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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태풍과 코로나 사이에서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입력 2020.08.31. 10:24 수정 2020.09.01. 16:22

개학을 기다리던 지난 주말, 학교 전체 교직원이 가입돼 있는 SNS가 소란스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뉴스에서는 광화문 발 코로나 확산세가 무척이나 심각하다는 뉴스로 가뜩이나 긴장해 있는데,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격상으로 광주시교육청이 8월 24일 월요일부터 1주일간 초·중·고 전면 원격수업(고3은 제외)을 실시하겠다는 소식으로 SNS가 뜨거웠던 것이다. 이미 개학을 한 학교는 8월 18일부터 시행한 모니터링 기간 동안 1/3 등교를 실시 중이었고, 우리 학교도 개학 후 9월 11일까지 매주 각 학년별 1/3 등교를 준비하고 있었다. 결국 전면 수정해서 1주일간 전 학년 원격수업 실시 소식을 토요일 오후 긴급하게 학부모님께 알렸다.

2020년은 그 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들을 갑작스럽게 맞닥뜨리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었지만, 여름방학 후 온라인 개학은 또 하나의 낯설고도 슬픈 현실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다시 원격수업이 시작되었고, 학사일정을 조정하는 회의를 거쳐 다음 주부터 시작될 등교 및 원격 병행 수업을 준비했다. 이런 와중에 제8호 태풍 바비가 올라오고 있었다.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강력한 비와 바람을 몰고 서해안을 관통한다는 소식에 학교는 또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교실 창문을 단단히 잠그고, 혹시 비바람에 파손될 곳은 없는지 화요일, 수요일 오전까지 살펴보고 다시 또 점검했다. 그리고 수요일 저녁과 밤 사이, 요란했던 뉴스와 달리 생각보다 무사히 빠져나간 태풍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시 숨돌릴 틈 없이 어마어마한 소식이 들려왔다. 화요일 오후, 학교 옆 교회에서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교인(광주 284번)이 확진되었다는 뉴스를 듣고 불안했는데, 태풍이 지나가던 그날 밤, 교회 관련 확진자가 30명으로 늘어났다는 소식에 또다시 망연자실해졌다. SNS는 태풍보다 광주 코로나 소식으로 뜨거웠고, 가장 가까이 위치한 우리 학교에 대해 걱정해 주시는 분들의 연락이 끊이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의 신속한 판단으로 교육청과 빠르게 협의하여 이틀간 전 교직원을 재택근무하게 하고, 목요일 학교 전체 방역을 실시했다. 10m도 안 되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확진자가 서른 명이 넘게 쏟아져 나왔을 뿐만 아니라 이웃 학교에서 확진자가 생겨 학교 전체가 긴장했지만, 다행히 우리 학교는 코로나19를 무사히 비켜 가고 있었다. 비상 근무로 학교에 출근해서 확진자가 나왔던 이웃 학교에 더 이상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했지만, 또다시 늘어난 전면 원격수업에 맞춰 학사일정을 조정하며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그렇게 긴박하고 요란했던 1주일을 마무리했다.

앞으로 코로나19와 살아가는 것이 장기화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지만, 이번 광복절 이후의 사태를 보고 슬픔보다는 분노가 앞선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이란 생(Birth)과 사(Death) 사이의 선택(Choice)'이라고 했다는데,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우리 어른들은 왜 선택의 초점을 미래세대를 위해 맞추지 않는 것일까?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재앙에, 감염병 재앙까지 겹쳐진 디스토피아 같은 세상을 만들어 두고, 그 힘든 세상에서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 왜 조금이라도 양보하지 않을까? 아니 조금이라도 미안하지 않을까?

예배의 자유, 마스크를 쓰지 않을 자유, 집회의 자유, 이동의 자유 등 모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다. 하지만 그로 인해 가장 큰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은 자라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라는 것을 제발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세상을 물려주지는 못할망정 모두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조금이라도 양보하는 건강한 공동체의 모습이라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2020년 여름이 다 지나가지만 겨우 20일 등교수업을 했던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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