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미래는 미래를 살아갈 너희들의 것

@정유하 나산실용예술중학교 교장 입력 2020.01.06. 10:50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지금이 교육자로서 가장 힘든 순간이다. 미래에 대하여 확신에 찬 조언이나 충고를 할 수 없는 교육자라니.하지만 해 줄 수 있는 일도 있다.

상당한 기간 동안 나는 어린 초등학생에서부터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사람들까지 넓은 연령대에 걸쳐있는 사람들을 가르쳐왔다. 유학 중에 수업을 한편의 예술작품처럼 이끌어가는 교수를 만나 ‘나도 당신처럼 좋은 선생이 되겠다’는 결심을 전해주고 돌아온 터라 좋은 교육을 위해 노력했다. 학생들의 시선을 모으고 집중시키며 포기하는 학생이 없도록 지식을 전달하고 꿈을 키워주려고 열심을 다했다. 개인적으로는 학생의 재능 수준과 방향이 어느 만큼인지 가늠하고 가까운 입시로부터 조금은 더 앞에 있는 미래의 직업까지 적절하게 안내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짧게는 1년에서부터 길게는 4년의 기간을 두고 묻고 대화하면서 어떤 일이 가능한지, 어떻게 해야 먹고 살 수 있는지,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 조언해주고 꿈을 나누었다. 원하는 학교에 합격하고 교사가 되고 시립악단의 상임단원이 되고 은행원이 되고 작곡가가 되고 문화예술 기획자가 되고, 예상이 가능했고 안내가 가능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조금씩 빗나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직업에 관한 상담에서 자꾸 삐끗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선택한 꿈에 불안한 눈길을 보내며 충고하고 조언했건만 그들은 자신의 길을 고집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내가 틀리고 아이들의 선택이 맞았다. 즐거운 빗나감이었다. 취직은 안하고 스타트업을 하겠다는 경영학과 출신 아들을 둔 엄마는 자신의 미래조차 불안해 보험부터 들었다. 하지만 그 학생은 뜬구름 같은 블루오션을 찾아 헤매다 수차례 실패를 경험한 끝에 연애상담과 IT의 융합에 성공했고 소비자만족 브랜드 대상 1위 IT혁신부분 상도 받았다.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밥벌이를 잘하고 있다.

숙제만이라도 해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부모의 심정을 무시한 채, 초등학교 때부터 집을 짓고 가구를 배치하고 장식하는 ‘심즈’라는 컴퓨터 게임과 일본 J-Pop, 미국 시트콤에 빠져 살던 여학생은 외국계 인테리어 회사에 취직하였다. 좋아하는 게임이 직업이 되었고 외국인 클라이언트와 영어와 일본어를 사용하면서 일하고 있다.

신설중학교인 우리학교에서 미래를 위한 교육을 언급하자 학부모들은 코앞의 고교 입시와 대학입시를 불안해한다. 하지만 자신의 직장에 닥쳐온 ‘미래산업의 모형’을 경험한 학부모는 우리의 교육 방향에 큰 끄떡임으로 동의하셨다.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는 그는 모든 과정이 기계화되면서 사람들은 떠나고 기계와 컴퓨터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물리학과 교수인 어떤 학부모는 공부 잘하는 의대 지망생 아들이 작곡가가 되겠다는 갑작스러운 선언에 ‘나도 내 인생을 잘 살았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아들의 인생을 말할 수 있겠냐’는 성숙한 태도로 아들을 지지했다. 엄마의 눈물을 뒤로 한 채 아들은 작곡가의 길을 갔고 국악단에 입단하여 가끔은 다른 직장인처럼 회의하면서 건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어떤 이유로 한동안 무기력했던 우리 학교 학생은 어느 날 랩가수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선생님들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는 잠시 미뤄두고 “와우~ 꿈이 생겼구나. 열심히 해봐!”라고 응원을 보냈다. ‘니가 퍽이나 잘 하것다~’라는 친구들의 야유와 불신을 힘들어하면서도 한 학기를 시도 때도 없이 열심히 연습하던 학생은 서툴지만 무대에서 열정적인 공연을 해냈다. 그 열정과 해냄에 우리는 환호를 보냈다. 아이는 더 좋은 랩을 위해서는 글쓰기가 필요함을 느끼고 ‘지금은 일단 공부를 해야 겠다’며 머리를 싸매고 ‘열공’중이다. 아이의 아버지는 ‘공부 그만하고 자라’고 말하다 아이에게 핀잔을 들었다며 함박웃음을 지으신다. 이 아이는 앞으로 어떤 길로 뻗어 나갈까?

우리는 아이들이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할지,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잘 모르고 미래가 어떻게 변해갈지도 잘 모른다. 불안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미래학자들의 책을 들여다본다. 그들은 여러 가지로 미래를 예측하며 다양한 미래를 말한다. 많은 예측이 맞아 들어가고 어떤 과정들은 순식간에 건너뛰며 어떤 예측은 빗나간다. 하지만 그들의 마지막 한결같은 결론은 미래가 어떻게 될지 확실하게 모르겠다는 것이다. 미래학자가 잘 모르는 미래를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어떻게 아이들의 미래를 정해줄 수 있는가? 미래는 미래를 사는 우리 아이들이 선택하고 만들어 갈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에게 달라지는 세상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해주고 미래사회에 잘 적응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유연한 적응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지금도 행복하고 미래도 행복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주고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일이다.

정유하 (나산실용예술중학교 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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