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8(월)
현재기온 1.8°c대기 보통풍속 2.3m/s습도 69%

[교단칼럼] 우와, 장하다!

@정유하 나산실용예술중학교 교장 입력 2020.11.30. 14:12 수정 2020.11.30. 19:21

코로나 확진자에게 접촉한 자의 접촉자의 접촉자라도 학교에서는 무섭다. 그래서 걱정되는 두 교사가 갑작스럽게 재택근무에 들어가게 되었고 나는 온라인 수업을 하는 교사의 수업에 임장지도를 하게 되었다. 컴퓨터실에서 진행되는 수업에 들어가 학생들에게 교과 담당 교사의 지시사항을 전해주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 시간의 과제는 e-class에 들어가 성폭력에 관련된 동영상을 보고 담당교사가 요구한 다섯 가지 사항을 A4용지에 정리하여 제출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켜보니 학생들이 e-class에 접속하는 속도, 과제를 하는 방법, 전자기기를 다루는 방법 등이 많이 달랐다. 특히 두 학생의 느린 접속과 포기하지 않음이 요즈음 회자되는 회복성(resiliance) 혹은 탄력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다른 학생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하고 있는데도 정식이와 현식이, 두 학생이 e-class에 입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한 학기 정도 온라인 수업을 했으므로 익숙할 터였다. 컴퓨터가 달라서일까? 나는 한참을 기다리다 무엇이 문제인지 물어보았고 그들은 본래의 방법대로 로그인을 시도했으나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컴퓨터를 다루면서 여러 차례 경험한 상황이었다. '사실은 어딘가에 오류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기다렸다. 수업의 반이 지났을 무렵 정식이는 마침내 로그인에 성공했고 동영상이 열렸다. 이제 현식이만 성공하면 된다. 그런데 로그인은 되었는데 해당과의 동영상이 실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고전하고 있었다. 옆의 학생이 도움을 주었으나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현식이는 열리지 않는 사이트에 계속 로그 인, 아웃을 시도하며 씨름하다가 노트북을 사용해도 되냐고 물었다. 하지만 노트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현식이가 안쓰러웠고 나마저 초조해졌다. 시간을 보니 수업이 10여분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현식이는 다시 핸드폰을 사용해도 되느냐고 물었다(참고로 우리 학교에서는 주중에 핸드폰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그는 다른 컴퓨터를 열고 스마트 폰에서 뭔가를 찾아가며 시도하기를 그치지 않더니 드디어 동영상을 열었다. 다른 학생들은 이미 과제를 마쳐가고 있는데 그는 이제야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그를 향해 "우와, 장하다!"를 외쳤다. 끝내 포기하지 않는 자세와 끝없이 새로운 방법을 찾아 시도하는 자세에 박수가 절로 났다.

중학교의 교장이 되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지금 우리의 교육방식이 이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서 잘 적응하면서 살아내는데 도움이 되는 교육일까?'이다. 우리가 살았던 시기에도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적응도 쉽지 않았다. 도스 컴퓨터에 적응하느라 힘들었고 터치폰, 스마트 폰 등, 새로운 디지털기기를 겨우 따라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시대에는 과학기술이 더욱 빠른 속도로 발달해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세계는 더욱 좁혀질 것이며 인구는 감소할 것이다. 세상은 예측하기 어렵게 변할 것이고 여러 가지 직업이 사라지며 새로운 직업이 계속 만들어질 것인데 이런 상황에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러한 미래에 필요한 것이 진로탄력성이다. 진로탄력성이란 진로와 관련하여 위기가 닥쳐와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태도를 말한다.

한 중학생의 느려터진 접속을 가지고 너무 나갔는가? 그렇지 않다. 과제가 주어졌는데 과제를 위한 사이트에 접속도 못하고 있는 마음이 얼마나 초조했겠는가?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자세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며 끝내 문제를 해결해내었다. 소소한 문제였으나 문제해결능력과 회복탄력성이 있는 학생인 것이다. 이렇게 연습하는 거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이라면 진로탄력성도 좋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현식이는 미래를 잘 살아낼 것 같다. 정말 장하다! 정유하 나산실용예술중학교 교장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srb.co.kr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