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란 같이 살 때가 그리워요"···광주 남구 만학도 사연 뭉클

입력 2020.11.02. 09:30 김성희 기자
남구 만학도 글짓기 대회 개최…37명 출품
대상 김경빈·최우수상 서금순 할머니 '영예'
"꾸밈없고 순수한 훌륭한 작품 다수" 평가
다음달 초 평생학습 축제에 전시 예정
광주 남구가 주최한 성인문해 글짓기 대회 대상을 수상한 김경빈 할머니의 '배우는 기쁨 두배' 작품(왼쪽)과 최우수상을 수상한 서금순 할머니의 '당신에게' 작품.

당신이 너무 보고싶어요/ 당신과 알토란 같이 살때가 그립고/ 그때가 또 다시 왔으면 좋겠어요/ 또 다시 그런 때가 올 수 없지만/ 그래도 그때를 생각하며 살래요/ 당신께서 나에게 너무나 큰 사랑을 주셨기 때문에/ 그런 사랑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도 없지만/ 우리 아이들 키우며 하루하루를 사노라면/ 세월이 가겠지요/그리고 한글교실에 다니면서 웃음도 찾고/ 당신에게 편지도 쓸 수 있지 않은가요?/ 이제 걱정 말아요/ 혼자서도 살 수 있어요 /당신을 사랑하는 당신 아내가 씀 - '당신에게' 전문

광주 남구가 뒤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우는 만학도를 대상으로 '성인문해 글짓기 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수상작품에 담긴 사연이 뭉클한 감동을 주고 있다.

남들이 한글을 배울 때 가난해서, 먹고 살아야 해서 한글을 배우지 못했던 이들은 뒤늦게 배운 한글을 통해 절절한 그리움과 배움에 대한 기쁨 등을 표현했다.

먼저, 대상은 주월2동 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운 김경빈(71) 할머니의 '배우는 기쁨 두배'에 돌아갔다.

낮에 일하며 틈틈이 문해교실을 찾은 할머니는 시를 통해 여자로 태어나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한과 한글 공부를 통해 되찾은 자신감과 성취에 대한 기쁨을 작품에 담았다.

김 할머니는 "공부하면서 글을 깨우치고 나니 자신감이 생기고 새로운 꿈까지 얻게 됐다. 공부하는 삶에 행복을 느낀다"고 전했다.

글짓기 대회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당신에게'는 뒤늦게 한글을 배운 만학도 서금순(65) 할머니의 남편을 향한 그리움이 담겨있다.

요절한 남편을 뒤로하고 자신에게 베풀고 간 큰 사랑 덕분에 자녀를 키우며 세월을 이겨냈다는 서 할머니는, 광주 남구 한글교실에 다니며 잃어버린 웃음도 되찾았다. 한글을 배운 덕분에 "이제 혼자 살 수 있다"며 "걱정 말라"는 당부를 전하는 이 시에는 서 할머니의 순애보가 담겨있다.

수상작 25편은 다음달 초 개최 예정인 평생학습 축제에 전시될 예정이다.

남구 관계자는 "37명이 총 50편을 출품했다. 꾸밈없고 순수한, 잔잔한 마음을 담은 훌륭한 작품이 많았다"며 "잎으로도 어르신들의 자아 만족도 향상 및 자신감 부여를 위해 평생학습 차원의 프로그램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희기자 pleasur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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