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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원의 트빌리시편지

한희원의 트빌리시 편지 <37> 조지아 남부도시 보르조미

입력 2020.07.23. 14:42 수정 2020.07.23. 18:28
아름다운 숲 따듯한 날씨, 조지아인이 사랑하는 휴양지
과일

시내 중심엔 차이코프스키 동상

센트럴파크엔 프로메테우스 동상

센트럴 파크 공원에선

오리지널 미네랄워터 마실 수 있어,

다른 지역 탄산수와는

전혀 다른 맛 경험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단연

온천수로 채워진 야외 수영장

아침식탁에 앉아

아침식탁에 앉아 햇살을 맞이한다

성당의 종소리와 아이들의 합창처럼 들려오는 새 소리가

화음을 이루며

밤 새 못된 꿈에 시달린 나에게 찾아온다

생의 무게를 짊어진 늙어가는 사내의 등에 내리는 햇살은 잠시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한다

우유와 단단히 굳은 빵 한조각의 식사이지만

햇살이 함께 하는 식사는

어느 식단보다 풍성하다

낮게 들리는 새소리와

낮게 찾아온 햇살

낮게 물든 푸른 잎은

상처를 치유해준다

그들은 연민하고 배려하고 공평하다

올려다보게 하지 않는다

그냥, 무심히 수평의 모습으로 찾아온다

말없이 떠나간 연인에게도

숨겨진 칼날에게도 그렇게 찾아온다

낡은 벽에 오래 걸려있는 시간에게도 햇살은 비춘다

언젠가 식탁을 떠나 이방인의 모습으로 어딘가에 떠돌고 있어도

이곳의 햇살과 이 시간은 그대로 있으리라

다만 그리움으로 남아 있으리라 (한희원)

화분에 핀 꽃 

'남쪽'이라는 단어를 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진다.

낮은 산과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둥실 떠있고 어느 누구든 곰살궂게 반겨주는 마을이 있는 곳. 그곳에 가면 각박했던 마음일랑은 송두리째 사라지고 평안이 찾아오는 것 같은 그런 온화한 느낌을 주는 단어가 '남쪽'이다.

조지아의 북쪽은 러시아와의 국경지대로 높은 산이 즐비한 산악 지형이다. 산악 마을인 메스티아, 우쉬굴리, 스테판츠민다 마을이 있는 카즈베기, 지금은 러시아에 속한 남오세티야, 달트로, 오말로 등 해발 5000M를 넘나드는 고산지역이 북쪽이다.

조지아의 남쪽은 터키와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과 경계를 이룬다.

시그나기, 다비드가레자, 바르지아, 흑해의 항구 도시 바투미 등 비교적 평야 지대가 많은 곳이다. 아할치헤와 바르지아는 조지아 중남부지역으로 아르메니아와 터키의 접경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바르지아는 트빌리시에서 남쪽으로 265km쯤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동굴 도시 바르지아에 가기 위해서는 보르조미와 아할치헤를 거쳐 가야 한다.

보르조미는 조지아의 최대 국립공원인 조르조미 카라가굴리 동쪽에 위치한 휴양 도시다. 캐나다와 스위스의 유명 휴양지처럼 잘 가꾸어진 숲과 동화 속에 나올법한 집들로 이루어져 있다. 명성이 자자한 관광지에 가면 그 지역만이 갖는 고유성이 희석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여기도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 관광지답게 조지아의 전통적인 느낌은 별로 없다. 그렇지만 조지아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이다.

보르조미는 광천수가 유명하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광천수로 조지아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 광천수를 쉽게 살 수 있다. 광천수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숲과 따뜻한 날씨로 제정 러시아시대 때 러시아 귀족들의 휴양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도 이 광천수를 즐겨 마시며 이곳에서 요양을 했다고 한다. 보르보미 시내 중심에는 차이코프스키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그와의 인연을 말해준다.

침잠의 시간 

보르조미는 해외에서 온 여행자들이 숙박을 하기 보다는 바르지아를 가기 위해 잠시 머무는 곳으로 대중 교통편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쉽게 오지 못한다. 보통 트빌리시에서 아침 8시 반에 출발해 3시간 정도면 보르조미에 도착한다.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낸 후 아할치헤와 바르지아를 들러서 트빌리시로 돌아오면 밤늦은 시간이 된다.

보르조미 시내에는 센트럴 파크라 불리는 공원이 있다. 그런데 이 공원에서 뜻밖에도 오리지널 미네랄워터를 마실 수가 있다. 다른 지역에서 판매되는 보르조미 탄산수와는 전혀 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또 공원에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기구가 있고, 카페, 레스토랑이 있어 조지아인들이 가족 단위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산책로를 따라 한적하게 걷다보면 폭포와 프로메테우스 동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온천수로 채워진 야외 수영장이다. 가히 온천수로 유명한 곳임을 증명하는 듯하다. 그리고 공원 입구 오른편에는 케이블카가 있다.

보르조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은 골든튤립호텔이다. 19세기 역사적인 건물로 주 러시아, 이란 영사를 지닌 미르자 레자 칸의 여름 별장이다. 하얀 빛이 나는 마린블루의 건물 색과 아라비아 문양, 거기에 러시아풍의 형체가 조합된 아름다운 건물이다. 해외 관광객보다는 자국민들에게 인기가 많은 보르조미. 우리도 이곳을 스치듯 지나간다.

한희원

시인을 꿈꾸던 문청출신의 한희원은 조선대 미대를 나와 교사로 활동하다 1997년 '내 영혼의 빈터'를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며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50여 차례의 개인전과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다. 2015년 양림동에 '한희원 미술관'을 개관했다. 화업 45년 만에 화가의 길을 침잠하기 위해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일년 동안 작업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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