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시도통합 논의의 정치학

@박지경 입력 2020.11.25. 19:10

광주시와 전남도가 지난 11월2일 합의하면서 시·도통합 논의가 본격화 됐다. 올 지역정가를 강타한 시·도통합 논의는 이용섭 광주시장으로부터 비롯됐다. 이 시장은 지난 9월10일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토론회' 축사에서 "천년을 함께해 온 공동운명체지만 지금처럼 매 사안마다 각자도생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면 공멸 뿐"이라며 "광주·전남의 행정통합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의 파장은 컸다. 통합 상대 파트너인 김영록 전남지사와 전혀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 화두가 던져지자 광주·전남 관가와 정치권은 술렁였다. 다른 모든 쟁점을 삼킬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김 지사는 폭탄과도 같은 제안을 받아들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시장은 첫 발언 5일 뒤 실무준비를 지시했다. 또 24일엔 시의회 의장단, 구청장 등과 간담회를 하며 공감대 형성에 나선데 이어 25일에는 '광주·전남 통합준비단'을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이 시장은 상당한 오해를 받았다. '몇가지 현안이 진척을 보지 못하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정치적 술수'로서 진정성을 담지 못했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당시 광주에서 이 시장은 군공항 이전사업이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시민단체와 시의회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들은 무안으로의 민간공항 이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선(先)민간공항 이전'을 선언한 이 시장의 정치적 입지를 좁혔다. 전남도 측은 군공항 이전에 대해 협조를 전혀 하지 않고 민간공항의 조속한 이전만 촉구했다. 더욱이 각종 시도 상생과제들에서 파열음을 내며 시도지사가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전남지사보다는 광주시장의 입장이 더욱 어렵다. 광주시는 여론이 요동치며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양상을 보이지만 전남도는 복잡한 소지역주의 탓에 쉽게 단일된 목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만큼 지사는 여론 압박으로부터는 자유스런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이 시장은 차기 지방선거의 경쟁자로 꼽히는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일찌감치 선거 준비에 나서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 시장이 꺼낸 시·도통합 논의는 그동안 시도 상생과제 논의 과정에서 자신에게 부정적이었던 여론을 단 한번에 뒤집을 카드가 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본인이 논쟁을 주도하고 뉴스의 중심에 서게 돼서 지금까지 시·도통합 논의에서 가장 큰 이득을 봤다고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 시장의 통합 제의가 정치적이어서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비판도 있지만 정치인에게 정치적이지 말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정치가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비판인만큼 크게 귀 담아 들을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행보가 비판 받는 것은 그 행보가 지나치게 정파적이었을 때가 아닌가 한다.

반면 시·도통합 제안은 김영록 전남지사에게 '아닌 밤에 홍두깨' 격이었을 것이다. 전남지사의 경우 지역 특성상 여론이 쉽게 바뀌지 않아 광주시장보다 재선이 유리한 상황에서 차기 선거판이 흔들릴만한 대형 이슈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자칫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이개호 의원이 끼어들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줄 수 있어서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더욱이 시·도통합은 전국적 대세여서 쉬이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역의 미래성장동력 확보라는 명분을 뒤엎을 논리도 마땅치 않았을 것이다.

이 때문에 애초 전남도 측은 '원칙적으로는 찬성한다'면서도 지역여론을 먼저 들어봐야 한다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시·도통합은 묵묵부답으로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쟁점이 아니다. 그래서 내놓은 김 지사의 답은 "민선 8기에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나아가 전북까지 포함한 경제연대나 메가시티 구축 등을 검토해 볼수 있다고 역제안했다. 이때부터 시도간 협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실무진 간 조율을 통해 어렵지 않게 통합 논의에 합의했다.

지금까지 논의 과정에서는 이 시장이 상당 부분 정치적 이득을 보고 김 지사는 본전을 지킨 정도로 분석된다. 하지만 본격적인 정치 싸움은 이제부터다. 통합의 방법과 청사 문제 등 여러 난관이 존재하며 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누가 정치적 이득을 가져갈지는 본인들의 정치적 능력에 달렸다. 아니면 운 좋은 사람이 득을 볼수도 있다. 정치가 매번 그렇듯…. 박지경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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