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주자치구간 경계조정 시급하다

@송형택 언론인 입력 2020.10.18. 13:25

전라도의 명칭 유래는 전주와 나주이다. 광주도 1895년까지는 나주부에 속한 광주군이었고, 갑오개혁으로 1896년에 도청을 광주 금남로에 두며 전라남도의 중심지로 성장하였다. 당시만 해도 무등산에 나무꾼이 들락거리고, 경양방죽에서 뱃놀이를 즐기며 아이들은 광주천 맑은 물에서 미역감고 붕어며 메기를 잡았다. 그리고 중흥동에서 비아까지 툭 트인 들판에는 여기저기 의좋은 형제들이 살았다.

의좋은 형제 이야기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는데, 대략 줄거리가 이렇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형은 제금 내놓은 동생이 걱정돼 자신의 볏가리에서 나락 한 짐을 지고 동생 볏가리에 얹어 주었다. 동생은 또 올망졸망한 형님네 조카들이 걱정돼 자신 볏가리의 나락 한 짐을 형 볏가리에 얹어 주었다. 아, 그런데 다음 날 보니 줄어들었어야 할 볏가리가 그대로였다. 그래서 다음 날도 형은 동생에게, 동생은 형에게 볏가리의 나락을 가져다주었다. 그러기를 며칠 되풀이하는데 보름날이 되었다. 마침내 두 형제는 보름달 아래서 마주쳤고, 볏가리의 나락이 줄어들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어디 의좋은 형제뿐이었을까? 모내기, 벼 베기를 할 때면 지나가던 생면부지의 나그네도 밥에다 술까지 얻어먹던 인심 넉넉한 시절이었다. 그 무렵 광주의 중심지는 경양역이었다. 광주교대, 동신고, 옛 광주상고 터가 그 경양역촌으로 군졸이 1만 명, 말 300마리, 역둔토가 300결이었다고 한다. 경양역은 1896년 1월 대한제국 칙령 제9호 '각 역 찰방 및 역속 폐지에 관한 건'에 따라 폐지되었는데, 경양역촌에 사는 사람이 광주성 안보다 많았다고 하니 당시 광주 인구는 4만여 명 정도로 추정된다.

2020년 9월 기준 광주광역시 인구는 145만4천명으로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다음이다. 또 구별로 보면 북구 43만2천525, 광산구 40만7천138, 서구 29만8천30, 남구 21만5천266, 동구 10만993명이다.

북구가 동구의 4배 가까이 많은 인구이니, 한 눈으로 봐도 불균형의 심화현상을 알 수 있다. 광주의 중심지였던 동구를 큰 형이라고 생각할 때 그동안 동생들 볏가리에 나락섬 얹어 주다 보니 인구수로만 보면 이제 형님 살림살이가 무척 어렵다.

광주시 발표에 의하면, 지난 3일 이용섭 시장은 윤영덕, 이병훈, 송갑석, 양향자, 조오섭, 이형석, 이용빈, 민형배 의원 등 광주 국회의원 8명과 만나 지역의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이날 주요 현안이 자치구간 인구 편차 조정 등을 통한 지역 내 균형발전, 기형적인 선거구의 정상화였고, 당일 참석자들은 자치구간 경계조정의 필요성 및 취지에 공감했다고 한다. 또 구체적인 방법은 기존의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협의해가기로 했다고 한다.

광주시는 19대 총선을 앞둔 2011년 한 차례 구간 경계조정에 성공했다. 당시 북구 두암3동·풍향동·중흥1동·우산동 일부가 동구로, 북구 동림동·운암1동 일부는 서구로 편입되고, 동구 산수1·2동은 북구로, 남구 방림동 일부는 동구로 각각 조정됐다. 또 북구와 서구 등 2개 구에 걸쳐 있는 무등경기장은 북구로, 남구·서구에 걸쳐 있는 송원학원은 남구로 각각 편입 조정됐다.

하지만 구도심 공동화와 신도심 개발 등으로 자치구간 편차가 갈수록 커졌고, 이 때문에 구간 경계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광주시는 2017년 11월 7일 정당과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언론 등의 관계자 39명으로 '자치구간 경계조정 준비기획단'을 구성했고, '광주시 균형발전을 위한 자치구간 경계조정 방안 연구용역'을 실시하여 2018년 11월 9일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하지만 지역 주민과 지방의원, 단체장 등의 반대로 논의가 중단되었고 최근까지 별다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현대사회가 혼자서만 잘살 수 없는 유기적 공동체 사회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작금의 코로나 19를 보더라도 나 혼자 조심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심각한 도심 공동화를 해결하고 지역 내 균형발전을 통해 형님 아우 다 함께 상생하는 광주가 되기를 희망하며, 의좋은 형제 이야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송형택 광주근린카진흥원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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