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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무등문예(신춘문예)당선작 동화- 구리구리, 똥개구리

입력 2016.01.01. 00:00
당선작가 양정숙

며칠 전, 구리는 열무 밭에서 엄마청개구리와 함께 벌레를 잡아먹고 있었습니다. 날이 저물자 네모 반듯반듯한 아파트 창문에 불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저 아파트 안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어.”

구리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습니다.

“뭐야? 너, 꿈도 꾸지 마!”

엄마청개구리는 쥐어박을 듯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궁금한 것은 절대 참지 못하는 구리였으니까요.

“그럼 우물 안 개구리가 되라고요?”

“이 녀석아, 정신 차려! 여기가 얼마나 좋은 곳인데…….”

엄마청개구리는 눈을 크게 부릅떴습니다.

구리는 엄마 가슴으로 파고들며 방법을 알려달라고 바득바득 졸랐습니다. 하지만 엄마청개구리는 딱 잘라 안 된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구리 혼자 열무밭으로 나왔습니다. 맛있는 청벌레와 무당벌레가 눈 앞에서 꼼지락거렸지만 쳐다보지 않고, 아파트만 올려다봤습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얘기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텔레비전을 실제로 한 번 봤으면, 밥 먹는 곳과 똥 누는 곳이 따로따로 있다고 하던데…….’

생각할수록 구리의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그 때 열무밭 주인아주머니가 다가와 열무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열무김치에 비빔밥을 해 먹어야지.”

‘맞아, 바로 이거야!’

구리는 뽑아놓은 열무 이파리 사이로 폴짝 뛰어 몸을 숨겼습니다.

아주머니는 콧노래를 부르며 열무를 손수레에 실었습니다. 행여 떨어질세라 열무 이파리를 꽉 붙잡았습니다.

아주머니가 손수레를 끌고 아파트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손수레는 돌돌돌 소리를 내면서 굴러갔습니다.

‘사람을 따라가면 절대 안 돼!’

어디선가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구리는 정신을 바짝 차렸습니다.

열무 사이로 보이는 세상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알록달록, 여러 색깔의 자동차들이 쌩쌩 지나갔습니다. 어질어질, 멀미가 나려고 했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습니다.

드디어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유리문 앞에서 아주머니가 숫자에 손가락 도장을 찍었습니다. 엘리베이터 벽에서 빨간 숫자가 움직이더니 19층에서 멈췄습니다. #그림1오른쪽#

거실로 들어온 아주머니는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열무를 내려놓았습니다. 구리는 오른쪽 앞발을 들어 열무 이파리를 젖히고 살며시 주위를 살폈습니다.

거실 벽에 걸린 가족사진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족이 모두 셋이네. 엄마, 아빠, 아들.’

참 행복해 보인다고 구리는 생각했습니다. 벽에 붙은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는 장면이 보였습니다. 구리는 오소소 소름이 돋았습니다.

‘열무를 다듬기 전에 얼른 숨어야 해.’

아주머니가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바로 지금이야!’

두리번두리번 숨을 곳을 찾던 구리가 벌떡 일어섰습니다. 문이 빼꼼 열려 있는 곳을 봤습니다.

‘됐다! 우선 저곳으로 들어가야지.’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얀 벽이 앞을 가로 막았습니다.

‘저게 뭘까? 한 번 올라가 볼까?’

구리는 매끄러운 벽을 움켜잡고 한 발 한 발, 땀을 뻘뻘 흘리며 꼭대기까지 올라갔습니다.

‘웬 우물? 와- 우리 연못 보다 물이 더 깨끗하네!’

구리는 폴짝 뛰어내렸습니다. 가슴 속까지 시원했습니다. 마음을 졸였던 탓에 목이 바짝 말라 힘들었는데 갈증도 싹 가셨습니다. 두 팔로 물을 가르며 뒷발을 쭉쭉 뻗어 수영을 했습니다. 움츠리고 있었던 몸이 다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탕 탕 탕!”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세진아, 왜 그러는데?”

“엄마, 배, 배가 아파서요.”

다급한 세진의 말소리와 함께 문이 확 열렸습니다.

구리는 얼른 몸을 한 쪽으로 숨겼습니다. 밖으로 뛰어나오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큰일 났네! 어떡하지?”

구리의 두 눈이 포도알만 해졌습니다.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벽에 바짝 달라붙었습니다.

세진이는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털썩 앉았습니다.

갑자기 온 세상이 캄캄해졌습니다. 뜨뜻한 오줌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더니, 이번에는 묽은 똥이 주르륵주르륵 머리위로 떨어졌습니다. 고약한 냄새로 숨이 막힐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죽을 순 없어!’

구리는 가슴이 오그라들었습니다. 엄마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후회 되었습니다. 엄마 얼굴을 떠올리며 구리는 폴짝폴짝, 있는 힘을 다해 뛰어올랐습니다. 폭신폭신한 세진이 엉덩이에 살짝살짝 닿았습니다.

“어-엄마야!”

세진이가 벌떡 일어섰습니다. 흘러내린 바지를 움켜잡고 휙 돌아섭니다. 변기 안을 살폈습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연두색 구리가 두 손을 모으고 애처롭게 바라봅니다.

“엄마! 똥 속에 청개구리가 빠졌어. 빨리 좀 와 봐!”

아주머니가 달려왔습니다.

구리는 안간힘을 다해 고개를 들었습니다. 아주머니를 향해 살려달라고 사정했습니다.

“요 녀석, 아까 뽑아온 열무를 따라왔구나!”

