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의 창

무등일보·아시아문화원 공동기획 아시아문화의 창 <12>동아시아 표류기 연구 성과 및 방향

입력 2018.11.03. 00:00
아시아 자체의 시선으로 아시아를 바라보다

 아시아의 표류기는 실존인물의 여정에서

 겪는 사건과 견문을 기반으로 한다.

 오늘날 표류기 연구는 상당한 궤도에

 올라있는 상태지만, 여전히 관방기록

 분석을 통한 국가체제 연구나 개인기록

 소개 위주의 연구로 그 한계를 확인할 수 있다.

 

 표류기에는 표류한 주인공, 출발지, 표류지,

 표착지라는 다양한 분석요소가 있다.

 단순히 표류기의 여정을 소개하고 이를

 분석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표류기를 분석

 요소별로 나누어 연구하면 다양한 연구주제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시아 문화연구 생태계는 정복의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서구의 문화적 맥락 서구적 시선에서 아시아 그 자체의 시선으로 아시아를 바라보는 연구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낯선 대상이나 이질적인 존재에 대한 논의에서 눈에 띠게 확인되는데, 과거 아시아인들이 겪은 다양한 서사 속 아시아의 모습이 뒷받침하고 있다.

 표류기(漂海敍事)는 뜻하지 않게 정처 없이'표류(漂流)'하면서 낯선 곳에서 돌아와 남긴 기록으로서, 박진감 넘치는 해양체험과 이국의 풍속·제도 등의 견문을 기록한 역사기록이자 서사물이다. 특히 표류한 사람이 남긴 기록은 관찰 대상이 되는 각국의 생생한 모습이 실려 있는데 그 나라의 산천, 사람, 제도, 사회, 풍습, 유적, 각종 문물 등, 내용 또한 상당히 다채롭다.

 아시아문화연구소는 이러한 아시아 문화연구 생태계와 표류기 특성에 주목해 2년(2016~2017년)에 걸쳐 '아시아 표류기 현황 조사 및 자원 발굴 사업'과 '아시아 스토리 심화연구: 표류기'를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본격적인 아시아 곳곳에 산재해 있는 표류기를 수집해 아시아의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학술적으로 우수한 원천소스를 확보하였다.

 

 # 표류기 연구현황

 표류기 연구는 도서지역이라는 지정학적 위치상 가장 많은 표해사건이 발생했던 일본에서 선구적인 연구가 진행되었다. 일본은 표류를 통해 들어온 이방인을 자국으로 돌려보내는 송환체계가 오래전부터 마련되어 이와 관련된 별도 관청과 기록관을 통해 체계적인 기록이 이루어졌다.

 한국에서의 표류기 연구는 2000년대에 들어서서 활발해졌다. 초기연구는 한·일 관계에 집중해 대표적인 표해 관련 자료를 분석하여 자료의 역사적·문헌적 성격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표류라는 사건의 서사보다는 표류라는 사고를 처리하는 조사서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자료이기 때문에 바다라는 공간과 표류라는 사건에 집중하기보다는 기록 자체만을 강조했다는 한계를 보인다. 이후 개인의 표류기록에 주목한 연구는 크게 해양문학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국문학계와 해양사관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역사학계의 큰 지류가 확인된다. 국문학계는 고전문학의 새로운 연구과제로 제시하여 그 의의를 논하거나, 표류기가 갖고 있는 서사구조 분석해 콘텐츠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등 표류가 가지는 문화사적 의미를 도출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역사학계의 경우 원전(原典)의 번역 작업을 통해 다수의 표류기가 영인 및 번역 발간되었으며, 송환체계 및 송환의 과정을 연구함으로써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살펴보는 거시적 연구를 진행하며 여러 결과를 도출해냈다.

 한편, 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 사업을 통해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권역의 연구조사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연구를 통해 아시아 권역 가운데 바다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동남아시아 해양지역에 표류기가 거의 남아있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표류기에서 반드시 나타나는 것이 '귀향歸鄕'인데, 자신이 속한 영토로 돌아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의 표출이다. 따라서 표류를 매개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언어와 체계의 공통문화권을 지니고 있던 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난 기록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림1중앙# 

#표류기 연구성과 

 1. 한국

 1) 양지회 '표해록'

 1818년 나주출신 지식인 양지회는 제주의 기근을 진휼하고 돌아오던 중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표류된다. 표류된 지 16일 만에 어선에 의해 구출된 양지회는 중국 닝보에 표착하고 여러 지역을 거쳐 베이징으로 옮겨진 후 같은 해 11월 집으로 귀환한다. 양지회의 '표해록'은 현재 유일본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소장되어있다. 1책 38장의 한문본으로 1821년 최시순이 쓴 서문과 본문으로 구성되어있다.

