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료법 개정안 이대로 괜찮은가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의장(연합외과 원장) 입력 2021.02.24. 14:50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의사면허 사유 확대 및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했다. 구체적인 의사면허 취소사유 확대 및 처벌 강화 내용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등을 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면허발급 요건을 취득하거나 국가시험에 합격한 경우에도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도 대안에 포함됐다. 다만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범한 경우는 면허취소 사유에서 제외했다. 즉 금고형 일 때는 5년 간, 집행유예 형 일 때는 2년간 의사면허를 취소한다는 것이다.

이번 의료인 면허 취소 및 처벌 강화 법안을 살펴보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규제와 법은 다면적인 측면을 수 없이 고민해보고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논의되는 '의료인 면허 취소 및 처벌 강화 법안'은 지나치게 그 대상을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어 의료인의 사회적 역할에 상응하는 엄격한 면허관리의 취지와는 달리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교통사고를 예로 들어보자. 운전 중에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망하게 하면 고의적이지 않고(즉, 과실에 의한 것이고) 합의가 되면 보통 금고 1년 내외, 집행유예 2년 내외를 선고 받는다. 수정법안에 따르면 교통사고 사망사고를 일으킨 의료인이 과실임이 인정되고 유족과 원만하게 합의하더라도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 정도를 선고받으면 집행유예 2년이 지난 후 다시 2년, 그러니까 4년간 의사면허가 취소되게 된다. 직종에 관계없이 개인의 기본권에 대한 제한은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며 감정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공공의 이익'이란 명분하의 기본권 제한은 의료인이 아닌 모든 이들의 기본권 제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분도 고려해야 하는데 개정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4가지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기존 의료와 관련된 법안은 직무 관련 규정을 준수하게 함으로써 적정한 직무수행이나 자격 행사에 요구되는 자질과 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 담보하는 것으로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즉 입법 목적 실현과의 관련성을 고려하여 해당 자격이나 영업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범죄로 그 결격사유를 한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의료인에 한하여 범죄의 종류와 관계없이 일정한 형벌 이상의 전과사실을 결격사유로 한다거나, 기존에 정하고 있는 면허재교부 제한 기한이 있음에도 별다른 근거 없이 재교부 제한 기한을 늘리는 것은 입법재량을 일탈하여 자의적이고 불합리한 차별취급을 한 것으로서 평등원칙에 위반이 된다.

둘째는, 과도하게 면허 재교부금지기간을 연장한 규정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여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의사에게 요구되는 공공성과 국민신뢰란 모든 종류의 형법을 위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데 있지 아니하며 적절한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갖추었는지에 있다. 그러므로 아무런 근거조차 없이 의료 행위와 무관한 형사제재에 대하여, 기존의 면허재교부 금지기간을 증가시켜 의사가 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근거와 수단이 논리적으로 결부되지 아니하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셋째는, 의료행위와 무관한 형사제재를 결격사유로 규정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여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및 적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인허가 사업이나 자격 제도에서 결격사유를 두는 기본적인 목적은 직무 관련 규정을 준수하게 함으로써 적정한 직무수행이나 자격 행사에 요구되는 자질과 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 담보하려는 것이라고 보아야하며 영업이나 자격의 수행과 관련 있는 법령을 위반한 자만 배제하는 방식으로도 입법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직무와 아무 관련 없는 범죄까지 광범위하게 배제하는 방법이 직무관련 규정을 준수하게 함으로써 해당 사업이나 자격을 적정하게 수행하게 한다는 입법 목적의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 아니다.

넷째는 형사처벌과 행정처분(면허취소 등)은 구분하지 아니하여 사실상 이중처벌 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의료인 직종이라는 이유로 선고된 형이 종료된 상황에서 추가 기간을 일률적으로 연장하여 면허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죗값을 치른 한 개인(특정직역 종사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서, 사실상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과 같다. 지금 언론에 언급되고 있는 변호사 등의 타 직역은 직무 범위가 다르며 이에 대한 언급은 과거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양동호(광주시의사회장·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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