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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괜찮아, 잘 될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김명선 운천초등학교 배움터지킴이 입력 2020.12.06. 14:50 수정 2020.12.06. 16:32

"선생님 안녕하세요." 멀리 내 얼굴을 보려 달려오는 세훈이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 어서오너라". 그 뒤를 따르던 소윤이도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엄마의, 아빠의, 조부모의 손을 잡고 등교하던 아이들이건만 금세 커서 혼자 등교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 제법 초등학생답다.

나는 광주 서구 치평동에 위치한 운천초등학교의 배움터지킴이다. 37년간의 경찰 생활을 마무리하고 어린 학생들과 눈맞춤을 하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이 아이들이 새싹이라면 나는 고목나무쯤 되겠지.

학생들의 안전과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지금은 모든 일이 코로나19와 관련되어 있어 사실 많은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근무하는 운천초교만 해도 학생 수가 600명이 넘는 비교적 큰 규모다. 그렇다보니 등하교 시각이 무척 바쁘다. 코로나가 터진 올해는 더더욱 그렇다. 감염병에 취약한 아이들 인데다 그 숫자도 많아 거리두기를 지키도록 지도하는 일도, 신발을 실내화로 갈아신는 것을 돕는 것도, 어느 하나 신경쓰지 않을 수 없어서다. 교장, 교감선생님은 물론 교사들도 순번을 정해 코로나 이후 달라진 등하교 생활지도를 돕는다.

한편으로는 삼삼오오 모여 수다떨며 등하교하는 것이 '학교 다니는 맛'이건만 코로나 탓에 친구간 거리두기를 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본의 아니게 동네 어르신들에게도 죄송한 일이 많아졌다.

"아니, 갑자기 왜 못 들어가게 해. 여기로 후딱 지나가믄 금방 집이고만!.", "어르신, 코로나 때문에 외부인은 학교 출입이 안됩니다. 죄송해요. 불편하시더라도 돌아가세요." 하루에도 여러번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항의 아닌 항의도 이젠 익숙해지고 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생활하는 것은 물론 친구와 수다를 떠는 일도 허락되지 않는 상황. 더욱이 가장 즐거워야 할 식사 시간도 홀로 앉아 말 없이 밥 먹기에만 집중하는 아이들이 가장 그렇다. 요일별, 시차별 등교 등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상황에 적응해야만 하는 부모들과 교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교실, 운동장, 화단까지 '헉, 헉' 소리를 내며 지쳐가는 것 같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작년 이맘때가 그립다. 왁자지껄 분주하던 등하교길, 여기저기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교실에서 흘러나오는 힘찬 합창 소리, 하물며 체험학습을 위해 길게 줄 지어 서 있던 관광버스 행렬도 그립다.

하지만, 제 아무리 무서운 코로나라지만 아이들의 꿈은 깨뜨리지 못할 터. '코로나가 너무나 싫다'는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처럼, 개인·생활 위생수칙 잘 지키면서 함께 이 시기를 견뎌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거라는 것, '괜찮아, 잘 될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라는 가사의 노래처럼 우리에겐 내일의 찬란한 미래를 꿈꾸는 힘이 있다는 것. 아이들의 꿈이 실현되도로 이 고목나무 지킴이 선생님는 항상 바라고 또 바라겠다는 것. 김명선(운천초등학교 배움터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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