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4일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은 이용섭 광주시장이 브리핑룸 단상에 섰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송구스럽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전국)16번째 확진 환자가 광주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시민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 이번에는 김영록 전남지사가 같은 차림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말로 입을 뗀 김 지사는 전국 22번째이자 전남지역 첫 환자 발생을 알렸다. "도민의 협조만 있다면 가능한 모든 조치를 동원해 지역사회 전파를 막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 목소리엔 자신감이 묻어났지만 가늠하기 어려운 중압감도 엿보였다.
그렇게 꼬박 1년이 지났다. 여름이면, 또 겨울이면 잡힐 수 있을 것 같았던 신종 바이러스의 확산세는 그러나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안심했다 싶으면 불거지는 감염 쓰나미에 누구 하나 예외 없이 힘든 1년을 보냈다.
그 사이 광주의 환자는 1천470명을 넘어섰고, 전남은 600명대를 아슬아슬하게 지키고 있다.(이 칼럼이 작성되는 시점에서의 전남지역 공식 확진자는 695명, 어쩌면 글이 독자에게 닿을 때 쯤엔 700명대를 넘어섰을지 모르겠다.)
누적 진단검사 건수만도 광주 43만9천779건, 전남 32만5천298건에 달한다. 광주시민 10명 중 3명 이상, 전남에서는 전체 인구의 17.3%가 진단검사를 받은 셈이다. 일부 감염병 취약시설 관련자 모니터링 차원에서의 중복 검사 수치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감염병이 내 집 앞, 아니 코 앞까지 다가왔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코로나 쇼크 지난 1년 동안 목숨을 잃은 지역민도 22명에 달한다. 대부분 요양원과 요양병원 입원 중 감염된 사례다. 외부요인에 의해 의료기관 내로 유입된 바이러스가 감염의 감염을 거치며 애먼 이들의 목숨까지 빼앗았다.
그간 대부분의 확진자들은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갔다. 83%가 '완치'라는 개념의 '격리해제'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당수는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지독한 바이러스는 사라졌지만 그 생채기가 몸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맛도, 냄새도 느낄 수 없다. #치매에 걸린 듯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 #끊이지 않는 기침과 가래, 두통과 설사, 몸살에 시달린다. #불안하고 우울하다. #사람들을 대면하기 두렵다.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완치 아닌 완치'라고 말하는 이들이 호소하는 후유증 증세 중 일부다.
얼마 전 국내 첫 코로나 환자 발생 1년에 맞춰 기자와 인터뷰를 가졌던 경북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이자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인 김신우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해 '결코 가볍지 않은 병', '완치라는 개념이 없는 병'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문 치료를 받는 격리 기간에는 물론 회복 후에도 장기간,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신체적, 정신적 증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완치자들이 왜 '퇴원 이후의 삶이 더 고통스럽다'고 말하는지 고민해야봐야 한다"고 말했다.
산발적인 감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느슨해진 경각심 때문일 것이다. 2021년 어느 날에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다시금 마스크를 정비해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정치부 차장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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