감 동영상에는 '역시 유느님이다', '긴 시간의 수상소감을 하는데도 끝까지 볼 수밖에 없었다','감동이다', '대상의 품격이다'고 입을 모았다. 그도 그럴것이 그의 수상 소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평범한 일상을 잃었다. 그 역시 전과 다른 방송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힘든 시기를 보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살아남았고 대상을 거머줬다. 그런 그가 말하는 수상소감의 절반은 가족을 비롯해 제작진과 스텝, 출연진에 대한 감사함이었다. 한 명 한 명 정성스럽게 이름을 부르며 감사함을 덧붙였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개인의 이름을 호명하기에 앞서 '우리'를 붙인 것이다. '우리'는 공동체문화 의식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다. 유재석은 혼자서는 하기 힘든 일이지만 우리가 함께했기에 상을 받게된 것이라며 트로피는 혼자 받지만 결코 혼자 받는 상이 아님을 강조했다. 실제로 수상소감 내내 그가 언급한 '우리'는 모두 54회에 달한다.
유재석의 말처럼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우리'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뒤이어 그는 방송관계자들에게 부탁의 말을 꺼낸다. 개그맨 후배들을 위한 작은 무대를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MBC에서 개그 프로그램이 사라진 지는 8년이 됐으며 최근 KBS의 간판 개그 프로그램이었던 '개그콘서트'도 폐지됐다. 누구보다 긴 무명시절을 보냈던 그였던 만큼 일자리가 없어져 앞길이 막막한 후배들이 걱정됐을 것이다. 유재석의 말처럼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것은 방송인이라면 누구나 감수해야 할 일이지만 최소한의 기회마저 박탈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는 비단 개그맨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코로나 장기화로 4차례에 걸친 긴급재난지원에도 불구하고 영세상공인들의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사회 곳곳에 영세소상공인들을 위한 작은 무대가 마련되길 함께 바라본다.
유재석은 마지막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후배 개그우먼 박지선씨를 추모했다. 그의 추모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설리와 구하라씨의 명복을 빌어 주변을 뭉클하게 했다.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한다. 2020년이 코로나로 인류에게 가장 어두운 시기였다면 2021년은 그 어둠을 딛고 가장 밝은 한 해가 될 것이라 믿는다. 신축년 새해는 스스로 생명을 끊는 이들이 없도록 혹은 그런 극단적 시도를 하지 않을 정도의 관심과 사랑이 넘치는 따뜻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김현주 편집부 차장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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