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행정통합

@전동호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입력 2020.10.11. 16:40

광주·전남 통합이 최근 이슈다. 지역균형 개발, 지방소멸 예방, 고비용 저효율 행정체계 개편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대구·경북, 대전·충남, 울산까지 부산·경남과 광역통합을 서두르고 있다고도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노령화와 청년들의 결혼 외면이 출생률 저하로 이어지며 인구감소로 가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전라남도 안의 광주로 가든, 광역시의 지위를 유지하게 하든, 통합에는 반드시 지역민의 뜻이 먼저 들어가야 한다. 다양한 공론화 과정과 지방자치법에 의한 절차도 필요하다. 과거에는 정부 주도로 끝났다. 분할 위주였다. 1963년 부산, 1981년 대구와 인천, 1986년 광주, 1989년 대전이 그렇게 떨어져나갔다. 민선자치 이후인 1997년 울산과 시군 통합 때는 달랐다. 주민투표를 거치며 이루거나, 그러지 못하기도 했다.

그 경계는 태초부터 있지 않았다. 문명과 함께 산과 강을 따라 선을 긋고 통치를 위한 조직을 만들면서 비롯됐다. 이를 나주사람 금남'최부'는 1488년 '표해록'에서 '100리에 습속이, 1,000리면 풍습이 달라진다'고 했다. 광주와 전남 역시, 1018년(고려 현종 9)에 전주중심 강남도와 나주중심 해남도를 전라도라 부르면서 시작됐다. 이후 1407년 조선 태종이 8도, 1895. 6.23 갑오개혁시기에 23부, 1896. 8. 4 한성부를 제외한 남북이 13도로 개편된다. 그 시절 나주 백성들은 단발령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었다. 관찰사 '윤웅렬'이 전남도청을 광주로 옮기게 한 빌미가 된다.

2005. 11.11 광주 109년을 뒤로, 남악 신도청이 열린다. 그 시작은 고 김영삼 대통령이었다. 1993. 5.13 5·18 민주화운동 특별담화에서 도청에 5·18기념공원을 조성한다고 발표한다. 그해 12.29 조규하 지사에 의해 남악이 최적후보지로 결정된다. 지금 지방자치는 1991. 3.26 시군의회와 6.20 시도의회 선거, 1995. 6.12 단체장까지 뽑으며 본격 시작된다.

민선 1기 허경만 지사의 생각은 달랐다. 광주·전남은 지역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분리됐으므로 하나가 되자고 한다. 당시 송언종 시장은 '통합 10대 불가론'을 내세우며 반대한다. 지방세와 세외수입 50%가 도세로 전환되고 정부지원이 줄어들어 광주에 대한 투자와 개발이 정체될 거라는 이유였다. 1998년 6월 재선을 이룬 허 지사는 허송세월만 할 수 없다며 1999. 1. 9 남악신도시를 확정한다. 그해 6.30 '전라남도사무소 소재지 변경 조례안'이 도의회를 통과한다.

이듬해 민선 2기 고재유 시장은 '도청이전이 유보되면 통합에 찬성한다.'고 발표한다. 광주지역 '도청이전 반대 및 광주전남통합추진위원회'가 구성된다. 남도의 핵심인 도청이 빠져나가면 상권이 붕괴되고 도심이 텅텅 비게 된다며 주민투표를 요구한다. 하지만 도민들은 응답도, 탓도 하지 않았다. 외지로 나간 큰 자식, 아픈 손가락의 하나였던 것이다.

이 이상 광주·전남의 분할과 통합에 대한 이유는 없을 듯하다. 고민이 시작된다. 그럼 근본 인구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상황이 10년, 20년 더 계속된다면 사람이 줄어들어 통합이고 뭐고 다 필요 없게 된다는 거다. 백약이 무효가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1980년대 말까지 행해진 출산억제정책을 잘 알고 있다. 정관수술이었다. 당시 정부의 국민에 대한 압박과 세뇌는 예비군훈련장까지 연결됐었다. 이제는 이에 상응할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 결혼 후 보육, 육아휴직, 다자녀 주택문제 등에 대한 과감한 해결이 있어야 한다.

지난 일을 곱씹어보며 정말 통합이 필요하다면 옛 8도체제로 돌아가는 것도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는 과거 산과 들, 강과 바다, 같은 하늘을 나누며 흑산도, 소안도, 소리도 그리고 순창, 고창, 남원까지도 학연을 맺었었다. 지금은 안 된다. 공무원의 교류도 막혔다. 한 뿌리라고 하면서도 남이 되었다. 서로를 잘 모르다보니 답답할 때가 많다. 통합을 논하기에 앞서 이부터 먼저 해결해야 하지 않는가? 진정성 문제다. 지금 나만이 아닌, 후대를 생각하는 냉철한 판단과 지혜를 모을 때다. 그 처음은 소통이다. 전동호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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