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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캠퍼스의 주인 아닌 세입자

@김지용 청연한방병원 병원장 입력 2018.06.25. 00:00

김서라 전남대학교 철학과 대학원 박사과정

전남대학교 인문대학은 학교에서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언덕 위 유동인구가 특히 많은 곳이 인문대학 1호관 앞 벤치, 통칭 '인벤(인문대벤치)'이다. 인벤 뒤에는 언덕 한편에 울창한 숲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그 숲은 인문대를 외부로부터 살짝 가려주어 전경을 오붓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오늘부로 더 이상 인문대에서 이런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렵게 되었다. 언덕 한 쪽이 포크레인의 삽날에 무차별적으로 베어진 것이다. 학생들이 모여들던 커다란 나무 그늘에는, 이젠 쨍한 햇볕만이 그대로 내리쬔다.

징후는 몇 주 전부터 시작됐다. 독일문화원으로 이용되던 옛 박물관 건물이 있는 언덕에 디지털도서관을 짓는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이다. 말 그대로 소문이었는데, 어디서부터 난 소문인 것인지, 어디에 공식 정보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디지털도서관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 부지에 있는 나무를 모두 벨 것인지, 파서 다른 곳에 심을 것인지, 옛 박물관 건물은 보존될 것인지, 언제부터 공사를 시작하는지, 이런 것들을 알려면 어디에 물어보아야 하는지… 정보들을 알 길이 없다는 것이 심각하게 생각될 때 쯤, 이미 땅은 건물 지을 '부지'로서의 준비에 들어가게 되었다. 학생들은 학교가 시행하는 사업 절차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 그날 나와 주위 대학원생 모두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한 두 번이 아니다. 전남대학교 내에 가로등을 전부 LED로 교체한지 얼마 안 되었다. 이 가로등에는 블랙박스도 설치되어 있다. 학교 내 범죄에 대한 대처 차원인데, 그래서 블랙박스가 사생활을 침해하는 부분을 무시해도 좋을 것인가의 논의가 이루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 해전, 후문 가는 길에 있는 수많은 아름드리 플라타너스를 뽑아내고 느티나무를 심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공사는 학생들이 뜸한 방학에 이루어졌다. 공사 이후 한 교수의 문제제기 끝에 나온 궁색한 변명이라고 알려진 것은 교목이 느티나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공사도 학생들 드문 종강 이후에 시작되었다. 그 이유가 공사 소음으로부터의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할 것이 분명하지만, 그런 배려는 하는데 언제 공사를 시작하는지는 왜 아무도 알지 못하는가? 대학 홈페이지의 디지털도서관 관련 공지는 2016년에 올라온 건축사 입찰공고와 결과, 설계시안을 전시한다는 내용이며 이후 어떤 논의가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그 건물이 필요한지, 건물 부지로서 그 언덕이 적절한지를 누군가 물어본 일도 없다. 교직원과 대학원생 몇몇이 알고 있는 정보인데 인문대 학부생들은 더더욱 몰랐을 것이다. 학생들이 대학 사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길이 없기 때문에 대학도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학생들도 공지를 뒤져보려고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을 담론의 과정에 참여시키지 않고 진행된 사업들이 과연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대학 내 사업을 진행하는 논의과정이 아무리 윤리적이고 민주적으로 진행이 되었다한들, 실제적으로 사업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게 될 학생의 관점이 제외되었다면 그 논의가 의미 있을 것인가?

재개발 공사를 하게 되면 그 부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동의를 받는 과정을 거친다. 그 땅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그 땅에 대한 권리를 가진 사람으로서 지위를 인정하고 그 표현으로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의 주인은 누구인가. 대학의 주인이 학생이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과연 정말 학생들이 주인 대접 받고 있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그 곳에 디지털도서관이 들어서면 실제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효과와 비용을 더하고 빼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을 줄로 안다. 건물 부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교직원들 사이에서 많은 논쟁을 거쳤다고 한다. 그 논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의견을 제시할 공정한 기회가 있었을지 몰라도 애초부터 학생은 거기에 끼지 못했다. 대학의 사업 진행 과정과 결정에 학생들은 항상 소외되어 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금도 학생들은 마치 계약기간이 정해진 세입자처럼 학교에 잠시 거쳐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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