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그들은 정말 '최대 피해자' 맞나?

@윤승한 입력 2020.02.26. 18:22

윤승한 논설위원

코로나19 사태가 일파만파다.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지역사회 전파 때문이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대학에 이어 유치원과 초·중·고가 개학을 전격 연기했고, 휴원을 결정한 학원들도 속출하고 있다. 4·15총선을 불과 50여일 앞둔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개관 5년만에 처음으로 휴관에 들어갔고 다른 문화기관들은 줄줄이 공연을 취소했다. 법원도 재판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도심 주요 상권은 물론 골목 상권은 이미 파탄지경이다. 코로나19가 휩쓸고 있는 세상 풍경이 말 그대로 요지경속이다.

이 와중에 최근 지역사회 전파 논란의 중심에 있는 신천지교회측이 내놓은 입장문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입장문은 코로나19 위기 대응경보 단계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됐던 23일 나왔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신천지측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와 보건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데, 언론의 확인되지 않은 악의적 보도와 비방으로 교회와 성도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신천지측은 이 입장문에서 “사태 조기 종식을 위해 대구교회 성도 전체 명단을 보건당국에 넘겼지만 이 명단이 유출돼 지역사회에서 신천지 성도를 향한 강제휴직, 차별, 모욕, 심지어 퇴직 압박까지 있어서는 안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중국에서 발병했다. 신천지예수교회와 성도들은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다. 혐오와 근거없는 비난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반응은 냉랭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노력에 대한 그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등을 돌렸다. 특히 자신들을 ‘최대 피해자’라고 주장한 대목은 또다른 논란의 불씨가 됐다. ‘정말 그들은 최대 피해자가 맞나’라는 반문과 함께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신천지측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수도 있겠다 싶다. 단지 신천지라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그 교회의 성도라는 이유만으로 배척당하고 혐오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 그건 분명 옳지 않기에 그렇다. 그럼에도 왜 자신들의 주장과 호소에 공감 대신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현 위기에 대한 왜곡된 상황인식 때문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정기미를 보이던 코로나19 사태가 지역사회 전파로 급반전 된 건 지난 18일이었다. 신호탄은 대구에서 나온 31번째 환자였다. 이 환자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 사람들이 속속 양상 판정을 받으면서 다음날인 19일 추가 확진자수가 갑자기 20명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18명이 대구·경북에서 나왔다. 코로나19 사태의 양상이 돌변한 것이다.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순식간에 물거품이 됐다.

이후 코로나19사태는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 상황으로 번졌다. 광주·전남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직 초등교사까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해당 학교에 휴업명령이 내려지는 등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바로 이 지역사회 전파의 중심에 신천지교회가 있었다. 그리고 신천지측의 방역당국에 대한 비협조적 태도는 상황을 겉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악화시켰다. 26일 현재 전국적으로 확진자수가 1천100명을 넘었고 12번째 사망자도 나왔다.

그들의 ‘최대 피해자’란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물론 그들도 피해자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사태 악화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그로 인한 더 큰 피해자가 바로 극심한 공포로 고통받고 있는 일반 국민이기에 그렇다.

코로나19와 신천지 논란의 핵심은 특정 종교의 문제가 아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선행되지 않으면 현 사태의 조기 수습을 바라는 국민적 염원은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신천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가 70만명을 훌쩍 넘어서고 대통령까지 나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행스러운건 신천지측이 전체 신도명단 공개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뒤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결정이다. 기왕 마음을 연 만큼 제대로 지켜지길 기대한다. 더불어 명단 공개 외에 방역당국의 실질적 대응이 가능토록 추가적인 협조도 당부한다. 이것이 다함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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