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경고음 울린 민주당...'어대낙'은?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대표 입력 2020.08.26. 15:05

불길한 예감은 늘 적중한다. 따지고 보면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총선이 끝난지 불과 4개월여. 176석의 슈퍼여당이 출범할 당시, 혹여 오만과 독선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했던 예감이 적중했다. 그 결과는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지율 역전현상으로 나타났다. 비록 한 차례였고, 이어진 여론조사에서는 또 달라졌지만 민주당 안팎의 충격파는 적지 않았다. '박근혜 탄핵 이후 4년 만에'라는 수식어구도 신경계를 자극했다. 골리앗 여당, 민주당에 경고음이 켜진 게 분명했다.

이를 두고 당내 일부에서는 코로나19와 부동산 정책, 수해 등이 겹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평가절하한다. 하지만 이면을 보면 유의미한 데이터가 많다. 리얼미터가 실시한 8월 둘째 주 여론조사 결과 통합당의 지지율(36.5%)이 민주당(33.4%)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양 당의 지지율이 역전된 것은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가 시작됐던 지난 2016년 10월 셋째 주 이후 199주 만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여당의 심장부인 호남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꽤나 빠졌다는 것이다. 일주일 새 무려 11.5%p나 떨어져 47%대를 간신히 유지했다. 핵심기반인 호남의 이탈이 전국적 지지율 하락을 이끈 셈이다. 조국사태 당시에도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로 민주당과 대통령을 지켜냈던 호남의 민심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큰 수치는 아니지만, 그 빈 자리를 미래통합당이 차지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통합당에 대한 호남의 지지율 17%대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역대 사례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이 등락하더라도 통합당에 대한 거부감은 불변의 법칙이었는데, 새삼 놀라운 수치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야당의 노회한 정치인은 이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19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눈물로 용서를 구했다. 진정성을 의식해서인지 5·18민주화운동 이념의 정강정책 반영이나 호남 비례대표 우선 추천제 등 실질적인 대안까지 들고 나왔다. 허를 찔린 민주당이 '정치쇼'라며 정색했지만 호남민심을 흔든 것만은 사실이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최근 민심이 흔들리는 것은 미래통합당이 잘 해서가 결코 아니다. 야당의 헛발질이 눈에 띄게 준 것은 맞지만 정부여당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현재진행형인 부동산정책 혼선에 단체장들의 잇단 성추문 등 정부여당의 무리수나 잡음이 민심이반으로 이어졌다.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일방통행식 의사진행이 오만과 독선 논란으로 표면화됐다. 상임위원장 독식에 이어 임대차3법 등 주요 법안 처리과정을 보면서 다수당의 횡포를 떠올리는 국민들이 많았다. 민주주의의 원칙은 합의정신인데 처음부터 의석수만 앞세웠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지율 하락에 대해 상황적 요인이 작용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거듭 주장하지만 충분히 예견된 그림자가 있었다는 게 국민들의 인식이다.

이 와중에 8·29민주당 전당대회가 치러지고 있다. 처음부터 코로나19 확산에 수해, 유력 후보의 자가격리까지 겹치면서 흥행과는 거리가 먼 전당대회가 됐다. 오죽했으면 '관심도, 논쟁도, 비전도 없는 3무(無) 전대'라고, 야당 대변인이나 했음직한 비판이 민주당내에서 쏟아졌다. 그나마 관심을 모은 키워드를 꼽으라면 '어대낙'이다. '어차피 당 대표는 이낙연이다'라는 뜻인데, 김부겸, 박주민 후보의 추격 속에 이낙연 대세론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 여부 정도가 이번 전대의 관전 포인트다.

최악의(?)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될 새로운 당 대표가 지금의 민주당 상황을 잘 헤쳐 나갈지도 미지수다. 거대여당을 이끌어갈 조타수의 역할, 야당과의 협치를 복원해야 할 막중한 의무가 있다. 총선 이후 민심의 도도한 흐름도 살펴야 한다. 곳곳이 지뢰밭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대권경쟁에 나설 후보가 되더라도 마찬가지다. 주춤해 있는 지지율을 뛰어넘어 확장성을 담보할 새로운 기회가 될지, 아니면 독배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지금 국민들은 많이 힘들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바닥의 정서는 질식하기 직전까지 와있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극도의 공포감까지 안고 산다. 어려운 시기,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집권여당 민주당의 변화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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