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예술의 테마파크'. 16년 전 어등산을 관광단지로 개발할 때 세운 목표였다.
당시 광주시는 광산구 운수동 어등산 일대 84만평에 총 사업비 5천79억원을 들여 특급·가족호텔과 콘도, 다기능 문화센터, 전망대,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갖춘 복합레저단지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시민들은 낙후된 광주에 봄이 찾아왔다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2021년인 지금, 어등산 관광단지는 16년째 표류 중이다. 여러 기업들이 개발에 도전장을 냈으나 특혜의혹을 받는 등 여러 문제로 무산되기 일쑤였다. 최근에도 광주시와 서진종합건설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어등산 관광단지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협상 마감일인 지난 16일에는 시각 차이를 재확인 했을 뿐, 진전 없이 헤어졌다. 앞으로 정부부처의 유권해석을 통해 협의할 계획이다.
어등산 개발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은 애가 탄다. '어등산의 저주'라고 불릴 정도로 어등산 개발업체들이 매번 사업실패 수순을 밟고 있어서다. 이번에도 첨예하게 엇갈리는 입장차에 진척 없는 협의만 되풀이 됐다.
시민들이 가장 실망스러워 하는 점은 논의 내용이다. 단지 '협약이행 보증금'을 조율하지 못해 진척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이용할 공간을 위해 어떻게 꾸미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지 등을 논의 하는 것이 아니라 보증금 문제로 발목을 잡고, 잡히는 것이 안타깝다.
시는 부지 매입과 기반시설 조성·관광시설 완공까지 포함해 총 사업비를 4천800억원으로 보고 480억원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서진건설은 공모지침인 민간투자법에 준용한다는 총사업비 산정 관련법을 내세워 기반사업비 193억원의 10%인 19억원 정도만 협약이행 보증금으로 내겠다는 입장이다. 이 싸움은 2019년 7월부터 1년 6개월째 이어져 오고 있다.
이들의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시는 어등산 관광단지를 놓고 앞서 개발 실패를 경험했던 터라 리스크를 줄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2005년부터 시작된 어등산 개발은 민간사업자의 재정난과 사업성 부족 등 이유로 관련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 탓에 사업부지가 10년이 넘도록 빈터로 남아 빈축을 샀다.
그렇다고 서진건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보증금을 480억원이나 내라는 것은 큰 짐이다. 공사 비용이 기반시설, 땅값, 설계비 등을 포함하면 1천억원이다. 서진건설이 매일 수천만원의 이자를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불합리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협약이행 보증금을 1% 넘게 받는 곳은 전국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광주는 10%나 받는다. 평동공단 사업에서도 1% 수준만 요구했던 것을 보면 광주시의 법해석이 과하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황폐한 땅을 되살려 주민 휴식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어등산 관광사업. 기대와 달리 지지부진한 줄다리기만 이어가는 모습에 시민들은 지친다. 이런 식이면 어느 업체가 와서 투자하고 개발하고 싶을까. 명품 도시를 만들겠다는 광주가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이켜볼 시점이다. 한경국 디지털미디어부 차장대우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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