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날2021.03.08(월)
현재기온 5.3°c대기 보통풍속 1.9m/s습도 88%

"원래도 없었는디, 이젠 아예 오지도 않어"

입력 2021.01.11. 17:55 수정 2021.01.11. 18:03
[‘코로나·한파’ 이중고 전통시장 현장]
혹시나 마음에 문 열었지만
손님 없어 상인들 발만 동동
일부 상점들 문 닫아 '삭막'
11일 광주 동구 대인시장에서 38년간 제수용 전을 팔아 온 윤영옥씨가 전을 부치고 있다.이예지기자 foresight@srb.co.kr

"날이 너무 추워가꼬 수도관이 터져서 전기까지 나갔당께. 장사까지 공쳤으니 말 다했제."

11일 오후 2시께 광주 동구 대인시장.

31년간 해산물을 팔며 시장 한쪽을 지켜 온 김재순(70)씨가 꽁꽁 언 손을 비비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사람 구경하는 것이 어려워 공치는 날이 많았다는 그는 "눈이 하도 많이 와서 춥고 길바닥이 미끄러운디 누가 나오겄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도 혹시나 손님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동틀 무렵 나와 해 질 녘 무렵 집으로 발걸음을 돌린다며 다시금 앞에 놓인 해산물을 정리했다.

이날 찾은 대인시장은 '코로나'에 한파까지 덮쳐 한산했다.

양손 가득 장을 본 채 걸어다니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문을 열지 않은 상점들로 일부 거리가 어두컴컴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상인들은 목도리와 장갑으로 무장한 채 혹시나 손님이 오지 않을까 밖을 기웃기웃하거나 히터에 언 손을 녹이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가게 앞에 손님이 지나가자 "뭐 사러 왔어? 싸게 해줄게. 구경 좀 하고 가"라며 손짓하는 상인의 목소리가 시장의 적막을 깼다.

그러나 이내 고요해지며, 가게 앞에 놓인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상인들의 발소리만이 적막을 채울 뿐이었다.

한 자리에서 38년간 전을 팔아 온 윤영옥(69)씨 가게에도 이따금 손님이 찾아와 전을 사 갔지만, 활기찼던 예년의 시장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역부족했다. 전을 사기 위해 가격을 물어보는 손님의 목소리보다 기름판 위에서 구워지고 있는 전의 '톡톡' 기름 튀는 소리가 주를 이뤘다.

윤씨는 "IMF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제라. 이젠 사람들이 아예 오지도 않어"라며 침체된 전통시장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추위로 인해 전이 얼어 그나마도 판매하지 못했다고 토로하며 "예전 추석 땐 몇십 명이 저짝까지 줄을 서 전을 사 갔는디 올해 설은 어쩔랑가 모르겄네. 코로나가 잠잠해져야 사람들이 좀 나올 텐디"라며 멋쩍은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

'코로나19'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11일 오후 광주 동구 대인시장이 손님이 없어 한산하다. 이예지기자 foresight@srb.co.kr 

근처에서 47년째 과일장사를 이어온 김삼례(84)씨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매출이라고 할 것도 없어. 여기 길거리를 보쇼, 지나가는 사람이 있나"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는 가게를 나오지 않으면 그나마 오던 단골손님마저 잃을 지도 몰라 하루도 쉬지 않고 가게 문을 열고 있었다. 그마저도 원래 값보다 저렴하게 판매해 남는 게 없을 정도의 상황에 이르렀다.

오랜 기간 이곳에서 장사를 했지만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는 그는 "원래도 사람이 없었는디, '코로나'에 한파까지 와브러서 사람 보기가 귀해졌제"라며 팔리지 않고 쌓여있는 과일을 바라봤다.

한편 정부는 이날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소상공인 버팀목자금(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급 대상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방역대책으로 집합금지나 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소상공인과 2020년 매출이 2019년보다 줄어든 연매출 4억원 이하의 소상공인이다. 이예지기자 foresight@srb.co.kr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srb.co.kr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