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작가들 15명 어머니 삶 기록
구술인터뷰 모습 유족 유품도 전시
40년 전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눈물은 단 하루도 마를 날이 없었다.
눈물에 묻은 사랑과 그리움은 한(恨)으로 시와 노래가 됐다.
이렇듯 5·18민주화운동 최후항쟁지 옛 전남도청 복원을 위해 거리에 선 오월 어머니들의 40년 세월이 담긴 책과 주머니 속에 넣고 5·18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작은책이 잇따라 나와 주목되고 있다.
(사)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이하 광주민예총)은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어머니의 노래' 책(가사집)을 발간하고 27일 오후 옛 전남도청 별관에서 '책 나눔 공연'을 열었다.
공연은 경과보고, 시낭송, 싸인 퍼포먼스, 극단 깍지의 '어머니의 노래' 축하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책을 증정하는 나눔의 시간과 함께 행사장 한켠에는 책 발간 기념으로 민예총이 제작한 "어머니의 안부를 묻는 일은 광주의 안부를, 민주주의 안부를 무는 일입니다"라는 안부엽서가 전시됐다.
이번 책 발간은 광주민예총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 협업으로 제작했다.
책은 옛 전남도청 원형복원 투쟁을 펼친 오월 어머니 15명의 5·18 이후 40년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머니의 삶은 모두 5편의 에세이와 1편의 시(노랫말)로 재탄생했다.
참여한 오월 어머니들은 김길자·김옥희·김점례·김정자·박유덕·박행순(박관현 열사 누나)·박형순·원사순·이근례·이명자(5월어머니집 관장)·이향란·임근단·임현서·정동순·추혜성 어머니 등 모두 15명이다.
참여 작가들은 고영서·박인하·이재연·조남희·강회진·유은희 시인 등 모두 15명이다.
지난해 9월부터 광주·전남작가회의 소속 15명 여성작가가 1대 1매칭 방식으로 구술을 진행했으며 한 분의 어머니 인생은 5편의 에세이와 한 편의 시(노랫말)로 실려 있다.
또 구술당시의 인터뷰 모습과 유족들의 유품 등이 사진으로 곁들여졌다.
책은 5·18 40주년 기념 음반 제작을 목표로 한 기획의 첫 결과물이며 이후 '어머니의 노래'와 유족들이 직접부르는 2집, '아버지의 노래' 3집 음반으로 제작된다.
책 대부분은 국공립도서관, 학교도서관, 오월어머니집 등 5·18 관계단체에 기증 배포된다.
이현미 광주민예총 사무처장은 "5·18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자식들을 둔 어머니들은 고통과 슬픔으로 일생을 살아온 분들"이라며 "어머니들의 여생이 노래로 5월을 전하는 치유자의 삶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제 조금이라도 편한 인생을 누리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틈틈히 꺼내 5·18을 공부할 수 있는 작은 책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도 발간됐다.
5·18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세대와 외지인들을 겨냥해 제작된 책은 손바닥 크기로 제작됐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 주세요'의 운영자인 김동규씨가 제작한 5·18 카드뉴스가 SNS를 하지 않은 세대는 접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책의 특징은 주머니나 가방에도 편하게 넣을 수 있으며 5분에서 10분이면 누구나 5·18민주화운동의 배경과 전개상황을 알 수 있도록 구성됐다.
지난 17일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구름다리에서 펼쳐진 '레드카펫 프로젝트'를 통해 1천부 정도 배포됐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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