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람이 보이는 곳

@전동호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입력 2021.03.03. 16:10

봄이 왔다. '음식괼 정( )'을 쓴 버들강아지가 꽃이 되더니 나뭇가지에 색이 들기 시작한다. 바람소리도 훈훈하다. 조금은 거칠던 어느 저녁이다. 구례 마산 쌍산재를 무대로 한 한옥체험 프로그램 '윤스테이'가 방영되고 있었다. 후원으로 나가던 메인 세프 정유미가 '와, 바람이 보이는 곳이네.'그런다. 빨래줄에 널린 홑청이 그렇게 날리고 있었다. 그날이후, 내게도 바람이 보이는 글쓰기가 시작됐다. 그런데 여태 한 줄뿐이다.

봄의 소리와 함께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이곳 남도는 어디든 바람이 보이는 걸 담고 싶었다. 풍부한 하늘, 넓고 깊은 산야, 바다와 섬을 기반으로 한 햇볕과 청정공기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미래성장을 이끌 마르지 않은 자원으로, 디지털 마인드를 더하면 4차 산업이 된다. 이러한 조건이 2019년 7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경제투어에서 전남의 꿈이 담긴 '블루이코노미'가 됐다. 에너지, 투어, 바이오, 트랜스포트, 시티 그리고 농수산에서 아직 발견치 못한 먹거리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5일에는 지역균형 뉴딜투어 1호 행사가 열렸다. 미완성 신안 임자대교 위에서 바다를 건너는 희망을 전하며, 바람의 길목을 전력화하는 장대한 출발을 알렸다. 2030년까지 앞 해상에 48조원을 투자하여 8.2GW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한다는 발표였다. 82억와트, 원자력발전소 8기, 태양빛 8.2㎢와 같은 발전량이다. 서울과 인천의 전력수요쯤 된다.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도 수립됐다. 신재생발전설비를 현재 20.1GW, 15.1%에서 2034년까지 77.8GW, 33.1%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시간당 8.2GW 설비는 2050 탄소중립(넷제로) 실현, 1천만 톤의 이산화탄소 절감과 소나무 7천백만 그루 식재효과, 영국 혼시 전력생산량의 1.12배 등 세계최대 규모다. 시공기술의 어려움은 우리의 해상플랜트 축조술과 철강생산 능력이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천기가 넘는 하부기초, 타워, 블레이드와 터빈으로 구성된 설비를 설치하는 각종 행정절차와 주민 이해도는 문제다. 자칫 부처별 이기주의와 바다를 터전으로 하는 환경에 흠이라도 생기면 큰 저항에 부딪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의견수렴과 대책이 논의되어야 한다. 지역주민 주주참여 및 이익공유, 민간투자 지원, 해상운송과 작업인프라의 구축, 대불산단과 같은 인접지역에 기자재 공장 설치, 공영 송전선로를 먼저 매설하여 고속도로처럼 전력통행료를 받는 방안, 정부 및 지자체와 한전이 참여하는 기구설치 등을 구체화하는 일이다. 멀리보면서 현안을 해소하고 다음세대를 생각하며 국가발전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한 '풍력발전특별법' 제정도 필요하겠다.

새천년에 들며 'IT, BT, ST, CT, nano'를 생소하게 접했으면서도 공부하며 발전시켰듯이, 이제는 햇볕과 바람을 우리의 운명으로 연결시킬 때가 되었다. 에너지 생산이 다변화되면서 86%나 되는 화석연료 비중을 크게 낮출 것이다. 그래도 발전효율을 높이고 전기저장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숙제는 계속된다. 더 나아가 세계 1위 해상풍력 개발회사인 '오스테드'가 덴마크 공기업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무슨 일을 해왔는지 또한 배워야 한다.

주말이면 바람을 찾아간다. 지난달엔 기찬묏길을 따라 성풍사지 오층석탑, 탑동약수터, 천황사, 사자지, 물통거리를 지나고 해발 240미터 누리재까지 넘었다. 옛 과거시험길, 다산의 귀양길, 장을 보러가는 밤새길이었다. 맞은편 '도갑사 가는 길'도 걸었다. 안개를 밀치는 두 발의 활동이 근력에너지가 됐다. 천연 맥반석이 깔린 탓일까? 바윗돌 사이의 소나무와 해를 바라는 복수초, 삐죽 새순도 기운찼다. 새봄이면 꽃바람을 타고 화우(花雨)가 되는 문화산업(CT)도 될 듯하다. 땅끝 기운도 보았다. 다정큼나무와 팽나무가 따박따박 여물고, 백두산 천지수가 3천리를 내려 사자끝샘에서 파도 꽃으로 일어났다. 어느새 봄비가 돌아왔다. 전동호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