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낯선 곳의 새로움은 외로움을 통해 작품에 녹아난다

입력 2021.01.14. 18:10 김혜진 기자
화가의 안식년, 한희원의 트빌리시 편지
<58> 조지아를 찾은 러시아 작가 푸시킨, 톨스토이, 고리키(1)
한희원 작 '푸른나무 아래 기도'

겨울나무

거친 눈이 내리는 밤

길을 걷는다

세찬 바람에 눈을 뜰 수 없다

휘몰아치는 폭설에

거리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흔들린다

사람들은 옷깃을 부여잡고 황급히 길을 걷는다

그러나 나무

거친 눈발에도 검은 몸을

온통 드러낸채

침묵으로 서있다

생명

그 모습은 생명이었다

냉소하고 가볍고 요란하고 할퀴는 삶이 아닌

대지에 뿌리를 박고

묵묵히 서 있는 그의 모습

눈 내리는 밤

나는 오랫동안 길을 걷지 못하고

나무 곁에 서 있었다

나무를 닮아가고 싶었다

나무가 되고 싶었다 (한희원 )


어느 유행가 가사에서 인생을 나그네길이라고 한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을수록 이 노랫말이 더 실감나게 느껴진다. 부초처럼 떠도는 생의 시간을 나그네는 홀로 걷는다. 말동무가 있어 무리를 지어 가는 사람을 나그네라 부르지 않는다. 오롯이 혼자 길 위에 선 이를 나그네라 명명한다. 혼자 걷는 길은 성찰하는 시간도 되지만 외로움을 동반하기도 한다. 젊은 시절에야 친구 없이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지만 나이가 들수록 생경한 곳을 홀로 여행하거나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어렵게 된다. 혹독한 외로움을 몸이 체득해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까운 친구가 작별인사도 없이 먼 길을 떠나고, 친분을 유지했던 이들마저 곁에 오지 않고 나 또한 찾아가지 않으면 외로움의 농도는 더 짙어진다.

스님들은 몇 달간의 동안거를 마치면 세상에 나와 떠돈다. 세상에서 겪은 일들은 혼자만의 성찰을 넘어 더 깊은 삶으로 합류하는 과정이다. 정처 없이 걸으며 떠돌면 방황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방황의 최고의 사치는 여행이다.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은 갇혀있는 세상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보는 일이다. 새로움을 만났을 때 삶의 결은 더욱 깊어지고 시야도 확장된다. 그래서인지 예술가의 여행은 좀 더 특별하다. 낯선 곳에서는 작품도 새로움을 흡수하며 변화한다. 내면의 감옥에서 벗어나 또 다른 영혼을 만나 개화한다.

한희원 작 '쿠라 강변에서'

폴 고갱은 증권 중개사로 일을 하다 화가 생활을 결심한 후 원시의 섬 타히티로 떠나 찬란한 생명을 일깨워주는 색채의 작품을 그렸다. 수화 김환기는 가장 무르익던 시절에 홀연히 뉴욕으로 떠나 극심한 외로움과 투쟁하며 명작인 점화를 탄생시켰다. 많은 예술가들이 여행을 하거나 새로운 환경 속에서 변화된 작품을 선보인다. 근현대에 들어 수많은 예술가들이 파리나 뉴욕으로 간 후 자신의 예술세계를 새롭게 꽃피웠다.

예술가들은 동경하는 곳에서 새로운 문물을 경험하고 영감을 얻기도 한다. 코카서스의 고산이 가로지르는 조지아도 그런 곳이리라. 사계절이 뚜렷하고 해발 5,000m가 넘는 코카서스 산맥의 눈 덮인 고봉. 산과 산 사이를 흐르는 강이 허허로운 들녘을 넘어 도시를 가로지르는 나라 조지아. 봄여름은 따뜻하고 가을은 신선한 공기가 짜릿하며, 산언덕에 만추로 변한 나무는 마음을 흔든다. 겨울 산악지역은 눈보라 속에 사람들이 범접할 수 없다. 그러나 동토의 땅 시베리아의 혹한은 더 심하다. 시인 윤동주는 한 번도 가지 않은 코카서스를 이렇게 되뇌기도 했다.

간(肝) -윤동주

바닷가 햇빛 바른 위에

습한 간(肝)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서스 산중(山中)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들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는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혹독한 긴 겨울을 견뎌야 하는 러시아 작가들에게 조지아는 영혼의 안식을 주는 이상향이었으리라. 국경을 가로지르는 첩첩 고산을 넘으면 와인과 따뜻함이 반기는 나라. 그래서인지 러시아의 작가들은 젊은 시절에 조지아로 넘어와 생활하며 작품을 썼다. 어느 작가는 도피처로, 어떤 이는 지친 심신을 회복하기 위해서,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 톨스토이, 막심 고리키, 한국의 소설가 이태준, 이기영, 시인 이찬도 1945년 해방직후 조지아를 방문했다. 앙드레 지드는 고리키의 장례식에 참석하였다 트빌리시와 스탈린의 고향 고리를 찾았다. 조지아를 찾은 이들은 어떠했을까?

한희원

시인을 꿈꾸던 문청출신의 한희원은 조선대 미대를 나와 교사로 활동하다 1997년 '내 영혼의 빈터'를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며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50여 차례의 개인전과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다. 2015년 양림동에 '한희원 미술관'을 개관했다. 화업 45년 만에 화가의 길을 침잠하기 위해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일년 동안 작업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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