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지방 유감

@박지경 입력 2020.01.15. 18:05

박지경 정치부장

일본 총무처(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가 지난 2014년 8월 출간한 ‘지방소멸’이란 책이 있다. 당시의 인구감소 추세대로라면 일본의 절반,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한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준 책으로 일본 전역을 충격에 빠뜨리며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현재도 이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저자는 저출산과 고령화, 그에 따른 인구감소는 서구(西歐)와 동아시아의 공통된 문제지만, 일본의 경우 인구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인구가 도쿄 한 곳으로만 집중하는 ‘극점사회’를 지적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많은 도쿄로 몰리지만 높은 집값과 물가 등으로 결혼·출산을 포기하는 것을 지적하고 그 결과 지방은 공동화하고, 도쿄는 초고령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저자는 도쿄가 지방의 인구를 빨아들이지만 재생산은 못하는 인구의 블랙홀이며, 지방에서 유입되는 인구도 감소해 “결국 도쿄도 축소되고 일본은 파멸한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한국의 수도권 집중은 일본보다 더 심한 것으로 평가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월말 기준 전국 주민등록인구(외국인 제외)는 5천184만9천861명이다. 이 가운데 50%인 2천592만5천799명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살고 있다. 비수도권 14개 시·도(2천592만4천62명)보다 1천737명 더 많다. 전체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 인구가 지방보다 더 많아진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970년 28.3% 수준이던 수도권 인구 비중은 ▲1980년 35.5% ▲1990년 42.8% ▲2000년 46.3% ▲2010년 49.2%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러다 노무현 정부가 정부부처 세종시 이전과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면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인구 비중이 0.22%p 상승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균형발전정책의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후속 대책도 나오지 않으면서 2016년부터 다시 상승 속도를 높여 마침내 지난해말 50%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지방의 상황은 심각하다. 20~30년 후에는 지방의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9년 11월 내놓은 ‘한국의 지방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2019년 10월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제주와 세종은 1개 지역으로 계산) 가운데 소멸위험지역은 97곳으로 전체의 42.5%를 차지했다. 전남은 지수 0.44로 2018년에 이어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소멸위험지역은 65세 이상 인구수가 20~39세 여성의 수보다 2배 이상 많은 곳이다.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은 인구 유입 등 변수가 없는 한, 약 30년 뒤에는 해당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같은 통계 결과가 나오자 시민단체들은 ‘국가비상사태’라며 균형발전을 추진할 강력한 정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미 김영록 전남지사 등 지방의 자치단체장은 ‘인구소멸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에 발 벗고 나선 상황이다.

사람은 누구나 살기 좋은 곳에서 살려고 한다. 문화·교육·의료인프라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특히 좋은 일자리는 대부분 수도권에 있다.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는 이유다. 물론 좋은 자연환경과 편리한 교통 등 관점에서 살 곳을 찾으려면 지방을 찾겠지만 그것이 생활의 터전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 뿐 아니라 역대 모든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추구했다. 다만, 그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가 달랐다. 노무현 정부 때 의지가 가장 강했지만 수도권 인구 증가를 막지는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 부분을 반면교사로 삼아 기존 대책을 뛰어넘는 더욱 강력하고 실질적인 균형발전정책을 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균형발전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지만 왠지 기대감이 들지 않는다. 안이한 정책으로는 수도권 폭발과 지방 붕괴를 막을 수 없다. 기존의 판을 흔드는 획기적인 정책을 계속해서 펴야 한다. 무엇보다 일자리를 분산하면서 좋은 교육을 보장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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