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피에타' 열흘 항쟁 판화 제작
80년 광주 작품으로 세계 널리 알려
국가폭력 대항 광주시민 항쟁 주목
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당시 한국의 상황이 시간차를 두지 않고 일본에 그대로 전해져 일본 국민과 사회에 크게 충격을 줬고 국가폭력에 대항하는 광주시민들을 통해 '민중의 힘'이 생생하게 각인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윤아 일본 리츠메이킨대 코리아연구센터 교수는 오는 13일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열리는 '경계를 넘는 화가- 도미야마 다에코의 삶과 예술' 심포지엄에 앞서 미리 배포한 자료 '도미야마 다에코의 눈에 비친 광주와 한국'에서 이같이 밝혔다.
서 교수는 "1980년 6월 도쿄에서 제작된 슬라이드필름 '쓰러진 자를 위한 기도-1980년 5월'는 5·18의 사건 흐름을 시각적으로 알기 쉽게 전한다"며 "당시 광주에 대한 공명은 시와 그림으로 다양하게 표현됐고 이중 도미야마 다에코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미술작품으로 알린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또 "도미야마 다에코는 광주민주화운동이 그동안의 학생운동과는 다른 프랑스혁명 같은 역사적 움직임을 느꼈다"며 "그가 광주를 보며 쉽게 파리코뮌을 연결시켜 생각하고 작품의 이미지와 음악에서 동학농민혁명을 의도적으로 연상시켰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어 "도미야마는 지난해 브라질에서 온 기록영상작인 오카무라 준 감독에게 광주민주화운동은 1980년인데 군사정권의 입국 거부로 한국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그 전야와도 같은 10년간을 지켜봐서 광주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며 "광주민주화운동을 표현한 석판화를 모아 제작한 슬라이드 '쓰러진 자를 위한 기도'나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에 소장된 관련 작품들을 보면 70년대 김지하 시화집에 등장했던 일부 도상이 변형된 형태로 다시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함께 "도미야마의 눈에 비친 광주민주화운동은 1970년대 한국 민주화운동의 연속선상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작이었다"며 "이는 한국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제작한 작품이 새로운 스타일로 표현된 것에서 그대로 드러났다"고 역설했다.
서 교수는 "도미야마가 광주민주화운동 직후 작품화에 나선 것은 간접적으로 체험한 광주에 대해 곧바로 반응해 광주의 진실을 전하기 위해 슬픔에 빠져 있을 새도 없이 급한 마음으로 작품을 그렸다"며 "그의 광주 연작은 70년대 작품활동이 축적 정제돼 만들어진 연속선상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정근식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동북아센터장은 '5·18의 시각적 형상화와 역사공동체'를 통해 "5·18 40주년을 맞아 80년 5월을 기록한 고 이응노 선생과 홍성담 화백, 도미야마 다에코 등 3인 화가들의 작품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들은 한국의 현실을 인권 및 탈식민주의적 시각에서 기록하고 예언자적 전망을 담았던 작품들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도이야마는 5월 투쟁이 끝나고 약 2주일이 지났을 때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쓰려져간 영혼들을 추도하고 항쟁의 전개과정을 재현한 판화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이중 '쓰러진 자를 위한 기도'는 광주 피에타를 표제화해 열흘간의 항쟁 모습을 담은 판화들을 슬라이드로 묶고 다카하시 유지의 음악을 입힌 것으로 열흘간의 항쟁을 담은 판화를 얼개로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울에서 광주에서'는 8장의 판화로 구성, '해방' '같이 죽고' '군부통피 결사반대'라는 구호를 외친 시민들과 고약한 얼굴을 하고 철모를 쓴 계엄군의 모습을 대비시켰다"며 "계엄군들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모습이 공포스럽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1980년에 김준태의 시가 큰 충격을 준 듯한데 자신의 판화에 그의 시를 더하는 달력을 제작 보급했다"며 "5·18 판화의 문제의식은 지속됐고 일본 식민주의의 유산을 나타내는 그림에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심포지움은 정용화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장 사회로 고바야시 히로미치 일본 다마미술대 교수, 마나베 유코 도쿄대 교수, 이미숙 릿쿄대 교수, 홍윤리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사 등이 주제발표와 토론자로 나선다.
도미야마 다에코(1921-)
일본의 화가로 제2차 세계대전과 조선인 강제징용, 종군위안부 등 동아시아의 전쟁의 아픔을 작품에 담아냈다. 1995년 '하얼빈역', '황톳길' 등으로 서울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고베 출생으로 동아시아의 역사적 아픔을 형상화하는 화가이다. 소녀시절을 만주의 다롄·하얼빈에서 보내고 도쿄에 돌아와 도쿄여자미술전문에 진학했다. 이 무렵부터 역사의식에 눈뜨기 시작, 제2차 세계대전과 조선인 강제징용, 종군위안부, 광주민주화운동 등의 작품으로 세계 각국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그는 70년대 한국을 방문했던 것을 계기로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995년 7월 서울에서 열린 전시회는 '하얼빈역' '황톳길' '튀어라 봉선화' '바다의 기억' 등 4부로 이루어졌는데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윤동주의 한(恨), 종군위안부의 비운 등 일제강점기에 한국이 겪은 역사를 소재로 한 것이었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 광주·전남 여성단체 "5·18 성폭력 사건 소수의견 첨부는 의의 퇴색"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지난 2일 공개한 5·18 당시 계엄군 성폭력 사건 조사결과 보고서에 포함된 일부 전원위원(이종협·이동욱·차기환)의 반대 의견. 5·18조사위 조사결과 보고서 캡처 광주·전남지역 여성단체들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5·18 당시 계엄군 성폭력 사건 조사결과 보고서와 관련 전원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나온 일부 위원의 의견을 첨부한 것은 스스로 조사 의의를 깎아내린 행위라고 지적했다.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5·18조사위의 직권조사 과제에 대해 매번 진상규명 결정을 반대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 전원위원의 의견을 소수의견이라는 이름으로 첨부한 것은 매우 아쉬운 결정이다"며 이같이 밝혔다.단체는 "성폭력 사건의 경우 다른 조사와 다르게 사건의 유형을 철저하게 분류하고 피해자들의 치유와 명예회복을 위해 국가가 책임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해 큰 의의가 있다"며 "소수 의견은 소수 의견으로 뒀어야 한다. 따로 공개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5·18조사위는 소수 의견을 공개해 지난 4년간의 조사 활동의 의의를 스스로 퇴색시켰다"며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종합보고서는 권위있는 형식을 갖춰 공개돼야 한다"강조했다.앞서 지난 2일 5·18조사위는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조사한 개별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계엄군이 성폭력 가해자일 개연성이 있다거나 가해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진상규명 결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찬성할 수 없다' 등의 일부 전원위원(이종협·이동욱·차기환)의 반대 의견이 첨부돼 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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