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함께 고민하다]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처리를 촉구한다

@정인기 변호사 / (사)지역공공정책플랫폼 이사 입력 2020.10.20. 09:00

몇 년전 민변 광주전남지부 노동법연구모임에서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책을 단체 구입하여 읽었던 적이 있었다. 위 책은 포털사이트 다음(현 카카오)에서 제페토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누리꾼이 인터넷 뉴스를 읽고 시 형식의 댓글을 써오다, 지난 7년간 달았던 댓글을 모은 것이다. 그리고 제페토는 책 서문에서 시 형식 댓글의 시작이 한 철강업체에서 발생한 청년의 추락사 보도에 대한 것이라고 하였는데, 위 보도는 2010년 9월 7일 새벽에 충청남도 당진시에 있는 한 철강업체에서 일하던 만 29세 청년 김모군이 1600도가 넘는 쇳물이 담겨있는 전기로 위에서 작업을 하다 발을 헛디뎌 추락하였는데 시신조차 수습할 수 없었던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것이었다.

제페토는 위 보도 댓글에 다음과 같은 조시를 남겼다. '광염에 청년이 사그러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를 불러 살았을적 얼굴 찰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당시 위 책을 통해 위 조시를 접하고 가슴 속으로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그때까지도 개인적으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에 관한 문제의식을 갖지는 못했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한명의 김군, 김용균 청년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올해 5월. 중증지적 장애를 가진 청년 노동자 김재순이 파쇄기에 몸이 빨려 들어가 처참하게 사망한 사건을 접하고 민변에서 이 사건에 관여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고 김재순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이 일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는, 그리고 조문을 갔다가 고 김재순의 아버지도 과거에 산재사고를 당했다는 그래서 가난의 대물림도 모자라 산재가 대물림되는 현실을, 그리고 김재순이 사망한 작업장은 6년 전에도 비슷한 사망사고가 있었다는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여전히 법적 수준의 안전 및 방호장치도 구비하지 않고, 적정한 관리, 감독이나 협업 인력 배치도 준수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리고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일까? 만약 과태료 대신 강한 처벌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었다면,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일의 반복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매년 2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을 수 있었을까? 여기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연내 처리 시급성이 있다. 현재 강은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법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 및 시민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법안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 법인, 기관, 경영책임자 및 공무원 처벌 규정 및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 등이 담겨있다. 반면 사업주 측은 위 법안이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의 책임 범위가 광범위하고 불분명할 뿐아니라 처벌 수준도 매우 과도하여, 모든 사업주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부작용만 초래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전형배 강원대 교수의 말을 빌려 마무리 한다. "산재 사망을, 어떤 나라는 기업 범죄로 인식한다. 기업이 안전보건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지 않고, 위험을 잘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망사고가 일어났다고 본다. 기업이 책임을 면하려면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기술 수준이나 경제상황, 동종업계 관행에 비춰봤을 때 충분히 합리적인 조치를 했다고 기업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반면, 한국은 안전규정을 기업이 고용한 '노동자(주로 중간 이하 관리직)'가 지켜야 할 규정으로 이해한다. 사고가 나면 그 회사의 안전보건 시스탬에 책임을 묻기보다 노동자 개인의 규정 위반을 처벌한다". 정인기 변호사 / (사)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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