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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결국 '어떤' 사람으로 남겠지요

@김현주 광주인성고 교사 입력 2020.03.23. 16:00 수정 2020.03.23. 19:01

우리 학교는 건물 서편 바람 많은 곳에서 매화가 처음으로 꽃망울을 터뜨리고 나면 볕 잘드는 건물 동편에 목련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없는 학교에 이제 목련이 진다. 화사한 봄볕이 한 잎 한 잎 지고 있는 것이다. 주말 아침 볕이 비스듬히 들어 오는 창문에 서면 주차장엔 긴 침묵에 빠진 자동차들이 가득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이다.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는 우리가 그 동안 길러온 사회적 역량을 가지고 불확실성을 대하는 일이고 그 과정을 통해 다시 사회적 역량을 키우는 일인 것처럼 담임 교사의 역할도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시간 키워온 담임 교사로서의 역량을 가지고 새로운 아이들의 불확실성과 마주한다는 생각. 불안과 설렘이 교차하는 마음이 아닐런지.

아이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휴업이 길어지자 부모님을 대상으로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온라인 설문을 만들어 안내해드렸다. 하루 이틀 사이에 많은 분들이 설문에 답하셨는데 그 중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길 바라는지 묻는 물음에 한 아버님이 '아빠보다 조금 더 좋은 사람'이라는 답하셨다. 그 아버님은 그 말을 쓰시며 어떤 마음이셨을까? 그 말의 의도를 모두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설문 마무리에 개학 후 담임 교사와 상담하며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덧붙이시는 구절에서 아버님의 마음이 조금은 느껴졌다. 좋은 사람이라는 기준도 저마다 다르기 마련이고, 또 경우에 따라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누군가에겐 또다른 심적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아버님의 이야기가 어린 여자 아이가 증인으로 나온 영화에서 묻던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대사와 인턴 사원을 다룬 드라마 속 '사람은 좋은 사람을 따른다'는 대사와 겹치면서 가슴을 오래 울렸다.

전세계 유행병을 선언하게 한 코로나19의 전염을 막기 위해, 감염된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수고하시는 분들, 스스로 대구로 달려가신 분들과 숱한 익명의 기부와 사회적 연대를 보며 우리 사회의 '좋은' 사람들을 생각한다. 우리는 가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이야기로 현실의 어려움을 잘 견뎌내길 바라지만 이 '좋은' 사람들을 보면 세상에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 없고, 저절로 가는 시간도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피, 땀, 눈물을 노래한 해남 출신의 시인의 시 구절처럼, 어느 아이돌의 노래 가사처럼... 그것 없이 책임지겠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어둠이 오면, 그 어둠 속에서 우린 곧잘 넘어지기 쉽다. 그리고 불이 켜지면 비난할 대상을 찾기 바쁜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질병과 싸우기 시작했는데 안타깝게 일부 지역과 계층에선 혐오가 자라났고 그로 인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 기회를 통해 세금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집단도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19를 이겨낼 것이다. 확신한다. 그러나 부정적인 사회적 관계가 후유증으로 남지 않았으면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회적 벽쌓기가 되어선 안 된다. 그것이 '좋은' 사회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래서 이 질병의 시기를 극복하고 나면 우리는 '어떤' 사람으로 남게 될 것이다.

개학하면, 우리 아이들 속에 이 후유증이 나타나진 않는지 잘 살필 일이다. 그리고 '좋은 사람'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해보아야겠다. 저마다의 '좋은 사람'과 우리 모두의 '좋은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보면서 우리 스스로를 들여다 볼 것이고 거기서 우리는 자연스레 학급 안의 나눔과 연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김현주(광주인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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