 2) 김수증 '법성전'

 법성전은 김수증(1624∼1701)이 1665년 희령산에서 만난 승려 법성에게 들은 표류기를 기록한 것으로 곡운집 권6, 잡문에 실려 있다. 그의 문집인 곡운집은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국립중앙도서관 등 다수에서 소장중이다.

 

 2. 일본

 1) 달단표류기

 1644년 4월 에치젠의 미쿠니우라 신포 상인 58명이 3척의 배로 홋카이도마쓰마에로 향하던 길에 표류해 달단에 표착한다. 이후 현지인에 의해 43명이 피살되고 15명의 생존자들은 포로 생활을 하다 중국으로 옮겨져 조선을 거쳐 이듬해인 1645년 6월 일본으로 귀환하게 된다. 이들의 송환과정을 통해 당시 한중일 정세를 알 수 있으며, 달단 사람들의 언어사용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어 당시 동아시아 전반의 정보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이본은 현재 50점으로 소장본을 확인할 수 있다. 

 2) 야스다 요시카타 '조선표류일기'

 1817년 6월14일 에라부지마의 사쓰마번사로 근무하던 야스다 요시카타가 공무를 끝내고 사쓰마로 돌아가기 위해 에라부지마를 출발하던 중 표류하여 조선의 충청도 비인(庇仁)에 표착하였다. 모두 7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본 고베대학 부속도서관에 소장중이다.

 3) 모리야마 테이지로 '청국표류도'

 '청국표류도'는 나하에서 사쓰마로 향하던 교역선이 폭풍우를 만나 난파되어 선원들이 양자강 하구 부근에 표착해 돌아와 화가와 필자를 섭외해 이들의 구술을 채록하고 삽화를 그린 3축의 두루마리이다(상권 40cm×2312.8cm, 중권 40cm×2217.4cm, 하권 40cm×2365.8cm). 일본 표류민의 송환체계와 류큐인의 위상을 파악하고 검토하는데 유용한 문헌이며, 강남의 풍습과 생활문화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3. 중국

 1) 반정규 '안남기유'

 푸젠성 진장사람인 반정규는 1688년 겨울 광둥 양장 지역을 가려던 중에 표류해 월남 완닝주의 장핑항에 이르게 되었다. 현지의 배를 사서 귀국 한 뒤 지도와 자신의 견문에 근거하여 '안남기유'를 저술했는데, 전문이 2천여 자에 불과하지만, 월남의 월남의 산천과 풍토를 연구하는 자료로 가치가 있다.  

 2) 채정란 '해남잡저'

 타이완 펑호사람인 채정난은 1835년 가을에 푸젠성으로 향시 응시하러 갔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에 월남으로 표류하게 된다. 해로가 아닌 육로로 이송되면서 월남의 산천, 풍토, 제도 등을 견문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후 도중에 보고 들은 것들을 두권으로 나누어 일기형식으로 기록하였다.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아시아의 표류기는 실존인물의 여정에서 겪는 사건과 견문을 기반으로 한다. 오늘날 표류기 연구는 상당한 궤도에 올라있는 상태지만, 여전히 관방기록 분석을 통한 국가체제 연구나 개인기록 소개 위주의 연구로 그 한계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다양한 연구 성과를 좀 더 활용해 앞으로 연구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해양을 매개로 발생하는 사건인 만큼 다양한 분야를 기반으로 통섭형 연구가 필요하다. #그림2왼쪽# 

 둘째, 다층적 연구를 진행해야한다. 관방기록과 개인의 기록을 분리해 연구할 것이 아니라 표류기가 집필된 당시의 관방기록을 확인해 비교 분석함으로써 표류기 연구를 좀 더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표류기에는 표류한 주인공, 출발지, 표류지, 표착지라는 다양한 분석요소가 있다. 단순히 표류기의 여정을 소개하고 이를 분석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표류기를 분석요소별로 나누어 연구하면 다양한 연구주제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보배(아시아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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