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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신·전남방직 어떻게···-빛의 숲과 문화의 삼각주

@조동범 전남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입력 2020.12.17. 16:14 수정 2020.12.20. 16:03

일제강점기, 학동에 들어온 가네보 방적이 1935년 임동으로 옮겨오며 시작된 이 땅의 역사는 해방 후 일신전남방직으로 이어져 85년을 넘기고 있다.

이곳은 광주의 근대산업유산이자 방직공장 여성근로자들이 겪은 인권유린과 노동수탈의 아픔을 기억해야 할 장소이기도 하다. 일신전남방직 부지매각 후 광주시는 공익적 가치와 시민 다수의 이익이 지켜지는 계획이 수립되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남겨야 할 중요건물 외에 대부분 면적에 아파트를 짓는 민간개발안이라면, 그 어떤 공익적 가치나 이익을 지켰다고 강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광주가 지켜야 할 정신이 부지활용을 통해 이어야 할 맥락과 맞닿아있다면, 공공적 활용이 아닌 민간개발로 넘기는 것은 모두의 도시자산을 잃는 것이기에 동의하기 어렵다. 하물며, 공원과 같이 경제성과 무관해 보이는 용도라 하더라도 그것이 유발할 공공적 가치는 민간에게 허용하는 어떤 개발보다 이익일 수밖에 없고, 그 이익은 시민에게 돌아가며 두고두고 광주의 대물림 자산이 된다.

일신전남방직 부지재생을 위한 공공투자는 그에 따른 주변 부동산 가치상승과 세수증가로 이어져 결국 비용을 충당하고 남게 된다. 일본 가나자와의 시민예술촌, 런던 테임즈강변의 테이트모던 미술관,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 뉴욕 맨해튼의 하이라인공원과 브룩클린의 도미노파크, 브라질 상파울루의 세스크 폼페이아 등 자주 언급되는 재생들은 경제적 효과도 확인된 직접적인 선례들이며, 그 확실한 성공예감의 기회를 놓치고 민간개발로 넘겨줄 수는 없는 것이다.

도시발전의 전략적 매개체, 공원

부지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가 공원과 숲으로서의 가능성을 상상해보자. 무엇보다 광주천을 끼고 약30만㎡의 평지가 공원·문화공간으로 검토될 기회는 다시 없을 뿐더러 도시환경적 장점을 다 말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할 정도이다. 부지 내의 근현대 건축물의 독특한 공간과 오래된 수목들은 공원처럼 주변 주민들의 산책.휴식공간으로 제공될 수 있고 시민건강과 공중보건을 위해 쓰일 수 있다. 비교적 간단한 재생을 통해 공원을 더욱 활발하게 하는 문화시설이나 운영관리 시설로도 당장 활용이 가능하다. 시민들은 내부를 들어가 본 경험이 없어 어떤 자원과 장점이 있는지 알지 못하며, 글을 통한 제안만으로 실감하기 어렵다. 따라서 광주시는 이 부지의 장점과 공공적 가치를 알리기 위한 투어프로그램을 통해 시민과 공유하여야 한다.

공원·숲으로의 활용은 이 터의 가능성 중 일부일 뿐이다. 부지 내 건물들은 실.방직박물관, 예술창고, 도시기록관 등 보존재생형 활용뿐만 아니라 극장, 도서관, 수영장, 레스토랑, 카페, 정원, 디자인공방, 창업매장, 공공건강, 커뮤니티 시설, 중장년층 인생학교 등 복합 이용에도 적합하다. 특히, 경계 담이 사라지면 어떤 지점에서도 접근이 가능해 도시연결성이 높아지며, 전남대 캠퍼스와 유스퀘어를 걸어서 10분 내로 연결하는 결절점이 된다.

그런 상상은, 실은 활력있고 수준높은 도시를 위한 도시재생과 도시공원에 동시에 기대되는 당연한 역할이다. 공원을 비어있는 녹지만이 아니라 도시의 경제적 발전을 견인하는 전략적 매개체로 보려는 것이다. 건물을 짓는 개발에 앞서 공원을 먼저 계획하고 어느 곳에서나 10분 이내에 공원과 문화시설에 갈 수 있도록 하는 도시전략은 이제 공허한 선언적 수사가 아니라 도시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되어 있다.

빛과 문화가 광합성하는 땅

광주(光州) 두 글자에는 "빛나는 땅과 생명의 물"의 의미가 분명하게 들어있다. 그 지방을 대표하는 큰 고을에 붙여졌던 주(州). 전주, 나주, 경주, 상주, 청주, 공주... 그 중에서도 빛(光)과 물(州)이 합쳐진 이름만으로는 단연 으뜸이다. 이 땅은 광주천, 용봉천, 서방천이 만나는 퇴적섬으로부터 시작된, 그야말로 삼각주(州)이며 그 일대는 근현대까지 유림숲이 존재했던 줄거리도 있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문화 삼각주로서의 일신전남방직 부지의 활용은 '빛의 숲'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시아문화전당과 함께, 빛과 물로써 하나의 켤레를 완성하는 광합성같은 혁신 과제이다. 누구도 아닌, 시민과 더불어 도시를 경영하는 자치단체장, 행정이 스스로 나서 해야 할 일이다. 조동범 전남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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