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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마스크와 교실

@이운규 신용중 교사 입력 2020.09.28. 10:57 수정 2020.10.05. 10:36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은 우리 학교 교실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어떤 면에서 그런가? 그것은 교육과 학습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한 가지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그것은 무엇인가? 학생들의 표정을 사라지게 만든 것이다. 바로 마스크 때문이다. 수업 중에 교사는 학생들과 한 교실에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서로 만나고 있지는 않다. 표정 없는 만남이 진정한 만남일까?

미국 워싱턴 대학교의 학습과 두뇌 과학 분야 연구자인 Patricia Kuhl는 몇 년 전에 다음과 같은 실험 연구를 하였다. 영어를 사용하는 가정의 생후 9개월 된 아기들에게 중국어를 사용하는 실험자가 매일 방문하여 총 12차시 동안 아기에게 중국어를 말해주었다. (참고로, 생후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는 사람의 언어 능력 성장에서 가장 결정적 시기이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그 아기들은 실제로 10개월 동안 중국어를 듣고 자란 아이와 통계적으로 거의 같은 언어 이해 능력을 보여 주었다. 이와 비교하기 위한 실험도 동시에 진행되었다. 역시 같은 영어 사용 가정의 생후 9개월 된 아기들에게 같은 중국어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었는데, 다만 이 아기들에게는 실제 사람이 아닌 컴퓨터 DVD로 제작된 여러 흥미 있는 자료 영상을 통해 중국어 소리를 들려주었다.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중국어 소리를 같은 기간 동안 들려주었다. 이 아기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결과는 역시 놀라웠다. 이 아기들은 중국어를 전혀 배우지 못했다.

이 실험 결과는 아동의 학습에서 다른 사람의 존재,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이때의 사회적 상호작용이란 구체적으로 이런 것들이다.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그 사람의 표정을 살피며, 그 사람의 몸의 움직임과 행동을 주의 깊게 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아주 미세한 얼굴 속 표정과 몸짓의 자세 그리고 목소리의 톤을 정확하게 해독할 수 있는 선천적 뇌 신경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 능력을 바탕으로 사람들은(학생들은) 다른 사람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맺고, 바로 이 상호작용의 과정을 통해 배움을 얻는다. 다른 사람의 표정을 관찰하고 몸짓을 살피는 과정이 꼭 의식적일 필요는 없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표정과 몸짓을 보면서 다른 사람이 전달하는 메시지 즉 정보와 지식을 얻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학습은 기본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서로를 바라보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면 코로나 시기에 우리 학교 교실은 어떤가? 다음의 학교 방역 수칙은 독자들이 현재 학교 교실 모습을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들은 등교 시부터 하교 시까지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 단 한 번 식당에서 밥 먹는 순간에 벗었다가 식사 후 바로 다시 써야 한다. 그러니 교사들은 학생들의 얼굴을 볼 수 없다. 아이들과 올해 처음 만나는 담임 교사는 아직도 자기 반 학생들의 얼굴을 모른다. 학교 내에서 서로 2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책상은 앞뒤 간격을 띄워 혼자 떨어져 앉도록 배치되어 있다. 대화 같은 아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금지되어 있다.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신체적인 접촉은 물론이고 서로 물건을 빌려주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런 방역수칙을 지키면서까지 학생들이 학교에 나와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차라리 컴퓨터 영상을 통해 만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교사와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은 상태에서 서로의 표정이라도 보면서 수업할 수 있지 않을까? 서로 최소한의 대화와 토론이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컴퓨터 영상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자신의 얼굴을 화면에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컴퓨터에 카메라가 부착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문제는 교육부와 교육청도 이런 학교 현장의 사정을 알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나라의 보건 당국이 학생들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방역수칙을 마련할 때, 교육부와 교육청은 다른데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학생들의 교육과 수업이다. 이운규 신용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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