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난 이런 어른이 될 운명이었던가
무라타 시야카 지음/ 자그마치북스/ 1만3천원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오리여인 지음/ 수오서재/ 1난3천800원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할 때 읽는 철학책
오수민 지음/ 카시오페아/ 1만6천원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거스를 수 없는 삶의 이치다.
30대.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 수없는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책임지기 시작한 나이. 하지만 '책임'의 무게감과 정신적·신체적 변화에 답답함과 공허함도 많이 느끼는 시기다.
그래서 30대는 신(新)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때문일까. 출판가는 30대를 위로하는 에세이를 잇따라 출간하고 있다.
솔직하게 써내려간 경험담, 공허함에 허우적대다 깨우친 교훈, 철학을 통해 위안을 얻는 방법 등 작가 저마다의 스타일로 30대들의 고충을 어루만진다.
18년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 '편의점 인간'의 저자 무라타 사야카는 생애 첫 에세이 '아 난 이런 어른이 될 운명이었던가'를 통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내 맘 같지 않은 내 맘, 내 몸 같지 않은 내 몸, 나의 30대가 이래도 괜찮은 건지 걱정이 들기 시작하면서 겪은 일들을 친구와 수다 떨듯이 솔직히 써내려갔다.
특히 사회 속에서 정형화된 보통의 삶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저자는 여자로서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지금 하는 일에 대한 걱정, 점차 변해가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다.
요즘의 '나'를 꿰뚫어본 것 같은 저자의 경험에 공감하다 보면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나'로 나이 들어가는 용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림과 글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15만 팔로워와 소통하는 오리여인도 신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던 이야기와 스스로 얻은 교훈들을 책으로 펴냈다.
오리여인은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에서 SNS와 타인과의 비교 사례를 불안감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는 자신의 책 4권을 내는 등 5년이 넘도록 한 번도 쉬지 않고 활동하다 갑자기 멈췄던 적이 있다. 타인과 자신을 습관처럼 비교하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훨씬 많은 '좋아요'를 받은 작가를 보거나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친구들을 보면, 스스로의 실력에 회의감을 느끼고 세상의 속도와 기준에서 뒤처지는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우울함까지 더해져 불현듯 휴식을 선언했고 SNS 앱들도 모두 지웠다. 그렇게 모든 걸 멈춰 서자 오히려 자신의 일상이 한 걸음 나아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리여인이 강조하는 건 '시간'이다. 일상을 채웠던 '타인'을 밀어내고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채우려면 시간을 들여 마음을 다독여야한다는 것이다. 매일 흔들리지만 나만의 속도와 보폭으로 묵묵히 가다보면 언젠가는 이뤄진다고 믿으면서.
과학을 공부하다 철학으로 선회한 오수민 작가는 이런 때 철학의 도움을 받아보길 권한다.
그는 '어떻게 살아야할 지 막막할 때 읽는 책'을 통해 철학이라는 도구로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과정을 설명한다.
내가 끌어안은 고민의 답을 철학에서 찾아보는 것이 왜 도움이 되는지 설득하고, 본격적으로 삶을 정돈하는 방법, 내가 목표하는 바를 향해 나아가는 길에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줄 철학 개념들을 소개한다. 심지어 실질적인 팁까지 제공한다.
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고, 고민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도록 돕는 기술과 관계 맺기의 어려움을 줄이거나 어떤 선택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기술을 25가지 철학적 방법으로 배울 수 있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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