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함께 고민하다- 청년들의 새로운 기억 방법을 응원하며

@정인기 변호사 / (사)지역공공정책플랫폼 이사 입력 2020.09.08. 14:55

올해가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는 해였다. 그래서 그 더해진 숫자만큼이나 특별함을 기리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지만, 애석하게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행사가 취소, 축소되는 등 곡절을 겪었고, 그만큼 시민들이 참여하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40주년 맞이 행사 중 인상적이었던 것이 지난해 하반기에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 개최한 '미래세대가 5·18을 기억하는 새로운 방법'이라는 주제의 포럼이었다. 그것은 '기억'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 것인가? 80년 5·18 민주화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정권을 탈취하여 지배세력이 된 이들은 당시 '5·18'을 '광주사태', '폭동', '국가전복을 노린 불순한 배후세력의 조정에 의해 발생한 내란'이라고 하면서 국민들에게 왜곡된 집단 기억을 주입시켰다. 그러나 이에 맞서 진실의 기억을 지키려는 끈질긴 투쟁이 있었고, 87년 6월 항쟁과 88년 광주청문회를 거치면서 그 처절했던 10일 간의 진실을 되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최초 발포명령자가 누구인지, 헬기사격 여부, 암매장 등 핵심적인 진상규명이 되지 않아서일까? TV조선, 채널A 등 종편채널이 자리를 튼 2013년을 기점으로 5·18에 북한군 개입설이 전면에 등장함으로써 80년 당시 지배세력이 날조하려 했던 것에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지만원씨는 인터넷사이트나 출판물을 통해 5·18에 북한군이 침투하였다고 하면서 5·18민주화운동 현장에 있었던 시민군이나 시민들을 소위 '광수'로 둔갑시켰다. 이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2차례 패소하고, 관련 형사 사건에서도 명예훼손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의 선고을 받았음에도, 법정구속되지 않은 상태를 이용하여 최근에도 '무등산의 진달래 475송이'를 출판하여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면서 역사 왜곡을 멈추지 않고 있고, 심지어는 위 책에서 자신의 패소 판결에 관여한 판사들의 사진과 실명을 거론하며 '눈 뒤집힌 판사들'이라고 하면서 대놓고 모욕하고 있다.

한편, 1997년 '내란목적살인죄'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전두환은 20년이 지난 2017년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당시의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면서 자신은 5·18에 관여한바 없고, 헬기사격도 없었고, 국군이 광주시민을 향해 총을 겨눈 사실도 없으며, 5·18 북한군 개입설을 두둔하는 등 5·18민주화운동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들의 주장은 기억의 조작을 넘어 지역갈등과 국론분열을 야기하는 정치적, 집단적 확증편향으로 나타나 세력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전히 80년 5월을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면 무엇을 기억해야할 것인가? 그것은 진실에 대한 기억이다. 그리고 그 기억의 방법은 역사 왜곡에 대한 저항을 통해서든,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차별이 없는 보다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에서든 우리 청년들의 새로운 기억의 방법이 더해져서 그 진실의 기억이 더욱 단단해졌으면 하면 바람이다.

정인기 변호사 / (사)지역공공정책플랫폼 이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 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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