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지음/조은영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6천원
지난 2018년 중국에 희한한 공장이 하나 들어섰다. 이름 하여 ‘바퀴벌레 공장’이다.
지구상에 이런 공장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진절머리를 치겠지만 진짜 놀라운 건 이 바퀴벌레들이 하는 일에 있다. 바퀴벌레는 맵든 짜든 음식이라면 가리지 않는 왕성한 식욕을 가졌다. 그 공장은 이 점을 이용해 바퀴벌레 10억여 마리로 하루에 55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한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중소도시에서 발생하는 일일 음식물 쓰레기 양과 맞먹는다.
곤충은 하찮고 귀찮고 징그럽고 위험하고 쓸모없다는 통념을 깨는 책이 나왔다.
신간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는 노르웨이생명과학대학교 교수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이 밀리미터 단위에서 펼쳐지는 곤충의 독특한 생활사와 다방면에서의 놀라운 활약상을 생생하게 담은 책이다.
책은 곤충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공생의 세계를 다각도로 서술하며 곤충의 존재 이유를 납득시킨다.
특히 곤충이 무려 4억7천900만년 전에 등장했고, 공룡도 피해가지 못한 대멸종을 무려 다섯 번이나 겪고 살아남은 사실을 밝힌다.
또 현재 인구 한 명당 2억 마리가 넘는 곤충이 있고 최대 1경 마리의 곤충이 우리 주변에서 날아다니고 기어 다니는 상황을 살핀다.
책에서는 곤충의 숫자와 함께 곤충의 특이한 생김새, 능력도 함께 다룬다.
고도 6천 미터가 넘는 고산지대나 섭씨 50도가 넘는 온천에서도 살아남아야 했던 곤충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 색을 갖도록 진화했다. 그 결과 눈은 엉덩이에, 귀는 다리에, 혀는 발에 달린 희한한 것들이 등장했다. 자기 똥으로 우산을 만들어 다가오는 적에게 휘두르거나 이동식 똥 주택을 만들어 사는 벌레도 있다. 다른 개미를 가르치는 개미의 사회적 능력, 숫자를 세고 춤 언어를 구사하며 얼굴을 기억하는 벌의 인식 능력, 1초에 300개까지 이미지를 분리시켜 보는 잠자리의 탁월한 시각 능력 등도 대단하다.
뿐만 아니다. 책은 최근 곤충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가치도폭넓게 다룬다.
곤충이 애완, 산업, 식량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궁한 잠재력을 재평가 받으며 성장하고 있는 사실을 그린다.
실제 수억 년의 시간 동안 진화를 통해 흰개미가 만들어낸 영리한 구조물은 친환경 고층 건물에 응용되고 습도에 따라 몸 색깔을 바꾸는 하늘소는 위조 불가능한 수표를 만드는 데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검정파리 유충은 상처 주변의 죽은 조직과 고름을 먹어치우며 치유를 촉진하고 귀뚜라미는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노인 정신 건강을 개선시킨다.
곤충은 로봇 산업이나 우주 탐사 프로젝트에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바퀴벌레에 마이크로칩, 송신기, 수신기, 제어기 등의 기계 장치를 달아 원격 조종하는 탐사체로 만들어 재난 상황에 활용하는 건 사이보그 곤충 개발의 대표적 사례다.
노화 과정을 제어하는 수시렁이나 꿀벌은 치매 예방 연구에 새로운 단초를 제공하며 ‘회춘 약’ 연구에 기여한다.
저자는 “곤충들이 문제를 해결해온 영리한 방법들은 인간에게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새로운 영감을 준다. 곤충은 이 세계가 돌아가게 해주는 자연의 작은 톱니바퀴다”며 “곤충에 대한 감정적이고 단편적인 이해에서 벗어나 지구 생태계의 거주자들을 동반자적 관계로 바라보는 균형 감각을 제공하며 우리의 생태 지능을 한 단계 높여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옥경기자 okkim@srb.co.kr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미술작품으로 만나는 북유럽의 진면목
- · 승리로 지켜낸 민족 생존과 평화
- · [새책안내] 상자 속 우주 外
- · 제2회 '문학들 올해의 작품상'에 심진숙 시인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