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 또한 함께 이겨냅시다

@무등일보 입력 2020.04.14. 16:41

'네가 소상공인을 잘 모르나본데, 우린 다 목숨 걸고 일해.'

2019년 흥행 1위, 한국 영화사 누적 관객 수 2위의 영화 '극한직업'에서 나온 명대사이다. 영화 말미의 이 대사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소시민의 애환이 느끼고 크게 공감했다고 한다.

위 항변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데는 감독 직접 겪은 창업의 아픔을 녹여 써내려간 대사이기에 더 진정성 있게 전달된 것 같다. 17년 통계청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창업자들의 폐업 비율이 약 70%로, 10명이 창업을 시작해 7명은 또 다른 길, 다른 직업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소상공인들만의 현실일까?

태어난 그 순간부터 경제 위기라는 단어와 함께 자라 온 지금의 20대는 좋아하는 일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준비한다. 이들에게서 생겨난 '헬조선(Hell朝鮮)' 이라는 단어만 봐도 직장을 갖기 위한 시기가 큰 고통인지를 알 것 같다.

광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는 비장애인들과 동일하게 취업에 대해 고민하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기관으로, 17년도에 개소해 국내 세 번째로 생긴 도심빌딩의 1호 발달장애인 직업훈련 기관이다. 광주광역시 교육청과 협업하여 특수교육대상 장애인에게 직업흥미와 적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직업체험을 제공하고, 취업을 바라는 성인 구직자에게는 개인별 특성에 따라 설계된 직업훈련을 실시하여 직업재활 및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서 학생들과 직업체험을 함께 하다보면, 꼼꼼하고 섬세하게, 집중력을 가지고 체험에 임하는 또렷한 눈빛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소매점의 물품을 정리하는 체험을 할 때면, 짜릿한 기분이 들 정도로 진열과 정리를 잘하는 친구가 꼭 있다. 이 모습을 볼 때마다 학생들이 이와 같이 각자의 특성에 맞는 일을 하면 참 잘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학생들의 이러한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비장애인 취업준비생들도 짧은 5~20분 면접을 통해 나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을 까? 하며 채용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데, 특히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발달장애인들에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면접을 볼 기회뿐만 아니라, 장애인 채용 공고를 보기가 쉽지 않다. 채용시스템의 한계와 더불어 장애인 고용환경 자체가 아직은 열악한 것이 현실이며 사업주 및 비장애인 근로자들의 인식개선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4월, 따뜻한 봄에 전례 없는 팬데믹(대유행적 감염병)으로 모든 게 얼어붙었다. 사회적 거리, 손 씻기 6단계 등을 안내하는 포스터와 글, 문자들을 이렇게 자주 보기도 처음이다. 그 중 "모두 함께 이겨냅시다."라는 문구가 많이 보인다.

문구대로 국가가, 기업들이, 개개인이 각자의 위치에서 배려하고 연대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긴급재난 지원금을 지급하고 여러 방역 시스템을 통해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 경기 불황 속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기업들, 그리고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를 위해 노력하는 시민들. 지금처럼 '함께'함으로 위기를 나아가면 곧 극복 될 것으로 믿는다.

마찬가지로 장애인을 향한 편견과 외면도 하루 빨리 우리나라에서 사라질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의 종식만큼이나 빠른 시일 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며 행복한 삶의 의미를 찾는 일터들이 4.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더욱 늘어나길 바란다.

하효진 광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 전문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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