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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학교,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경험의 공간으로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입력 2020.11.16. 08:28 수정 2020.11.17. 08:55

개인적으로 코로나19가 가져온 가장 끔찍한 변화는 '만남', '대화', '이동'에 대한 잠재적인 공포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친구나 친척, 이웃과의 만남 혹은 대화는 극도로 축소되었고, 가정과 직장 외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은 이제 큰마음을 먹어야 가능한 삶이 되었다. 확진자의 이동 경로에 대한 재난 문자를 받을 때마다 이동 동선이 너무 많으면 걱정보다 비난이 앞서는 부정적인 습관이 생겨 버렸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도 너무 크게 떠들거나, 복도에 나와 여러 친구들과 가까이 대화를 나누면 제지하거나 분산하도록 지도할 뿐이다. 특별실 이동도 수업 전후 방역과 소독이라는 꼼꼼한 과정을 거쳐야만 실시할 수 있는 특별한 수업이 돼 버렸다. 학교 정문을 지나 교실에 도착하면 화장실 갈 때나 급식 먹으러 갈 때, 혹은 체육 시간을 빼면 거의 모든 시간 교실에서 초록 칠판이나 친구들 등을 보며 거의 앉아 지내는 것이 가장 '모범적(?)'인 학생의 삶이 되었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학생의 눈으로 살펴보면 학교에 생활하는 모든 시간이 너무도 끔찍하고 잔혹하지 않을까?

'1반부터 10반까지 똑같은 학년, 똑같은 구조, 똑같은 색깔, 똑같은 조명, 똑같은 방향, 똑같은 창문, 똑같은 책상과 의자, 똑같은 칠판, 똑같은 수업을 받는 교실, 이것은 아주 괴기스럽고 지독한 공포다. 이를 공포가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삶의 환경으로 느끼도록 감각을 마비시키는 교육을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임정훈 '학교의 품격'  중에서

 '학교의 품격' 이라는 책을 읽다가 밑줄 그어 가며 공감하던 구절이다. 하물며 마스크를 쓰고 자연스러운 만남과 대화까지 차단당하면서 그 비슷한 공간마저도 이동이 제한된 학생들은 얼마나 힘들고 지쳐있을까? 4~50명 교실에 학생들을 가득 채워 쑤셔 놓던 때에는 적어도 친구들의 체온으로 한겨울의 냉기를 덮을 수 있었고, 선풍기 바람만으로도 공부하고 자고 쉬고 싸우고 가끔은 가슴 떨리는 연애도 하고 웃고 우는 공간으로 작용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거리두기가 전제된 다양한 수업 활동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9월에 예정돼 있던 체육대회를 연기해서 학년별로 진행했고, 민속놀이 방식으로 거리두기가 가능한 굴렁쇠 굴리기, 제기차기, 신발 던지기 등 새롭고 다양한 종목들을 도입해서 10월 중에 안전하게 행사를 마쳤다. 뿐만 아니라 학교로 찾아오는 체험학습은 물론 도서관, 과학실, 컴퓨터실, 운동장 및 강당 사용, 교실 내 모둠학습 등 방역수칙을 지키면서도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 여러 가지 교육 활동을 학교 곳곳에서 시행하고 있다. 적어도 다른 학교에 비해 코로나블루(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으로 인해 나타나는 우울증) 예방 교육을 가장 모범적으로 진행하는 학교가 아닐까 자부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고민은 학생들이 온종일 살아가는 '학교 공간'이다. 28년 된 낡은 학교는 건물 두 동 모두 가운데 계단이 없어 이동이 너무 불편하다. 식자재를 실은 트럭이 급식실로 향하는 유일한 도로가 학생들의 이동 동선과 겹쳐서(발열 체크로 인해 학생들 동선이 급식차 이동과 겹치게 됨) 등교 시간에는 초긴장 상태로 학생 맞이를 한다. 일직선의 단조로운 복도와 교실, 불편함을 초래하는 동선, 일조량이 부족한 건물 구조, 노후한 시설로 인한 소음과 각종 고장과 수리 등 학교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생들이 보내는 환경이 너무 가혹하지 아니한가?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한 교육활동의 제약 속에서 삶의 기초가 되는 공간까지 학생들을 숨 막히게 한다면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한 다양한 교육과정도 무용지물일 것이다. 인간다운 삶을 배우는 곳이 학교라면 그 공간부터 인간다움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2021공간 혁신사업(아지트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도전했다. 전체 교직원 93% 이상의 지지를 얻어 도전한 공간 혁신 사업이 코로나19로 거칠어진 학생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스며들어 공간이 주는 삶의 변화를 느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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