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름다운 소비, 우리 농산물 ‘공깎지 운동’

@도철 입력 2020.02.18. 19:37

양상대(농협전남지역본부 산지육성단 단장)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 ‘푸른길공원’에 가면 노전에서 야채를 판매하는 할머니들을 볼 수 있다. 광주 근교 텃밭에서 농사를 지어 가지고 오신 것일 게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가 넘은 요즘, 한보시기에 이천원, 삼천원하는 농산물을 놓고 파시는데 간혹 덤을 얻거나, 가격을 깎는 사람들을 볼 때면 깍쟁이 노릇의 애틋함이 아니라 속상한 마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사람들은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많은 외국산 식품이나 국민 간식으로 먹는 피자, 그리고 요즘 새로 뜬다는 새벽배송까지 정가 외에 배달료까지 지불하면서도 구입의 편의를 위해 기꺼이 그 값을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농산물 구매할 때는 유독 깎거나 덤을 얻고자 하는 생각들을 버리지 않는다. 소소한 자기만족이거나 재미로 흥정을 붙이는 것인지 모르지만 이런 거래 습관이 하나 둘 쌓여 지금의 농촌과 농업의 어려움을 더욱 키운 게 아닌가 싶다.

1990년 농가소득이 1천102만6천원일 때 도시소득은 1천125만7천원으로 거의 비슷했지만 23년이 지난 2018년에는 농가소득이 도시소득 대비 64.9% 밖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990년 666만 명이던 농가인구는 2018년 231만명으로 인구 대비 4.5%로 줄어든 것은 1990년에 단감 15kg 한 상자에 4만원이 넘던 것이 30여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떨어져 3만 원대에 머물러 있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1992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57개국 16건의 FTA를 체결하면서 해마다 수입 농축수산물이 국내로 봇물 터지듯 밀려오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18년말 46.7%로 OECD(경제협력 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정부가 WTO개도국 지위마저 포기하겠다고 밝히면서 우리 농업의 어려움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혹자는 “식량을 수입하면 되지 궂이 농어민 월급제니 농민수당이니 하며 정부세금을 퍼부어야 하느냐”고 대책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필리핀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쌀을 자급하고 남은 것을 수출할 정도로 쌀 생산량이 많은 나라였다. 하지만 정부가 식량자립을 포기하면서 1990년대 이후에는 세계 1위의 쌀 수입국이 됐고, 이후 국제 쌀 가격이 오르자 필리핀 국민들은 식료품 값 폭등으로 큰 고통을 겪게 됐다.

우리나라는 농업인력 감소와 더불어 농지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이에 따라 식량자급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상 기후 등으로 세계 식량시장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 우리나라도 결코 식량난에서 예외일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후진국이 공업발전을 통해 중진국까지 도약할 수 있어도, 농업 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미국의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의 말을 되새겨볼 때이다.

농협은 농업인이 적정한 소득을 얻어 농촌의 붕괴를 막고 농업을 지키고자 각종 사업비를 편성하고 있다. 전남농협만 해도 농업인을 직접 지원하는 연간 1천600억 원의 교육지원 외에도 도시농협이 농촌농협을 위해 모은 도농상생기금, 농업인 농작업 편의를 높이기 위한 농기계구입비 지원, 농산물 과잉 생산 시 시장격리 및 특별 매입 등을 포함해 매년 2천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먹어야하는 쌀과 과일, 채소와 같은 농산물은 우리의 몸을 지켜주고 건강하게 유지시켜 주는 귀한 식재료들이다. 만약 이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와 농지가 없어진다면 우리가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식사할 때 우리는 그들의 노고와 정성에 감사할 수 있어야 하며,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들이 활력을 찾고, 도시민과 젊은 농부들이 농촌을 찾아 농업이라는 숭고한 일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모두가 응원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생명창고를 지키는 아름다운 소비운동인 ‘우리 농산물 공·깎·지 운동’을 통해 우리의 소중한 농산물 ‘공짜로 얻지 말고, 깎지 말고, 지속적으로 애용하자’는 운동에 함께 동참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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