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영국 시인 T.S.엘리엇의 시 '황무지'의 일부분이다.
그는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힘들어했던 이들의 마음을 모른 채 따뜻한 계절이 온 것이 야속하다는 의미로 표현을 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아픔을 지닌 이들에게는 말 그대로 '4월은 잔인한 달 '일 뿐이다.
4월 16일은 꽃다운 아이들과 무고한 국민이 진도 앞바다에서 하늘의 별이 된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날이다.
벌써 올해로 7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에 가족들은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어느덧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묻히고 사라지면서 그때의 아픔도 희석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유가족들의 마음속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제는 진도항으로 명칭이 바뀐 구 팽목항에 홀로 남은 우재 아빠부터 안산을 떠나 광주에 정착한 유민 아빠 등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 4월은 언제나 잔인한 달일 수밖에 없다.
공식적으론 단순 해양사고에 인재가 더해진 사고라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난해 12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요청안'이 국회를 통과한지 120여일이 지난 14일 특별검사 후보추천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국민의힘에서 뒤늦게 위원 추천을 마무리하면서 7명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 구성이 마무리됐다.
특검에서 그동안 의문 또는 논란으로 남았던 문제를 비롯해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이번에는 여야가 제대로 협력을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세월호 참사로 고통받고 있는 모든 이들이 더 이상 4월을 잔인한 달로 기억하지 않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그 누구도 달래줄 수 없지만 최소한 다른 의혹으로 고통받는 일은 없도록 해줘야 하는 게 국가의 책무다.
5·18민주화운동도 마찬가지다.
41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풀리지 않는 암매장 의혹 등을 비롯해 최소한 남아있는 이들에게 가족의 행방은 알려줘야 한다. 유가족들도 대부분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4월과 5월이 우리에게 아프고 잔인한 달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따뜻한 봄볕이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그런 날이 올해에는 꼭 올 수 있기를 바란다.
또 광주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미얀마 국민들에게도 하루빨리 따뜻한 봄날이 찾아왔으면 한다. 도철원 취재1부 차장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 · [무등의 시각] 지구의 경고, 언제까지 무시할 건가
- · [무등의 시각] 그토록 지키고 싶던 권진규의 영원
- · [무등의 시각] "주택담보대출비율 80%로 완화했지만 누가 사"
- · [무등의시각] 바보야! 문제는 설득논리야!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