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오래된 미래를 찾아서

무등일보·도시설계학회 지식나눔센터 공동기획- 도시재생, 오래된 미래를 찾아서 Ⅰ부. 광주 도시재생의 진단과 방향 (5)발산창조문화마을과 양동도시재생사업(上)

입력 2018.03.28. 00:00 도철 기자
'킬러 컨텐츠' 중심으로 과감한 재정비 이뤄져야
과감한 시장정비가 먼저다
농·수·축산물 단순판매에서
레시피를 제공하고
가공·체험 시장으로의
스마트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제적인 관광시장화를 위해서는
■ 양동 도시재생 총괄도

동명동(東明洞)과 양림동(陽林洞)은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주거지이다. 양동은 8·15해방과 6·25 한국전쟁 이후 모여든 귀환동포와 월남민의 삶터로 출발되었다. 여기에 호남최대의 시장인 양동시장과 임동(일신, 전남)방직공장의 여성근로자들의 주거문화가 뿌리를 형성하고 있다. 양동시장과 방직공장의 종사자들의 주거는 공간적으로 분리되었으나 한 몸을 이루고 있었다.

◆양동시장의 재생

현대화된 시설과 깔끔한 상품으로 가지고 등장한 백화점과 골목상권까지 장악한 마트는 100여년 넘게 지켜온 전통시장을 고사 직전까지 몰고 갔다. 방직공장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와 타지로 떠났다. 이들의 몰락과 이전은 주변지역인 양동, 임동, 월산동의 주거지를 공·폐가가 산재한 쇠퇴지역으로 만들어버렸다.

양동을 재생시키기 위해서는 양동쇠퇴의 근본원인인 양동시장을 살려내야 한다. 양동시장 상인들도 변해가는 사회의 최전방에 서서 지속적으로 상권회복을 위해 노력해 왔다.

통합 로고 개발, 온라인 쇼핑몰 구축, 상인대학을 개설 운영하는 등 경영현대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하지만, 경쟁상대인 백화점과 마트를 추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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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시장에 희망을 주고 호남 최대, 최고의 시장이라는 명성을 찾을 수 있는 컨텐츠는 있다. 특유의 냄새로 양동수산시장을 지키는 킬러 컨텐츠(killer content), 홍어다.

전국 홍어 유통의 90%를 차지하고, 100여개의 홍어판매점이 양동시장에 있다. 홍어는 남도음식을 대표하고, 애경사에 빠질 수 없는 필수음식이다.

야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북새통을 이루는 양동통닭집도 있다. 백종원의 3대 천왕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전국 5대 치킨중의 하나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여기에 3대를 이어 상품개발을 계속해 온 한복점을 중심으로 한복전문상점가도 있어 양동시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빈 점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양동시장의 재생은 문화시장으로 자리 잡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대인시장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7개시장으로 나뉜 시장상인회의 통합협의체를 활성화하고, 상인역량강화를 통한 상인주도적인 시장재생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한복판에서 발 디딜 틈 없이 인기를 끌고 있는 산 미구엘 시장(Mercado de San Miguel)과 같이 자국민의 사랑을 받아야 관광객들의 인기도 멈추지 않는다.

양동시장이 재생되기 위해서는 킬러 컨텐츠를 중심으로 한 과감한 시장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농·수·축산물의 단순판매에서 레시피(recipe) 제공과 함께 가공·체험 시장으로의 스마트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제적인 관광시장으로 육성되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의 사랑회복이 선행되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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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 도시재생활성화 사업

도시재생의 본질은 헌집을 새 시대에 맞게 고쳐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친환경적인 건물, 에너지 제로건물이나, 4차 산업혁명과 궤를 같이 하는 사물인터넷(IOT)으로 무장한 스마트한 빌딩으로 새롭게 만들어 답이 없는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하거나 리모델링(remodelling)하는 것이다.

도시재생뉴딜사업에서는 '자율주택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개인이 자기 집을 고치는 주택사업의 전개방향도 이와 같다.

