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1만5천원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소비자의 특권은 '쇼핑'이다.
우리나라는 온라인 쇼핑하기 좋은 나라다. 실제로 유엔 산하기구 조사결과 세계에서 '온라인 쇼핑하기 좋은 나라' 19위에 오르기도 했다.
우편과 인터넷 사용률, 온라인 금융계좌 보유율, 서버 보안 등 네 가지 평가 항목에서 보안 부문 점수가 낮았을 뿐(67점) 나머지는 각각 99점, 96점, 95점 등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보안 취약이라는 문제만 빼고 본다면 온라인 쇼핑하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다. 휴대전화로, 태블릿PC로, 언제 어디서 무엇이든 살 수 있다. 오전 중에만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현관에서 마주할 수 있고, 주문 당일 받아볼 수도 있다.
소비 방식도 최저가 상품 소비, 가성비 소비, 공유 소비 등 소비자의 성향에 따라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강준만 교수는 신간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에서 이렇게 일상적이고 다양하며, 세심하게 이뤄지는 소비를 정치의 영역에도 대입했다. 정치를 일종의 쇼핑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소비자가 쇼핑을 할 때 자기 성향에 따라 어느 기업의 어떤 상품을 고르는 것을 일종의 투표에 비유한다.
우리나라 정치 소비자(유권자)들의 정치 소비는 크게 특정 진영에 맹목적이거나 진보와 보수 간 정치 다툼 등에 난색하며 아예 외면하는 모양새를 띈다.
강 교수는 이와 관련 쇼핑할 때에는 자신의 성향과 추구하는 가치 등을 담아내는 소비자가, 왜 정치적 소비인 투표에 대해선 '선거에 참여한다 해도 세상은 안 바뀐다'는 냉소적 태도를 취하는지를 지적한다.
또 기존의 정치 패러다임이 바뀌어가는 과정에 정치를 소비로 바라보는 일종의 '정치적 소비자 운동'은 이미 자리 잡고 있다고 알린다.
강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 소비자 운동이 상품과 서비스에 초점을 두고 소비자들의 피해를 알리고 해결하는데 주력한다. 반면 정치적 소비자 운동은 상품의 생산 과정에서부터 기업·경영자의 행태까지 포괄적으로 바라보며 이념적·정치적·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강 교수는 '사립유치원 비리 사건'과 '정치하는 엄마들', 1528명이 숨진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보 언론이 불매 위협에 시달리는 이유 등을 거론하며 소비행위와 정치적 입장의 관계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정치적 소비자 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는 '소비자는 왕이다'라는 형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에게는 권리만 있는 게 아니라 의무도 있으며 이러한 인식이 널리 확산돼야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시민 소비자로서 권리와 책임에 투철해지는 것은'갑질'과 '착취'를 없앨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국민'을 앞세우지만 개인적으로는 자기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윤리적 소비자'로 살고 있는 정치인들의 이중성과 위선을 깨버릴 수 있다고 덧붙인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뉴시스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적막과 상처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 · 음모론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의 모습
- · 소설처럼 쉽게 이해하는 우리 역사
- · '문정희 시인의 문학과 인생' 대담 특집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