고개를 갸웃하던 엄마가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엄마, 살려달라고 사정하는 것 같아.”

세진이가 놀란 눈을 굴리며 아주머니를 바라봤습니다.

코를 막고 서있는 아주머니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습니다.

“엄마! 어떻게 좀 해줘!”

“김치 담그는 것 안 보여? 그깟 똥개구리가 뭐라고!”

아주머니는 부엌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세진이는 답답해서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아주머니 너무해요. 내가 열무 밭에서 벌레도 많이 잡아 주었잖아요. 그런데 어쩜 그래요?”

구리는 바둥거리며 소리쳤습니다.

“세진아! 빨리 꺼내 줘! 숨 막혀 죽을 것 같아!”

누런 똥을 뒤집어 쓴 구리가 겨우 고개를 내밀며 소리쳤습니다. 어푸어푸 똥을 뱉으며 안간힘을 썼습니다.

안타깝게 내려다보던 세진이가 부엌을 향해 다시 소리쳤습니다.

“엄마! 빨리 건져주라니까!”

그때 아빠가 밖에서 들어왔습니다.

세진이가 숨 넘어 가는 소리로 아빠를 불렀습니다.

“아빠, 급해요! 어떻게 좀 해주세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아빠가 화장실로 들어왔습니다.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소란스럽기는.”

오른 손을 쭉 뻗은 아빠가 변기통 물 내림꼭지에 검지를 갖다 댔습니다.

“안 돼! 그러면 구리가 죽잖아!”

깜짝 놀란 세진이가 아빠 허리띠를 잡고 매달렸습니다. 밖으로 끌려나온 아빠는 어리둥절했습니다.

잔뜩 화가 난 세진이는 식식거리며 아빠를 노려봤습니다.

“여보! 어떻게 하지?”

난감한 표정을 짓던 아빠가 부엌을 향해 도움을 청합니다.

“지금 김치 담그고 있단 말예요!”

아주머니는 구리를 구해주는 데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세진이는 부엌으로 가서 아주머니를 향해 눈을 째지게 흘기면서 자루가 긴 국자를 챙겨 들었습니다. 그것을 본 아주머니가 깜짝 놀라 국자를 빼앗아가 버렸습니다.

“똥 건졌던 국자로 국을 떠서 주면 너 같으면 먹겠어?”

세진이는 아주머니 얼굴을 멀뚱하니 바라봤습니다.

다시 화장실로 들어간 세진이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구리를 내려다봤습니다. 구리는 똥으로 범벅이 된 눈을 겨우 뜨고 끔벅끔벅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봐!”

세진이는 화장실 밖을 두리번거렸습니다. 신문지 위에 놓여 있는 누런 열무 이파리를 보았습니다. 얼른 이파리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급하게 아빠를 불렀습니다.

“아빠! 세수 대야에 물 좀 받아 주세요!”

“어떻게 하려고?”

아빠의 물음에 세진이는 대답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구리야, 조금만 참아!”

열무 이파리를 살살 변기 안에 넣었습니다.

“꽉 잡아야 돼!”

열무 줄기를 쥔 세진이의 손이 달달 떨렸습니다. 구리는 온 힘을 모아 이파리 위로 기어올랐습니다.

‘조심 조심, 가만 가만…….’

세진이가 열무 줄기를 잡고 올리는데, 구리가 똥 속으로 툭 떨어졌습니다.

구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꽉 잡아야 한다.”

세진이가 또다시 열무이파리를 구리 앞에 내밀었습니다. 구리는 죽을힘을 다해 네 발로 꽉 움켜잡았습니다.

세진이의 이마에 구슬 같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아빠는 허리를 구부린 채 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초조히 구리를 바라봤습니다. 세진이는 무 이파리를 살살 밖으로 올렸습니다.

드디어 구리를 태운 무 이파리를 꺼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살았다!”

꿈틀대는 구리를 보고 세진이가 소리쳤습니다.

세진이는 맑은 물이 담긴 세숫대야에 구리를 내려놓았습니다.

“이제 네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세진이는 구리가 담긴 대야를 들고 아파트를 나와 열무 밭으로 갔습니다. 열무밭 고랑에 대야의 물을 쏟아 부었습니다. 바닥에 나동그라진 구리는 몇 번 버르적거리다가 바로 앉았습니다.

“살려줘서 고마워!”

구리가 두 눈을 끔벅거리며, 앞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세진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다시는 아파트 안에 들어오지 마!”

세진이가 구리와 눈맞춤을 하며 타이릅니다. 알았다는 듯 구리는 눈을 끔벅거리며 고개를 까닥까닥했습니다.

세진이가 빈 대야를 휙휙 돌리며 아파트를 향해 달려갑니다

구리는 세진이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고마워, 세진아!”

구리는 중얼거리며 아파트를 쓰윽 올려다봤습니다. 네모반듯한 창문이 유난히 환하게 보였습니다. 다시는 올려다보지 않을 듯 고개를 휙 돌렸습니다. 구리는 폴짝폴짝 뛰어 열무 이파리 사이로 들어갔습니다.

저만큼 엄마청개구리가 데굴데굴 넘어지며 뛰어옵니다.

“구리야, 구리야!”

구리를 얼싸안고 엄마청개구리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엄마, 하마터면 나 똥개구리 될 뻔했어!”

구리는 할 말이 많은 듯 눈을 끔벅거리며 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엄마청개구리가 꼬무락거리는 벌레 하나를 콕 쪼아 구리 입안에 넣어주었습니다. 구리 입 안에 보글보글 웃음이 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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