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아슬아슬한 ‘마녀사냥’과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조덕진 입력 2020.02.12. 19:57

“그 후에 악한 이들이 나타나는데/거짓말쟁이, 배덕자. 유대인들이었다./사악하게도 신을 섬기지 않는 그들은,/모든 악을 좋아하고 …중략… 곳곳에 독을 풀어/곳곳에서 사람들이 죽어갔도다. …중략… 만물을 다스리는 전지전능하신 하늘은/이를 폭로하시어 모두에게 이들의 만행을 알게 하시도다. …중략…유대인들은 모두 사형에 처해졌는데.…”

위대한 시민 저열한 정치

홀로코스트, 20세기 이야기가 아니다. 까마득한 16세기 프랑스 이야기다. 시인 기욤 드 마쇼가 당시 사회를 읊은 시다. 시인이 공포에 휩싸여 집안에 틀어박히기 전에 목격했다는 대참사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끔찍한 대참사는 ‘페스트’로, 페스트 공포가 유대인이라는 희생양을 만들어냈을 것으로 해석됐다. 무엇보다 ‘가장 터무니 없는 소문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들떠 있는 당시의 여론을 암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저 유명한 프랑스 문학평론가 르네 지라르의 명저 ‘희생양’에 나오는 이야기다.

뜬금없는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슬프지만 지금 여기 이야기다. 일부에서 스멀거리는 마녀사냥. 중국발 신종코로나가 몰아치면서 배제와 차별의 행태가 한쪽에서 거세게 꿈틀거린다.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만은 재앙을 극복하려하기보다 누군가를 낙인 찍으려 든다. 두려움과 공포의 희생양을 필요로하는 양상, 신종코로나보다 더 재난적이다.

백번 앵보해 중국인 입국 금지는 제처두고라도 중국인 환자 치료를 왜 국가가 하느냐는 어거지는 야만을 넘어선다. 세계적 재난 상황에서 환자 치료는 발생 국가의 책무다. 국제적 규약이라는 이야기다. 국제 규약이고 뭐고 특정 국민을 배척하자는 생때가 국민 안위라는 탈을 쓰고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심지어 국내 거주 중국인나 중국계 한국인까지 잠재적 보균자 취급하는 듯한 행태는 끔찍한 마녀사냥, 희생양 찾기에 다름 아니다.

제 1 야당이라는 자유한국당, ‘우한폐렴’ TF에 관련 대책 심포지엄까지 열었다. 병명에 지역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것은 국제사회의 약속이자 문명국의 기본이다. 국회의원이라는 이들, ‘그곳에서 발병했는데 왜 이름을 쓰면 안되느냐’고 ‘소위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마치 아무것도 속이지 않고 있다는 듯, 당당해하기까지하는 이들의 행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는 스스로를 재판관이라고 여기는 그릇된 오판에서 오는 박해자들의 전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당의 인권의식의 면면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 주말 종로 한 분식집을 찾아 인연을 상기시킨답시고 거들었다. “그때 뭐 하여튼 무슨 사태가 있었죠? 1980년. 그래서 학교가 휴교되고 뭐 이랬던 기억도 나고 그러네.” 비판이 잇따르자 피해자 코스프레다. 정치 공세란다. 휴교령을 의미했다나, 해명 운운하며 ‘법적대응’ 으름장이다. ‘무슨 사태’ ‘1980년’.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그 다운 기억력으로 해석된다. 해석은 차치하고 그간 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이 아득바득 ‘광주’를 폄훼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놀라울 것도 없다.

이들의 ‘소위 신념’은 두려움과 공포에 또아리를 튼다. 천만다행인 것은, 그들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그 숙주, 그리 탄탄하지 못하다는 거다.

‘우리가 안산이다’는 해시태그를 비롯해 최근 의심환자들이 격리된 광주소방학교에 보낸 광주시민들의 뜨거운 격려와 자원봉사, 목숨을 걸고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에 이르는 마음의 물결들이 훨씬 깊고 넓다. 인간의 초라한 약점, 공포를 이용해 사적 이익(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을 취하려는 자들에게는 위험한 일이다.

0.1%의 이기는 싸움

“우리의 싸움은 0.1%가 살아남는다면 이기는 싸움인 것입니다. 만약 우리의 적이 있다고 한다면 그들은 0.1%라도 놓치면 지는 겁니다. 즉 우리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싸움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이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일본의 떠오르는 석학 사사키 아타루가 그의 명저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서 문학의 위기에 대해 설파한 대목이다. 오늘날 현대세계의 사고를 창출하는, 사고의 초석이 된 그리스 문학과 철학이 사실은 99.9%가 사라지고 단 1%만이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조덕진 아트플러스편집장 겸 문화체육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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