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현장을 가다] 16년 악취 피해에 뿔난 주민들 "나주시 민원 해결 의지 없어"

입력 2021.04.05. 14:20 임장현 기자
민원 제기한 10여년간 과태료 100만원 부과
개선명령 의미 없다… 주민들 "그때 며칠 뿐"
나주시측 "시간 오래 걸리고 장비 부족하다"
나주시 왕곡면 옥곡2리 주민 방기태(54)씨가 밭 너머에 있는 젖소 농가를 바라보고 있다. 축사는 마을 방향으로 개방돼 있다.

"먼 길 찾아온 가족들이 분뇨 냄새 때문에 하룻밤 자고 가려해도 못 자. 나도 떠나고 싶지만 냄새가 심하니까 집이 나가질 않으니 살지도, 떠나지도 못하고 있는 거여."

나주시 왕곡면 옥곡2리 주민들은 마을 인근에 있는 축산농가에서 나오는 악취로 인해 '숨 쉬기 마저 힘들다'고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십 수 년 째 지속되는 축산농가의 악취 피해와 관련, 지속적으로 나주시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개선 명령 이외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어 주민들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축사가 들어온 2005년 악취가 시작돼 주민들은 직접 나주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동안 주민들은 수 십 차례에 걸쳐 악취 피해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지만 그때만 잠시 나아질 뿐 악취는 16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마을 주민 강홍원(75)씨는 "마을 주민들이 못 살겠다고 떠나가 4채가 비어 있는 상태인데, 악취 때문에 입주하는 사람이 없다"며 "축산 농가 하나 때문에 마을 전체가 폐촌이 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주시 왕곡면 옥곡2리 주민들이 축사에서 100m 가량 떨어진 주민의 집에 모여 악취로 인한 피해를 설명하고 있다.

주민들은 나주시의 안일한 대응과 악취 측정 방식이 현실에 맞지 않기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민원에 따른 악취를 측정하는 경우는 해당 농장주의 입회가 필요하다는 조건 때문에 측정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의미다.

주민들은 농가가 가림막을 올리고 내리는 등 측정 시기에 맞춰 농장주가 악취를 조절할 수 있어 단속에 걸리지 않는 것이기에 사전에 연락하지 않고 불시에 방문, 현장에서 농장주를 입회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나주시 측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악취방지법에 따르면 기준치를 초과하는 악취가 측정되면 개선명령 이행 여부, 2년 이내 악취 재발 등을 근거로 조업정지명령이나 사용중지명령 처분을 할 수 있다.

주민들은 수시 단속을 통해 농장주에게 강제성을 가진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나주시는 예산과 장비의 부족으로 인해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청의 답변에 주민들은 수차례 민원을 넣었음에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분개했다.

주민 방기태(54) 씨는 "시청에서 마을까지 15분이면 오는 거리인데다가 젖을 짜는 시간이 고정적으로 정해져 있어 측정 시 농장주의 입회도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예산이나 장비 문제는 변명일 뿐이고 나주시가 민원을 해결하겠다는 최소한의 의지만 있었더라면 16년 간 주민들이 방치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축산 농가는 이번 달 2주차에 가림 막을 설치하는 등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시청에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두 상의 논의만 진행됐기 때문에 이행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신이 계속되고 있다.

임장현기자 locco@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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