마을의 공동체를 토대로 하여 필요한 시설과 사업, 그리고 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하고, 집행하고, 관리해 나가는 것이다. 주민이 주도가 된다는 의미다. 자동차화(motorization)를 위해 자연지형과 어울려 자연스럽게 형성된 골목길이 절단 났다. 고불고불한 골목길을 반듯하게 펴서 자동차를 위한 도시계획 도로를 '주거환경개선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개설해 왔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양동시장에서 발산까지 1.5㎞에 달하는 잘 발달된 골목길, 걷기에 좋은 보행전용길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 골목이 부활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골목 르네상스 사업이라 '양동도시재생활성화계획'에서는 명명하고 있다. 마을공동체를 저해하는 주범인 자동차를 마을 외곽주차장으로 몰아내고, 주차장에는 마을에서 사라진 마을슈퍼, 미장원, 약국 등 편의시설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골목활성화는 보행권(步行權)을 회복시켜주는 일이고, 옥외활동(outdoor activity)을 활발하게 진행시켜 건강한 사회, 복지, 문화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귀차니즘'에 사로잡혀 있는 절대다수의 주택의 소유자인 할아버지, 할머니를 독거생활에서 공동생활로 초대해 나가야 한다.

복지시설인 양로원과 요양병원을 마다하고 옆집 친구를 자식삼아 서로를 의지하는 복지공동체를 엎그레이드 해드려야 한다. 식사와 주거, 건강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는 '공동 아침밥상'과 마을 곳곳에 조성된 '마을정원가꾸기'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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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계절을 느낄 수 있는 꽃과 나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손으로 가꾸어진다는 말이다. 자동차를 타고 멀리 꽃놀이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꽃마을에서 꽃놀이를 한다는 것이다. 멀리 있는 아들과 딸이 손녀와 손자를 데리고 꽃마을로 놀러오게 만든다는 말이다. 양동에 살고 있는 양동초등학생들과 광천초등학생들은 등굣길을 엄마와 함께 꽃길로 바꾸는 사업도 계획되어 있다. 아이들이 골목과 마을에서 가족들과 함께 자연을 배운다는 이야기다.

자기 자신의 집을 스스로 고치거나 새로 짓는 자율주택정비도 주민주도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누구 집을 어떻게 고쳤는데, 비용이 얼마 들고 월세를 얼마 받고 있는지, 그리고 공사기간은 얼마나 걸렸고, 공사기간에 살림살이와 거처는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할머니들로서는 말로, 그림으로 설명을 해도 하루만 지나면 도무지 말짱 도루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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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에 반영된 '자율주택정비 모델하우스'와 '마을건축사'사업은 친절한 안내사업이자, 재생사업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지속적인 주택정비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양동은 전국 최초로 마을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쌀뒤지'가 주민자치센터에 설치되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샘몰경로당'에서는 70~80대의 할머니들이 '부뚜막 공동체'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마을을 청소하고 나온 부산물로 얻은 깡통과 폐지를 모으고, 늦게 배운 손뜨개질로 만든 수세미를 팔아 장학사업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에게 인사 잘하는 어린이와 아픈 형을 잘 보살핀 착한 동생에게 마을장학금이 지급되고 있다. 마을공동체가 복지공동체, 교육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마을이 학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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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국 한국도시설계학회 지식나눔센터장

전남대 건축과 박사출신으로 10년 동안 광주시 도시계획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일상과 건축, 도시 관광에서 건축이 차지하는 비중 등에 관한 학문적 실천적 사유를 바탕으로 작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지오시티'는 첨단지리정보(GIS)를 활용한 과학적인 도시계획 선두주자로 꼽힌다. 한국도시설계학회 창립, 한국도시설계학회 지식나눔센터장. 한국도시설계학회 부회장/광주·전남 지회장, 광주시 양동도시재생사업 총괄코디 등을 역임하며 도시설계와 관련 정책입안과 실행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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