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족은 유럽 최북단에 사는 소수민족이다. 러시아와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을 접한 북극에 거주하는 이들로, 15~16세기부터 인접 유럽국가로부터 탄압과 박해를 받기 시작했다. 19세기~20세기 초까지도 이들은 기나긴 설움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열등 인종이라는 이유로 불임수술을 당하기도했다. 문화탄압은 물론이었다. 사미족에게는 대대로 민간신앙이 내려져왔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무당과 같은 존재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종교나 문화는 유럽의 것보다 '하등하다'는 이유로 박해받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사미족 전통 의상 또한 무사하기 어려웠다. 특히 사미족 북부 여성부족들이 쓰는 모자인 라조가피르는 생김새를 이유로 악마를 상징한다고 해 사용을 금지시켰다.
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미족의 여러 전통이 사라졌고 라조가피르 또한 마찬가지였다. 라조가피르를 만드는 방식 또한 잊혀졌다.
사미족 출신의 작가 오우티 피에스키는 지난 2017년부터 고고학자와 협업해 라조가피르의 역사를 찾아나섰다. 라조가피르는 의외로 유럽의 박물관에서 발견됐다. 그들이 '악마를 상징한다'고 박해했던 것을 역사적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에 걸어놓은 것. 이와 함께 라조가피르 제작 방법까지 복원한 오우티 피에스키는 이것을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여성 선조의 긍지의 모자'.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소수 민족, 여성에 가해지는 폭력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이 작품은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주제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담아낸 작품 중 하나다. 이번 비엔날레는 그동안 주류로 여겨져왔던 서구 사회, 남성 중심에서 벗어난다. 또 논리적이냐 비논리적이냐는 이분법적 사고를 탈피하고 국가나 민족, 마을이 예로부터 전해져내려오는 공동체적 지혜를 탐구한다. 이를 통해 서로 연대하고 아픈 일을 치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본다. 예를 들면 우리 선조들이 마을 당산나무에 제사를 올리며 서로 연대하고 또 '올 한해는 평안할거라' 여기며 마음에 여유를 얻었던 것을 작품화 하는 자리다.
올해는 주제가 어느 때보다도 명확히 드러나 주제만 알고 가더라도 전시를 즐기기에 좋다. 광주비엔날레를 어렵게만 생각했다면 올해가 바로 어렵지 않게 다가가기 좋은 때가 아닐까. 김혜진 문화체육부 차장대우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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